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동시대 논점 3_5 · 31 매니페스토 운동의 비판적 검토

1. 글을 시작하며

지난 5월 31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었다.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 48.9%보다 2.4% 높은 51.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선거결과 원내 제1당인 열린우리당은 16개 광역단체장선거 가운데 단 1개 지역과 230개 기초단체장선거 가운데 19개 지역(8.3%)에서만 당선자를 배출하고, 광역의원 52명(전체 733명 가운데 7.1%)과 기초의원 629명(전체 2천 888명 가운데 21.8%) 등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이와 달리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선거에서 무려 12명이 당선된 것을 비롯하여, 기초단체장선거 155명(전체 67.4%), 광역의원선거 557명(72.1%), 그리고 기초의원선거에서 1천 622명(56.2%)이 당선되었다. 뿐만 아니라 원내의석으로 본다면 군소정당이라고 볼 수 있는 민주당 역시 광역단체장 2명, 기초단체장 20명(8.7%), 광역의원 80명(10.9%), 기초의원 276명(9.6%) 등을 당선시켜, 기초의원을 제외한다면 원내 제1당인 열린우리당보다 다수의 당선자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지방선거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지방선거결과는 기존 정당구도의 틀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 정치에 함축하는 바가 매우 크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중요한 변화와 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예컨대 이번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공천비리와 연결되면서 정당공천제에 대한 논란을 더욱 확대시켰다. 또한 ‘나눠먹기 식’ 선거구획정에서부터 ‘소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선거운동과 동일 정당 후보간의 경쟁, 그리고 다수 후보의 출마로 인한 유권자의 혼란 등 새롭게 도입된 기초의회선거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역시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듯 다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면서 지방정치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지방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제도적·비제도적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논의 역시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 가운데 하나는 시민단체와 언론에 의해 주도된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기본적으로 정책선거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위주로 하는 2000년 총선과 2004년 총선 당시 낙천낙선운동과 차별성을 갖는다. 물론 그간의 선거과정에서도 시민단체들은 정책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온 바 있다. 즉 이번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정책의제와 공약을 제안했으며, 이에 기초해 ‘시민후보’ 당선운동을 펼친 바도 있다. 그러나 이번 매니페스토 운동은 과거와 달리 언론이 수동적 보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에 다소간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적극적으로 여기에 가세하였다. 또한 이번 매니페스토 운동은 주관 단체에 따라 다소간 상이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계량화된 지표에 기초해 후보자의 공약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시민단체의 정책선거운동과 매우 상이하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매니페스토 운동의 정치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고찰해보는 데 목적이 있다. 물론 매니페스토 운동이 이번 지방선거결과에 그다지 커다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일부 언론의 경우처럼 “16개 시도지사 공약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들이 실제 득표에서도 거의 대부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좋은 공약을 제시한 후보들은 역시 득표 성적도 좋았다”며 매니페스토 운동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동아일보, 2006년 6월 1일), 대부분의 경우 매니페스토 운동이 선거결과에는 커다란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페스토 운동은 정당과 후보자뿐만 아니라 꾸준히 언론과 시민사회의 주목을 받아 왔으며, 이러한 점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이 우리의 선거문화를 정책선거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문화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정책선거의 당위론적 필요성이 이번 선거에서 전개된 매니페스토 운동의 모든 것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페스토 운동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민단체나 언론은 선거에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질 만큼 이번 선거과정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은 지고지선의 가치처럼 여겨졌다. 물론 매니페스토 운동이 지나치게 이미지선거와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과 같은 비판적 견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또한 매니페스토 운동의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논의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논의의 대부분은 매니페스토 운동이 가지는 근본적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지적하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그마저도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논리나 매니페스토 운동을 함께 주도한 언론의 자화자찬식 평가에 대부분 매몰되어버렸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번 선거에서 전개된 매니페스토 운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특히 이 글에서는 이번 매니페스토 운동이 매니페스토와 정책선거에 대한 제한된 이해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당정치와 지방정치의 발전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또한 시민운동이라는 관점에서도 이번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우리 시민운동의 문제점을 더욱 노골화된 형태로 드러낸, 즉 시민의 주체역량을 강화시키기보다 시민을 더욱 대상화하는 운동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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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목포대학교 정치행정학부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국회정치개혁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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