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와 협력방향 내부 합의 없는 협의체 강행 중단해야
또 다시 ‘조율’이란 이름으로 대북정책 자율성과 독자성 침해 용납 안 돼
외교부가 미국과 대북 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한미 대북 공조 정례 협의체’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와 통일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일(12/16) 고위급 협의를 강행한다고 한다. ‘조율’과 ‘공조’는 필요하지만, 우리 대북정책 자율성과 주도성을 거세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될 우려를 제거하지 않고 강행되어서는 곤란하다. 한반도 평화나 남북관계 회복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미 실패한, 제2의 ‘한미워킹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협의체 추진에 앞서 우리의 대북정책 목표와 전략부터 명확히 하고 그 수단으로 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 목표도 과정도 불투명한 ‘대북 공조 정례 협의체’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며, 출범 강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외교부는 한미 협력 이행 방안 마련에 집중하는 팩트시트 관련 협의체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믿을 수 없다. 팩트시트 자체가 빈 구석이 많을 뿐만 아니라 대북정책 협력에 관한 모호하고 포괄적인 선언도 포함하고 있어 ‘코에 골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포괄적인 간섭이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당시에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과 대북전략이 발표되기 전이었다. 지금도 미국의 대북정책이 존재하는지 불투명하다. 한편, 이재명 정부도 ‘END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바 있기는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명확한 단계별 목표와 우선순위를 국내외에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협의체는 당국자들끼리의 깜깜이 협의체가 되어 우리 대북정책을 그때그때 미국이 원하는 속도와 폭에 꿰어맞추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한 미 대사대리 등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과도하게 간섭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리는 지난 2018년 한미 워킹그룹의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대북 제재 이행과 남북 협력의 균형 잡힌 조율’이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한미워킹그룹’은 우리 정부의 주도적 남북 협력 구상과 계획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미국 제재 위주의 처방으로 타미플루 지원과 같은 인도적 협력조차 어렵게 만들었으며, 남북 정상의 합의 이행에 대해서도 번번히 발목을 잡아왔다. 개별 관광 추진 등에 대해서도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자주권과 독자성을 침해하였다. 이로인해 남북 대화나 남북 협력의 동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대화채널이 완전히 차단되고 남북 간의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실패한 정책의 전철을 밟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NSC 상임위원회나 대북정책의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외교부가 ‘대북 공조 정례 협의체’를 강행할 이유는 없다. 이재명 정부가 대북 정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남북관계 복원의 시작마저 봉쇄해 버리는 오판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5년 12월 15일
시민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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