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미니즘의 형성과 발전
한국은 일본식민지에서 해방된 지 어언 60년이 되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는 다양한 이념들이 존재해 왔으며, 이러한 이념들은 서로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특정시기를 지배하거나 약화, 소멸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그중에서도 페미니즘1) 사실 페미니즘이라는 명칭은 남녀평등의 문제를 의미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념적 지향이 지속적으로 관철된 것은 70년대 후반 서구페미니즘이 들어온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전에도 페미니즘이 도입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는 남녀평등적 이념이 결여되거나 분명하게 남녀평등을 표방하지 않고 있었다. 단지 여성들이 모인 모임이나 단체를 명명하는 것이기도 했으며, 이들 단체들이 광범위하게는 여성해방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여성해방적이지 않은 활동들이 더 많았다. 이 모두를 ‘페미니즘’으로 언급하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여성들의 모임이나 단체들이 명목적으로는 여성의 지위향상을 표방했다는 점에서 해방 이후 곧바로 여성들의 단체들도 페미니즘의 범주에 포함시키고자 한다.은 지난 60년의 한국을 지배해온 중요한 이념 중의 하나이며, 오늘날에도 그것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페미니즘은 흔히 서구에서 수입된 사상으로 외생적인 것으로 이해되지만, 여성억압적 전통사회에서 차별과 억압을 경험해온 우리 여성들에게 그것은 이미 몸에 체화되어 있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이었다 할 수 있다. 물론 그 사상의 이론적 정교화와 체계화는 미흡했고 일찍부터 집단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페미니즘의식은 일찍부터 여성들의 삶과 몸에 뿌리박혀 있었으며, 때로 저항의 형태로 발현되기도 했던 것이다.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여성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차별과 억압을 문제삼는 페미니즘사상은 인간불평등을 문제삼는 휴머니즘과 인간존중이라는 보편적 인간해방사상에 터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간해방사상 역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몸에서부터 일찍부터 깨달아온 사상인 것이다. 페미니즘은 머리로 배우고 익혀서 습득하는 지식이라기보다는 몸에 이미 체화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살아 있는 사상이었으며, 불시에 분노와 저항으로 폭발할 수 있는 에너지원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페미니즘의 불씨는 내생적인 것이며, 서구페미니즘은 그 불씨를 지피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개화기시대, 잠자고 있던 조선여성이 깨어나자마자 페미니즘적 욕구와 해방에의 열망은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폭발적으로 전파되어 나갔다. 일부 엘리트여성들은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사상에 매료되어 봉건적 구속과 압제에서 해방되기를 원했고, 여성단체를 조직하여 사람들의 사고와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여성을 옥죄는 답답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활동을 전개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기초로 해서 해방 이후에도 페미니즘을 갈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곧바로 여권을 주장하는 여성단체를 건립하는 실천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당시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미국문화와 사회주의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이념적 갈래 속에서 전개되었고, 페미니즘은 교육을 받고 페미니즘의 세례를 받은 엘리트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 엘리트여성들은 사회개혁과 대중계몽의 틀 내에서 여권신장을 주장하면서, 식민지 아픔에서 막 헤어나 빈곤과 전쟁의 고통 속에 있던 국가를 건설하고 대중을 구제하려는 열망을 페미니즘을 통해 발현하고자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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