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26-05-11   65940

[논평]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전산업 진흥부’인가?

국민 안전과 기후위기대응은 뒷전, 핵산업 진흥을 정책평가지표로 삼고 있는 기후부를 규탄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의 「2025년 주요정책 자체평가 보고서」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다. 기후부는 연초 발간한 해당 보고서에서 ‘원전산업 생태계 지원 및 미래경쟁력 확보’ 항목에 대해 ‘미흡’ 평가를 내리면서, 그 개선·보완 방안으로 계속운전 원전 허가, 신규 원전 건설, 원전 탄력운전 기술개발 확대는 물론, 원전 생태계 고도화 사업과 SMR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차세대 원전 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보호라는 본연의 책무를 수행해야 할 기후부가 오히려 핵산업계의 이해와 성장 논리를 대변하는 ‘원전산업 진흥부서’를 자처하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부는 2030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0기에 대한 계속운전 절차가 진행 중인 것과 신한울 3호기의 건설 경과 중 일부를 ‘성과’로 포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를 획득했고, 나머지 9기까지 차질없이 허가를 받아내겠다고 한다. 노후 원전은 ‘안정적 전력 수급’의 도구가 아니라, 언제 치명적인 핵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여기에 건설 중인 원전의 적기준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은 이 땅을 영원히 핵 에너지에 굴레에 가두겠다는 선언이고, 국민의 안전할 권리를 정책 성과로 맞바꾸겠다는 그릇된 발상이다. 심지어, 노후 원전 계속 운전과 신규 원전 건설 허가는 기후부 마음대로 결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기후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같은 규제 기관의 독립성마저 무시하는 월권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하겠다며 ‘탄력운전’ 기술개발에 착수하고, 조속한 성과 창출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개선 계획은 무책임할뿐 아니라 기만적이다. 지난달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기후부 내부 문건에서는 이미 기후부 스스로도 원전 탄력운전이 구조적으로 위험하고 비경제적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또한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이 한수원과 5개 발전자회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정부가 구상하는 수준의 탄력운전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실제 한국의 원전 운영 환경에서는 현장 적용에 뚜렷한 한계가 존재하며 사실상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기후부가 탄력운전 기술개발 착수 자체를 성과로 포장하고 향후 연구 확대를 예고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고 정책집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위험성과 불확실성이 큰 기술에 무책임한 도박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후부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SMR 특별법 제정과 차세대 원전 산업 육성을 노골적으로 정책계획에 담겠다는 발상이다. SMR은 아직 상용화조차 입증되지 않은 미완의 기술이며, 막대한 비용과 안전성, 핵폐기물 문제 등 수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실증과 상용화, 수출까지 전주기 산업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하려 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이름 아래 핵산업계 일감을 몰아주겠다는 것이며, 재생에너지 확충 및 수요관리 기술과 정책 개발에 집중해야할 자원을 실체없는 핵산업 신기루에 낭비하겠다는 것이다.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은 기후부가 스스로를 규제 부처가 아닌 특정산업 진흥 부처처럼 인식하고 있는 잘못된 정책 기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 지표 설정과 향후 계획이 원전산업 생태계 회복을 제1의 목표로 삼았던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이재명 정부에서 신설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이어 받은 결과인지, 또는 이재명 정부도 윤 정부의 핵 진흥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상행동은 기후부가 이 보고서의 크나큰 문제점을 인정하고 핵발전 산업과 관련한 내용을 전면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부처 이름에 포함된 ‘기후’와 ‘환경’이라는 단어에 최소한의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기후부는 핵산업 진흥을 앞세운 모든 정책계획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시급히 바뀌어야 할 것은 부처 정책의 성과지표다. 평가지표에 ‘원전산업 진흥’ 항목을 당장 걷어내고, 핵발전 감축과 폐쇄를 위한 ‘탈핵 로드맵’ 항목을 신설하고 이에 대한 엄중한 평가와 실질적인 환류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6년 5월 11일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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