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신문]”대한민국 진보좌표 재구성할 때”[2005-10-21]

“대한민국 진보좌표 재구성할 때”
참여사회연, 한국사회 새 진보 이념·방향 토론
민주주의 심화 위한 정체성 논의

2005/10/21
이재환 기자 y2kljh@ngotimes.net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

한국의 진보학계가 대한민국의 미래 좌표 찾기에 나섰다. 해방 60주년을 맞아 지난 역사를 재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탈냉전 민주화 시대 새롭게 맞이해야 할 사회이념에 대한 모색이다. 그동안의 추상적 논의를 벗어나 현실 적용을 강조한 점이 돋보인다.

참여사회연구소(이사장 주종환)는 지난 21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해방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최장집·이병천·조희연·임혁백·장상환·정대화·정현백·조돈문·홍세화·홍윤기 등의 소장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역사를 되짚고 한국사회 새로운 정체성의 방향을 가늠한 장이었다.

기조발제에 나선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최근 진행되는 해방 60주년 행사나 논의를 보면 대부분 성찰없는 현대사 이해가 특징”이라며 “이는 오늘의 한국사회 문제에 대한 회피 또는 문제의식 결핍에서 비롯된 것으로 민주주의 심화를 위해 다양한 갈등과 정면으로 씨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새 좌표 설정을 위한 검토대상으로 80년대를 채웠던 NLPD(민족해방-민중민주)론을 꺼냈다. “혁명적 NLPD론을 유럽에서 발전한 사민주의나 자유주의 이론에서 나온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와 같은 보편적 이념과의 대화를 통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이념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신자유주의의 심화에 따라 한국사회도 민주화 됐지만 새로운 계급적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다는 ‘민주적 계급사회론’을 제기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시장의 논리에 맞서는 공공성 담론의 확장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민적-대중적 전선을 구성하고 개혁적 자유주의세력을 ‘사회적 자유주의’ 세력으로 전환하는 운동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사회민주주의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진단했다. 과거 억압적 군사독재정권대 민주주의 세력의 대립상황과 운동 내 PD-NL 구도 속에서 자리 잡을 공간이 없었던 사민주의를 변화된 조건에서 재해석해야 하며, 이미 진보정치 및 개혁적 시민사회운동세력은 대체로 사민주의 이념을 지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사민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 정착 이후 자연스럽게 핵심과제로 떠오른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이념”이라고 설명했다. 또 “투명하고 합리적인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개혁적 자유주의나 근본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급진 사회주의의 중간위치인 사민주의를 중심으로 사회개혁을 추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국적 민족주의의 미래상을 그린 박명규 서울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민족주의가 유효한 이념적 지표가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시대적·상황적 조건과 결부시켜 검토해야할 사안이라며 “우리는 한민족, 통일은 지상과제라는 식의 민족주의가 아닌 통제된 평화민족주의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민족주의 자체의 폐기가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소중한 지적·문화적 자산의 방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러나 세계사적 맥락에서 민족주의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민족주의 자체가 목적가치가 아닌, 보다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적이고 도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민족주의는 정치적 전략과 민주적 가치, 특히 평화를 상위의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포지엄에서는 이밖에 생태주의와 페미니즘 등도 논의됐다. 과거 사회운영의 이념적 범주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탈근대 요구가 높아지며 중요한 가치로 부각돼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참여사회연구소는 “군사독재와 수구세력에 의해 이어져온 지난 60년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이었지만 87년 민주화와 사회구성원의 세대교체 속에 ‘우리들의 대한민국을 말할 시기가 왔다”며 “진보적 이념 가치들도 여러 갈래 이견이 존재하며 역사인식도 뚜렷한 동의를 찾기 어렵지만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 찾기에 첫발을 내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환 기자 y2kljh@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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