[성명] 2003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입장 발표

–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환영

– 자산소득에 대한 획기적 과세강화 방안 마련해야

1. 어제(28일) 재정경제부 주관으로 2003년 세제발전심의회가 열렸다. 여기서 검토된 2003년 세제개편안은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이하 완전포괄주의) 도입과 같은 의미 있는 세제개편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단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중장기적 검토’라는 표현으로 여전히 원론적인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개혁과제들이나, 실질적인 대안 없는 세율 인하 기조 등 실망스러운 부분 또한 적지 않다. 이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 최영태)는 재경부가 완전포괄주의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입법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과,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2. 먼저 이번 세제개편안에 완전포괄주의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법개정에 대한 논의가 한 단계 더 진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입법예고 기간과 국민의 의견수렴 기간을 고려하면 정부의 연내 입법 약속은 결코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재경부와 국회는 이번 개정안이 올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재산평가규정에 대한 정비가 빠진 부분은 아쉬운 점이다. 현재 세법도 시가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많은 경우 세법이 정하는 보충적 평가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허점이 많은 보충적 평가방법을 정비, 과세가액 산정을 위한 재산평가가 시가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변칙증여 방지라는 애초의 입법취지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3. 정부가 수년간 조세정책의 핵심적 키워드로 주장해 왔던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정책이 이번 개편안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그 골자는 비과세·감면 규모와 종류를 축소·단순화함으로써 세율인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년 일몰 도래 감면제도 79개 중 50개가 연장되는 등, 각종 비과세·감면 조항이 경기부양이나 이해관계집단의 요구로 존속이 기정 사실화되어, ‘낮은 세율’로 가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넓은 세원’ 확보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때문에 법인세 인하 연내 입법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재경부의 입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재경부는 따라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세율인하를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말을 하기에 앞서 대체세원에 대한 뚜렷한 대책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고, 연내 입법을 추진하는 한나라당을 상대로 그 불가함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4. 세원발굴은 새로운 영역에서가 아니라,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회피했던 개혁과제 실현 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지금껏 비과세 혹은 유명무실한 과세 체계로 고액 자산가들에게 엄청난 특혜를 부여했던 자산관련 과세의 현실화와 탈세를 일삼는 일부 자영업자 그룹의 소득 양성화를 게을리 하면서 다른 곳에서 세원을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방안 또한 여전히 모호하다.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보유세 강 화 방침을 밝히고 있음에도 아직도 구체적인 대책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계속 미뤄온 보유세 현실화 방안을 더 이상 늦추지 말고 하루 빨리 구체적으로 밝히기 바란다.

양도소득세 과세제도의 정비 역시 시급하다. 단기 보유 부동산에 대해 양도소득세율을 소폭 인 상하는 정도로는 미약하다. 오히려 일본처럼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없애고 이를 소득공제로 대 체해 기본 주택 수요를 보호하면서 과다한 양도차익을 세금으로 흡수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비과세를 폐지하더라도 소득공제를 두면 서민·중산층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의 하향조정을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상장주식에 대한 자본이득세 도입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자산소득에 대한 제도정비는 매우 실망스럽다. 이 부분이 제대로 정비도지 않고서는 세원확 보도, 조세정의도 요원하다. 진정한 조세개혁을 위해서는 실효성 없는 땜질식 개정방식에서 탈피 해 부동산·금융소득·주식 등 자산소득 과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5. 세원투명성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현금영수증제도를 도입하고 탈세포상금제도의 적용대상을 확 대한 것은 다행이다. 이 두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한다면 일부 불성실 납세자들의 탈세행위를 어느 정도 근절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세원투명성에 가장 큰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차명 금융거래 근절 노력을 왜 기피하는 지는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고액현금거래를 국세청에 통보하 고, 국세청의 금융거래 접근 폭을 확대하는 방안에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아울러 휘발유·경유 에 대한 교통세를 3년간 연장한 부분도 적절치 않다. 이러한 목적세 연장은 국민의 합의가 있었 다고 보기 어렵다.

6. 마지막으로, 세제·세정개혁의 중요한 과제로 힘들게 합의한 향락성 접대비에 대한 근본적인 대 처 방안이 빠져 있어 치욕스러운 접대문화를 개선할 호기를 놓치고 말았다. 법인세법 개정이 아 닌 국세청 고시를 통해 일정 금액 이상에 대해서는 소명의무를 지운다곤 하지만, 그게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법개정을 통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서는 국민들은 향락성 접대비를 규제해야 한다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부당국이 끝내 외면하는 것으 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세 관련 정보공개도 확대되어야 한다. 이 규정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 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 규정을 완화해 계층별·지역별 소득이나 과세 에 관한 기본 자료가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한편, 효율적이고 공정한 세정집행이 담 보되지 않고서는 세제개혁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에서 국세청의 세정개혁에 더욱 가속도를 붙여야 할 것이다.

조세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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