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 전부개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
염형국 l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기존의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 관련법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 이전 정신질환자에 관한 정책은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여 일부 시행되었다. 1981년에 제정된 심신장애자복지법에서 정신장애를 장애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정신질환자는 사회복지정책의 대상이면서도 장애인복지정책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1995년도에 제정되어 1997년 3월부터 시행된 정신보건법은 제정 당시부터 치료의 대상으로서의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규정하였고, 2000년에 장애인복지법시행령이 개정되어 정신장애가 장애범주에 포함되게 되었으나,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정신보건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정신질환자에 대하여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배제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기존 정신보건법은 의료법의 특별법·사회방위법으로서의 성격을 가질 뿐 사회복지를 포괄하는 복지입법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 법조문 중에 사회복지에 관한 내용은 ‘사회복귀시설의 설치·운영’에 관한 조문과 정신보건전문자격 중에 ‘정신보건사회복지사’를 둔 것에 불과한 정도이다. 오히려 사회복귀시설에 관한 조항을 정신보건법에 규정함으로써 정신장애를 가진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복지서비스전달체계는 장애인복지체계에서 제외되어 보건소 산하의 의료체계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정신보건법에서도,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지원받기 어려운 복지의 사각지대에 처해왔다.
정신보건법 시행으로 정신의료기관의 병상수의 증가와 입원, 수용의 장기화라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시설수용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는 정신질환자 탈시설이라는 전세계적인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기존 정신보건법의 사회방위적 성격과 본질에서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통합 지원을 위하여 설립된 정신보건센터는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통합을 위한 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다.
정신보건법 개정의 경과 및 주요내용
이에 2013년부터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를 중심으로 정신보건법 개정 및 강제입원제도 개정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었다. 당시 정신보건법 폐지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 정신보건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가인권위 집단진정을 제기하였고, 그 이듬해인 2014년 1월 정신보건법상 강제입원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복지부에서는 그 즈음에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을 국회발의하였다. 2014년 5월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정신질환자의 인신구제청구사건 진행 중 정신보건법상 강제입원조항에 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고, 2016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위 조항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2015년 1월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 공동행동이 결성되어 2015년 7월 국회 김춘진 의원실을 통해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을 발의하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2015년 하반기에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안 및 복지부의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에 관해 연달아 공청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청취하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안 및 복지부의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을 통합한 위원회 대안을 마련하여 2016년 4월 위 대안을 통과시켰고 위 대안은 2016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우선 법명칭을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로 변경하였고,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중증정신질환자로 축소, 전 국민 대상의 정신건강증진의 장 신설, 비자의 입원·퇴원 제도 개선,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 추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부개정된 정신보건법의 주요내용
가. 법률의 명칭을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변경함.
나. 법 적용 대상인 정신질환자의 정의를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함(제3조제1호).
다. 정신건강증진의 장을 신설하여 일반국민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 근거를 마련함(제7조부터 제18조까지).
라. 복지서비스 개발, 고용 및 직업재활 지원, 평생교육 지원, 문화ㆍ예술ㆍ여가ㆍ체육활동 지원, 지역사회 거주ㆍ치료ㆍ재활 등 통합지원, 가족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 등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 근거를 마련함(제33조부터 제38조까지).
마. 환자 본인 및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입원을 신청하고, 정신과 전문의 진단 결과 환자 치료와 보호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72시간의 범위에서 퇴원을 거부할 수 있는 동의입원 제도를 신설함(제42조).
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시 입원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여 진단입원 제도를 도입하고, 계속 입원 진단 전문의 수 및 소속을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그 중 국공립 정신의료기관 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가 1명 이상 포함되도록 함)으로 하며, 계속입원 심사 주기를 단축함(제43조).
사.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 제도 개선을 위하여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유형 중 하나인 시장․군수․구청장이 보호의무자가 되는 경우를 삭제하고, 경찰관이 행정입원 신청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며, 행정입원 기간을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기간과 같이 조정함(제44조 및 제62조).
아. 각 국립정신병원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안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설치하여, 보호의무자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 의한 입원의 경우 입원사실을 3일 이내에 위 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고, 위원회는 입원의 적합성 여부를 1개월 이내에 판단하도록 하는 등 입원 단계 권리구제 절차를 강화함(제45조부터 제49조까지).
자. 정신건강심의위원회의 결정 유형을 퇴원, 임시퇴원, 처우 개선 조치 외에도 외래치료명령 조건부 퇴원, 3개월 이내 재심사, 다른 정신의료기관 등으로의 이송, 자의입원 또는 동의입원으로의 전환 등으로 다양화함(제59조).
차. 입원 환자의 회전문 현상, 입원의 장기화, 반복되는 재입원의 문제를 통제하기 위하여 입원․퇴원 등과 관련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함(제67조).
카. 종전의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 범위 규정을 인용하고 있는 다른 법률의 경우에는 각 자격제도 등의 특성 및 법적 안정성을 고려하여 해당 법률의 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종전의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 범위가 그대로 적용되도록 부칙에 경과조치 규정을 마련함(부칙 제7조).
개정된 정신보건법 관련 논란
전면개정 된 정신보건법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이해관계자 단체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측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이나 제대로 치료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게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안을 심의하면서 전문가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임상 현장에서 실행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내용들도 있다. 전국에 130개 이상 존재하는 법원조차 신속성과 접근가능성이 문제점을 제기되는 현실에서 전국적으로 5개에 불과한 국립정신병원이 주관이 돼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연간 수십만 건에 달하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적합성을 판단한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반대하였다. 2)
또한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인 한국정신장애인연대 측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전부개정안은 강제입원과 장기입원의 피해를 더욱 심화시킬 조항들이 있다. 전부개정안을 보고 최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이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경찰에 끌려가게 될 판이기 때문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하였다. 3)
그리고 정신의료기관협회는 “간혹 불거지는 불법입원을 막기 위해 방대한 조직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재정과 인력 낭비다. 국립정신병원에 입원적정성 평가위원회를 만들지 않아도 기존 정신보건심판 위원회의 계속치료 여부 심사, 심평원 적정성평가 및 현지조사 등 많은 제도가 있다. 개정안의 대한 관련단체임에도 의견수렴 절차도 일체 생략됐다. 개정안을 알게 된 것도 상임위 통과 후 3일 후에 제 3자를 통해 알게 됐다. 사전협의, 조정, 공청회, 의견협조, 회의 등의 절차가 없이 비밀리에 처리됐다”고 반발하였다. 4)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의 의미와 향후과제
이해관계단체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전부개정된 정신보건법은 사인들 간에 재산권 탈취·사적 감금의 수단으로 악용되어왔던 정신보건법상 강제입원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정신질환자들이 정신병원에서 퇴원하여 지역사회에 복귀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복지조치의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등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개정법에서 정신병원에의 강제입원요건과 절차가 훨씬 강화되었다. 현행법에 의하면 정신질환자가 자·타해 위험성 또는 입원의 필요성 어느 하나의 요건만 갖추면 입원이 가능하였는데 개정법에서는 두 가지 요건 모두를 갖춰야 입원이 가능해졌다. 또한 현행법에는 없던 2주의 진단입원기간을 두어 입원필요성을 진단하도록 하였다. 최초입원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였고, 계속입원의 경우 현재는 1명의 정신과 전문의 소견만으로 가능하던 것을 2명 이상의 정신과 의사의 소견을 받도록 하고, 이 중 1인의 의사는 해당 의료기관 소속이 아닌 다른 병원의 의사로 하도록 하였다.
또한 개정법에서는 동의입원 조항을 신설하였는데 이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입원하되 보호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으로 서구에는 있으나 한국과 일본에만 없는 조항이었다. 그동안 자의입원을 하려 해도 병원측에서 진료비나 퇴원수속 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으로 하도록 유도해 온 기존의 관행을 개선하고, 강제입원 비율을 줄이기 위해 신설한 것이다. 본인이 퇴원하고자 하는 경우 언제든 퇴원할 수 있고, 정신과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최대 72시간 동안만 퇴원을 거부할 수 있다. 강제입원으로 전환할 경우 강화된 요건을 다시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남용될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복지서비스 제공의 장이 신설되어 국가 및 지자체에 정신질환자에게 적합한 복지서비스 개발지원체계를 갖추고, 고용·직업재활지원, 평생교육지원, 문화·예술·여가·체육활동 지원, 지역사회 거주·치료·재활 등 통합 지원, 가족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을 시행하도록 하는 근거조항을 마련하였다. 그동안 장애인복지 담당부서에서도, 정신보건 담당부서에서도 서로 정신질환자 복지문제는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고 하여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려 병원이나 시설에 갇히게 되었는데, 앞으로는 양쪽 부서가 서로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복지에 관해 협업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개정 정신보건법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현재 헌법재판소에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조항에 대한 심판이 진행 중인바, 헌재에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등 위헌 취지로 결정을 내릴 경우에 그러한 취지에 따라 강제입원조항에 대한 재개정이 추가로 필요해질 수 있다. 또한 경증 우울증 환자의 정신과 치료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의를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축소하였는데 경증 우울증 환자 진료의 보험처리, 약물중독이나 알콜중독자의 정신질환자 시설이용 등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행정입원에서 경찰관의 입원 요청권 부여로 인해 공권력 남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정확하게는 경찰에게 행정입원 신청권을 바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의사나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행정입원 신청을 요청할 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의 요청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정신병원 강제입원의 적합성을 심사하기 위해 이번에 신설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 대상은 한 해 175,000건으로 추정된다. 이 업무를 위해 국립정신병원 5곳뿐만 아니라 ‘국립정신병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라고 법에 명시되었으나 기관수를 늘린다고 해도 얼마나 꼼꼼히 심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입원적정성심사위원회는 잘 감시하지 않으면 형식적 서류심사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2워에 발표한 복지부의 ‘정신건강종합대책’에서는 장기적으로 사법기관이 입원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개정 정신보건법이 올바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개정법 취지에 부합되는 하위법령이 제정되어아 하고 법시행을 실질화할 수 있도록 정신병원 입원환자 지원에서 지역사회 통합 복지지원으로 차츰 변경해나가야 한다. 복지부와 지자체는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정신질환자 자립지원사업 시범실시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정신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는 기반을 하나하나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해소를 위한 인식개선활동과 지속적인 권리옹호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6년 8월호(제2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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