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거부한 신 대법관, 사법부가 망해도 상관없나?



법관의 독립과 사법부 존재근거에 대한 너무나 안이한 인식

신 대법관의 거취는 사법부의 권위를 인정할지 분수령이 될 것




어제 오후 신영철 대법관이 법원 내부통신망에 자신이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았던 잘못이 있었음을 후회하고 자책하지만, 대법관직에서는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밝히는 글을 올렸다.

신 대법관의 이런 입장 표명은, 신 대법관 사태가 터진 후 약 3개월동안 사법부가 거듭날 것을 열망하면서도 사법부 내부의 조사과정과 징계회부에 관한 논의의 시간 및 자진사퇴의 여건조성 등을 감안하여 사태의 전개를 지켜보아온 국민과 일선 법관들의 기대를 신 대법관이 짓밟아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그에게 느낄 수 있는 일말의 연민의 정도 사라져버릴 정도이다.

아울러 이같은 상황을 초래할 만큼 이번 사태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전혀 바라보지 못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과 고위 법관들의 안이한 생각을 다시 한 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신 대법관은 내부통신망에 쓴 글에서, “제 부덕함과 어리석음으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드린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되었으면 합니다”고 하였다.
신 대법관과 같이 국민 신뢰의 대상은 물론이거니와 다수의 일선 법관들의 존경의 대상에서 탈락한 이가 계속 대법관이라는 자리에 남아 있는 한 국민이 대법관과 사법부로부터 당한 상처가 어떻게 치유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상처와 불신이 더 악화되게 하는 것임을 모르는 것인가? 신 대법관으로 인한 상처는 스스로 대법관직에서 물러나 법원개혁을 위한 노력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에야 하루라도 빨리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신 대법관은 “이번 사태를 통해 제가 얻게 된 굴레와 낙인은 제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아니 남은 일생동안 제가 짊어지고 갈 수 밖에 없는 짐입니다“고 했다. 당연히 그 굴레와 낙인은 신 대법관 본인이 지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만이 지는 짐이 아니다. 그가 대법관직에 계속 머물러 있는 한, 대법원은 물론이거니와 공정한 재판을 위한 수단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으로 구성되어야 할 사법부 모두가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가 남은 임기를 다 마치고 난 이후에도 계속 사법부가 짊어지게 된다.

이 점을 신 대법관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자리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준 대법원장과 다른 대법관들도 모르지 않을 것인데, 이를 잘 알면서도 무시하겠다는 생각인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이번 사태를 신 대법관이 그저 혼자 짊어지고 가버리면 되는 짐이라는 생각, 또는 대법원의 권위가 추락하고 국민들의 신뢰에 금이 가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짧은 생각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혼자 짊어지고 갈 수 있는 짐 아니라 사법부 전체에 짐이 되어버린 사태의 심각성을 바로 보아야 한다.    

국민은 공정한 재판을 해줄 것을 전제로 법관의 신분을 보장해 준 것이다.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했다는 점을 전제로 법관으로부터 나온 결론을 개개인의 승패를 떠나 승복하는, 즉 법관의 권위를 국민이 인정하는 것이 사법부 존재의 기반이다.

그런데 사법부에 그것도 대법원에 국민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사법부가 아니다.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나 다름없다고 평가되고 그래서 재판 거부가 오히려 당당했던 군사독재시절처럼 국민이 그 권위를 인정하지 못하는 기관으로 남을 것인지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고위 법관들을 포함한 모든 법원 구성원들이 되돌아보길 촉구한다. 자신의 처신 때문에 사법부만 더 망가지고 있음을 모를 리 없을 신 대법관은 당장 사퇴하길 바란다.




JWe200905140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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