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방법의 잘못 인정하지않는 검찰에게 개혁을 기대할 순 없어
대검 중수부 폐지, 검찰조직 구성방식 변경 등 적극 검토해야 해
어제(6월 1일) 임채진 검찰총장이 주재한 대검 확대간부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이 자리를 통해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하여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검찰 수사는 정당했다고 결론짓고, 일선 검사장들에게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안내하는 동시에 피의사실공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검찰의 언론 브리핑을 중단 또는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하였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검찰의 이같은 인식에 매우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
대다수 국민은 검찰의 수사절차와 방법이 정당했는지는 매우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어느 정도 확인된 범죄혐의에 대해 본격수사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범죄혐의가 나올 때까지 파헤치기 또는 먼지털이식으로 수사하는 것과, 수사대상자에 대한 정당한 수사방법을 넘어선 ‘모욕주기’식으로 수사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무차별적인 계좌추적 등 과잉수사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피의자라고 검찰이 규정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 후 3주 동안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돈을 건넸다고 하는 박연차 회장의 진술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것도 정당한 피의사실공표라고 볼 수 없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사안들이거나 또는 처벌받아야 할 범죄혐의와는 연관성이 없는 사안들조차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언론에 유포한 것도 명백한 잘못이다
이러한 검찰의 수사과정은 범죄수사일지라도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과 형사소송법에도 구체적으로 규정된 수사비밀유지 의무도 위반한 것이다.
그럼에도 수사과정에 대해 아무런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 검찰의 이런 태도는 검찰 스스로 수사방법의 잘못을 개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검찰개혁을 검찰에 맡길 수 없다는 점만 새삼 확인시켰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큰지 국민 전체가 절감했다고 본다. 기소권뿐만 아니라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나서면 어떤 일도 불법화해버릴 수도 있고 기소되기 이전에라도 얼마든지 정치사회적으로 ‘사망선고’를 내릴 수도 있음을 절감한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큰 권력인 검찰에 대한 사회적 견제와 권력행사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는 미비한 것이 아닌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검찰개혁은 검찰이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향과 함께 이미 하나의 거대한 권력이 되어버린 철옹성 같은 조직인 검찰을 민주적 또는 사회적으로 제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방향에서 현재 단계에서도 적극 검토해야 할 가치있는 방안이나 개혁의 방향을 몇 가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여 지금껏 대검 중수부가 맡았던 초대형 사건의 경우에도 각 지방검찰청의 특수부 또는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구성되는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은 특별수사본부가 그 기능을 수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대검 중수부는 수사할 사건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나 수사진행과정에서 검찰총장이 관여하게 되어 있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의 인사권과 정치적 또는 정책적 판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자리이며, 그 아래의 대검 중수부장이나 대검 중수과장들도 인사권자의 의지에 따라 임명되는 자리로 검찰내부의 다른 조직에 비해 정치권력과 매우 가까운 자리이다.
이러한 이들로 채워진 대검 중수부에서 초대형 사건을 수사하는 한 경우에 따라서는 엄정하게 수사가 되기도 하지만 정치적 수사나 무리한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총장 직할수사기구가 가지고 있는 위세탓에 그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과거에도 이런 점 때문에 대검 중수부 개혁 또는 폐지론이 제기되었는데,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통해 대검 중수부의 문제점이 다시 확인된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검찰은 행정부에 소속된 기관이기는 하지만 그 권한과 영향력은 사실상 국회나 대통령, 사법부에 버금갈 만큼 막강하다.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이냐에 따라 사회정치적 환경은 요동칠 정도이고 검찰의 표적이 된 사람이나 집단이 검찰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취약하다. 이는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뿐만 아니라 작년 촛불집회 이후 검찰이 시민들의 다양한 정부비판활동을 수사하고 처벌하는데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조직의 수장들, 즉 검찰총장이나 지방검찰청장 등을 뽑는 것을 비롯해 검찰조직을 구성하는 방법은 폐쇄적이다. 즉 조직내부 인사만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그 인사방향은 임명권자에게 완전히 맡겨져 있다.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에 비하면 민주성은 매우 취약한 것이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단순 검증청문회에 불과하기도 하거니와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으로 본다.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조직의 상층부를 더 민주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검찰과 법무부가 독립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상호견제가 가능하여야 하지 두 기관이 유착될 경우 막강한 검찰권력은 더 위험해진다. 검찰과 법무부가 거리두기를 할 수 있게 하기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텐데,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법무부의 검찰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들을 비(非)검찰 출신으로 구성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법무부 검찰국 산하 형사기획과와 공안기획과의 형사사건 및 공안사건 수사 지휘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태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방법과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 유포의 문제점을 보여준 것이고, 대한민국 어떤 권력기관보다도 막강한 권한과 권력을 갖고 있는 검찰이 잘못된 길을 갈 경우 얼마나 큰 사태를 야기할 수 있을지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폐해가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개혁방안을 포함하여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또는 상설특별수사기구 설치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검찰개혁 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 또 다시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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