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과거사 청산 포럼>가해자 처벌, 어떻게 할 것인가?(2004. 11. 12.)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 ‘과거청산 시각과 방법’ 주제로 열린 참여사회포럼.

ⓒ2004 구영식

“진상규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처벌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처벌문제를 완전 배제할 경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나.” (이춘열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범국민위 사무처장)

‘과거사 청산의 시각과 방법’이란 주제로 열린 참여사회포럼에서 가해자(집단) 처벌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김동춘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과거청산이 어느 정도 정치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단 공소시효 범위 내에도 처벌 자체는 최소화하는 게 좋다”며 “처벌을 거친 다음의 정치적 사면보다는 진상규명을 통한 오히려 ‘사회적 처벌’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첫번째 논쟁 : 처벌

김 교수는 “독일은 뉘른베르크재판의 방청을 허용하고 그것을 생방송함으로써 독일 사람들을 재교육하는 효과를 거뒀다”며 “사회적 분열과 한풀이를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처벌보다는 진상규명을 통한 국민적 교육효과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도 “과거청산의 경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최대로 하고 처벌은 배제하고 보상은 신중하게 해서 공동체를 복원하고 화해를 추진하는 일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며 김 교수 편에 섰다.

하지만 이춘열 사무처장은 “과거청산이 ‘과거 공권력의 불법적인 행동에 의해 저질러진 각종 피해의 진상을 규명하여 정의를 다시 세우고 역사와 사회와 국가를 재정립해가는 작업’이라고 볼 때 처벌문제가 완전 배제될 경우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라며 ‘처벌 최소화’나 ‘처벌 배제’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사무처장은 “친일이나 학살의 대가로 얻은 부와 권력, 그리고 세습을 그대로 인정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정의가 바로 설 수 있겠는가”라며 “후속조치로서 최소한의 처벌 또는 상징적 처벌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물론 법 제정과정과 조사과정에서 예상되는 난항 등을 감안할 때 그것을 일부러 강조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미리부터 처벌은 배제한다는 것을 못박을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그 문제는 진상규명 이후의 후속조치로 남겨좋자고 말하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우리 안의 파시즘’ 얘기를 하는데 ‘우리 안의 패배주의’가 더 강력한 것 같다”며 “가해자집단은 단결·집결해 있는데 힘이 부족한 우리는 쪼개져 있어 과거사 청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특히 “프랑스가 가장 과거청산을 철저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구수 대비 공권력 박탈자수는 가장 적다”며 “우리는 가해자집단의 공권력을 박탈하는 것을 처벌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은 프랑스의 한 도지사가 젊은 시절 나치에 협력한 사실이 밝혀져 80살이 넘어 재판에 서게 됐을 때 한 중학생이 “개인적으론 안됐지만 역사를 위해선 할 수 없다”고 얘기한 일화를 언급하면서 가해자집단에 대한 공권력 박탈을 거듭 주장했다.

두번째 논쟁 : 주체

처벌문제에 이어 과거청산의 주체를 둘러싸고도 치열한 설전일 벌어졌다. 김동춘 교수는 “어떤 과거청산도 정치권력의 힘을 업지 않고서는 진행되기 어렵다는 딜레마가 있다”며 “중립적 민간인사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편에서는 그럴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과거 청산 자체를 맥빠지고 무기력한 작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가는 과거청산의 징검다리로 활용해야 한다”고 ‘징검다리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윤해동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청산과 관련해 국가에 너무 목을 매고 있는 것 아니냐”며 김 교수와 김민철 실장을 겨냥한 뒤 “사회적 공론화를 생략한 채 국가가 과거청산을 주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향후 보수정치권력조차도 과거청산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도록 공론화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원은 특히 “일제식민지 아래에서 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는데 부일협력자를 국가가 나서서 조사하는 것은 국가의 폭력”이라며 국가 중심의 과거청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김동춘 교수는 “과거청산과 관련 일반국민보다 운동권, 특히 민주노동당이 더 답답하다”며 “조봉암 사건 등 (국가의) 빨갱이 사냥의 역사를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고 민노당에 쓴소리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이는 과거 ‘빨갱이 사냥의 역사’를 제대로 규명하는 게 민노당 등 진보진영의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한 관심이 너무 낮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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