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08-01   3719

[동향1] 한국의 사회복지 지표와 사회권 현실

한국의 사회복지 지표와 사회권 현실 1)

남기철 l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인의 삶의 질과 사회권

우리나라는 1990년에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소위 사회권 규약을 비준하여 당사국이 되어 있다. 이 조약은 당사국이 160개국 이상이다. 사회권 규약을 비준한 당사국은 국가보고서 제도를 통해 이행여부를 유엔 사회권 위원회로부터 검토 받고 있다. 2008년 선택의정서에서는 당사국 내에서 사회권을 침해당했을 때, 유엔사회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으며 심각한 사회권 침해사례에 대해서는 유엔사회권위원회가 정보를 입수하였을 때 조사권한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실제 국민의 사회권 보장을 위한 노력의 정도에서 충분한 실효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가, 또 이에 대한 개방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인권 혹은 사회권이라는 용어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진보진영만의 몫으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권 규약에 따라 우리나라가 유엔에 제출하는 사회권 보고서는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의 보고서에 적시된 우리나라 사회권 상황과 정부의 노력이 국민들의 체감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정부는 사회권 보고서에서도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충분한 노력을 경주하였다며 구체적 사회권 개선의 쟁점과 국민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의 현실적 요구를 경시한다. 심지어 제때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공표해야 할 책임마저 지키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사회복지 지표와 관련된 현황내용을 통해서 우리나라 사회권의 실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사회권의 범위는 매우 넓다. 경제, 노동, 사회복지, 환경, 성(gender), 소수자의 권리 등 다양한 분야의 쟁점들을 망라하고 있다. 사회복지를 넓은 의미에서 해석할 때는 관련 내용을 더 넓게 포괄할 수도 있으나 이 역시 경계는 모호하다. 따라서 이 현황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도 간단하고 명료한 주제는 아니다.

70여 년 전 영국에서는 베버리지 보고서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영국사회가 지향하는 복지국가의 상을 국민들에게 선언하며 5대 거인(사회악)인 결핍(want), 질병(disease), 무지(ignorance), 불결(squalar), 나태(idleneaa)와 싸워가는 국가를 표방한 바 있다. 비교적 최근에는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를 핵심개념으로 하여 새로운 방식의 빈곤과 사회문제 해결을 사회통합 가치의 구현을 위해 행동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의들에서는 전반적인 삶의 질과 관련된 하위 구성체나 지표를 몇 가지로 정리하기도 하였다.2) 사회권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최근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을 나타내는 몇 가지 대표적인 지표를 통해 삶의 질이 어느 정도로 보장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초저출산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위 ‘출산파업’이라는 말이 유행하였던 바 있다. 여성, 혹은 넓게 보아 상당수 젊은층에게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선택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아동과 청소년은 과잉경쟁과 왜곡된 교육체계 속에서 최저의 행복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혹시라도 향후의 더 나은 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해서 무리하게 고등교육을 받고자 하는 고등교육 비율 1위의 현상도 나타난다. 여건이 좋지 않은 근무처이지만 위험하고 또 가장 긴 노동시간을 나타낸다. 그렇다고 해서 안정된 일자리도 아니다. 사회적 안전망이라 할 수 있는 사회복지는 최저수준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수준을 넘어서고 있고 여기에는 주거비, 교육비의 과중한 부담이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살률은 부동의 1위를 나타내고 있다. 노인기에 접어들었을 때, 사회보장이 취약한 상태에서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과 빈곤율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다양한 사회지표 중 긍정적인 내용의 지표도 있을텐데 부정적인 지표만 나열한 것은 균형감이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을 거치면서 정부를 비롯한 기존의 공공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 삶의 질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4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사회가 불안하다”는 응답이 50.9%이다. 이는 그 전인 2012년 조사결과(37.3%)에 비해 급격히 높아진 수치이다. 이를 세월호 사건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가 기본적인 안전과 안정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현실인식이 일반화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OECD의 36개국에 대한 ‘더 나은 삶의 질 지수’ 조사결과에서 우리나라의 삶의 만족도는 2013년 26위, 2014년 25위, 2015년 29위의 하위권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공동체 지수에서는 2013년과 2014년에는 34위, 그리고 2015년에는 조사 대상국 중 꼴찌인 36위로 나타났다.

삶의 질에 대해 적어도 어느 정도의 만족을 나타낼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권리’가 보장된 것이라 할 수 있는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생애주기별로 우리나라 국민은 매우 만족스럽지 않은 삶의 질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노동과 빈곤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루어진 이후 구조조정과 조기퇴직은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인 상황이 되었다. (세계적인 경제침체의 탓이라고도 하지만) 심각한 실업문제에 봉착해 있기도 하다. 사회보장체계에 의한 사회적 임금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노동시장문제는 곧장 빈곤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노동시장에서의 문제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것은 청년실업이다. 청년실업의 문제와 관련된 여러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그림 1-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들어 청년실업률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2016년 들어서는 1월 9.5%, 2월 12.5%, 3월 11.8%, 4월 10.9% 등 유례없는 10% 이상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청년층은 비정규적 일자리로 경제생활을 시작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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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6년 3월 전체 임금근로자 중 약 1/3이 비정규직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에는 간접고용이나 특수고용 등이 과소집계 되어있어 실제로 비정규직 규모는 50%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추정(이창근, 2015)하기도 한다. 김유선(2014)의 분석에서도 2014년 8월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토대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전체 노동자의 45.4%에 달하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해당 시점의 공식적인 통계청 자료는 비정규직 규모는 약 608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2.2%로 발표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절반 정도의 임금만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은 전일제의 고정적 근로를 선호하지 않아 유연한 형태의 근로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정규직에 진입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하급 노동시장과 환경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김유선(2015)은 노동자 8명 중 1명꼴로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법정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계층 일소, 임금격차 해소, 분배구조개선’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근로감독 행정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 지적하기도 하였다. 현재 노동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동 유연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해고를 쉽게,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임금삭감의 방식으로 시행되는 임금피크제 등의 방향에 천착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자리를 나누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인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우선이지, 동일한 임금을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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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빈곤 양상의 특징으로서 심각한 노인빈곤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전반적인 수치를 통해서 확인되는 우리나라의 빈곤율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다른나라보다 높은 편이지만 이보다 훨씬 두드러지는 점은 노인빈곤의 심각성이다. 노인은 경제활동 참여가 적은 인구층이므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빈곤율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인구 빈곤율 평균의 3-4배에 달하는 노인빈곤율을 나타내는 나라는 없다. 이는 연금 등 사회보장의 취약성이 직접적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폐지를 모으는 노인’의 모습이 일상화되어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고용률이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낮지 않다. 전국노인생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약 30%는 일을 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치이다. 그런데 빈곤율은 높다. 일견 양립될 것 같지 않은 이 두 가지 지표상황은 모두 노인에 대한 소득보장의 취약성과 관련되는 상황이다.

주거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00년대 들어 100%를 넘어섰다. 현재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주택보급률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많다는 의미로 절대적인 주택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초적·물리적 토대가 구축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2006년 16.6%, 2008년 12.7%, 2010년 10.6%, 2012년 7.2%, 2014년 5.4%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주거관련 비용의 문제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2014년 주거실태조사를 통해서 볼 때, 전국의 PIR(연간소득대비 주택가격)은 중위수 기준으로 4.7배, 수도권은 6.9배로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는 8.3배로 나타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고 완만하지만 점차적으로 상승하는 경향도 보인다. RIR(월소득대비 임대료)은 2014년 중위수 기준으로 20.3%, 수도권은 21.6%로 나타나고 있다. PIR이나 RIR 수치의 절대적 측면보다도 특정 지역에서 주택가격이나 임대료의 급격한 변동 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저렴주택의 부족으로 인해 낮은 주택품질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매우 높게 나타나는 점 등의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2014년 주거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전체 가구의 71.7%가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월세가구는 200년의 14%에 비해 2014년에는 23.9%로 거의 10% 정도의 급격한 상승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구조인 전세 비율의 하락과 함께 하고 있다. 현 주거에서의 거주기간은 7.7년인데 자가가구는 10년 이상이지만 전월세가구의 경우 약 3-4년 정도로 나타난다. 주거불안정이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을 포함한 많은 가구에게도 큰 문제가 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가구의 대부분이 가계자산의 절대액을 주택에 투입하여 소비 여력이 제약된 상황이다. 가계부채의 문제도 주거비와 직접적 관련을 가지고 있다. 과도한 주택가격상승과 투기열풍의 조장으로 인해 서민가구까지도 소득에 비해 과도한 주택구입자금을 사용하도록 (정부가) 방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적극적인 주거복지 정책으로 여겨지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에서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빈약한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영구, 50년, 국민임대 등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는 약 93만 호로 전체 주택재고의 6.1% 수준이다. 대표적 수요자 지원제도인 주거급여가 80만 가구 수준인데 이와 함께 고려해볼 때 공공의 개입은 매우 빈약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사실상 한국과 같이 광범위한 민간임대 환경을 정글과 같은 약육강식 상황에 방치하여 많은 사람들이 주거(비용부담)로 인한 고통을 겪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의 경제체계에서 낙수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주거의 영역에서도 ‘주거순환과정’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재개발의 과정에서, 저렴주택의 부족으로 인해 극단적인 주거취약계층이 양산되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벌집이나 판자촌이 매우 많다가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최근에는 고시원 거주자가 늘어난 것처럼 시기적으로 극단적인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양상은 변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심각한 주거의 배제를 경험하는 시민들은 계속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극단적 주거취약계층은 일반적인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기 때문에 각종 통계나 정책대상에도 잘 포착되지 못하고 있다. 극단적 주거취약계층의 전반적 실태에 대해 거의 유일한 전국 조사라 할 수 있는 2012년 한국도시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거리노숙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쪽방, 여인숙, PC방, 비닐하우스 등을 잠자리로 활용하고 있는 인구수는 확인된 것만으로도 20만을 상회하고 있다.

건강

미국의 대통령인 오바마가 한국의 건강보험에 대해 칭찬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곤 했다. 선진국 중에서 의료가 가장 시장화되어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가 부럽게 여겨질 수도 있다. 사실 OECD Health Dat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건강(보장)수준은 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영아사망률 3.0%로 OECD 평균 4.1%에 비해 낮고 미국(6.0%)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다. 기대수명도 81.8세로 OECD 평균의 80.5세, 그리고 미국의 78.8세보다 높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인 자살률과 같이 부정적인 상황도 만만치 않다.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한 주관적 인식도 OECD 최저수준이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35.1%로 OECD 평균인 69.2%에 비해 절반 수준이며 조사국가 중 가장 낮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대상의 건강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자랑의 근거가 되곤 한다. 그러나 이 공공성이 사실은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미국의 사례이지만‘식코(sicko)’라는 영화를 통해 소개되었듯이 의료를 영리시장체계에 맡겨둘 경우 국민의 건강권이 적절히 보장되기는 어렵다. 그런데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나라 건강보장체계는 (영리적이지 않고) 공공성이 잘 견지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제도 보장수준이 2009년 65%, 2010년 64.6%, 2011년 63%, 2012년 62.5%로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4차 사회권 규약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검토의견서에 따른다면, 의료비의 본인부담률이 매우 높다는 점, 보험료 체납 등으로 인해 의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의 규모가 250만 명에 이른다는 점 등 의료보장의 사각지대가 매우 넓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건강보험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들까지 감안한다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보장률은 55%정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타나고 있다.

OECD Health Data(2015)에 따르면 경상의료비 중 공공재원의 비율은 우리나라가 55.9%로 OECD 평균인 72.7%에 크게 미달하며, 칠레(46.1%), 미국(48.2%), 멕시코(51.1%)만이 우리나라보다 다소 낮을 뿐이다. 경상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비율은 36.9%로 OECD 평균인 19.5%보다 매우 높으며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는 멕시코뿐이다.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의료비 비율은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았지만 최근 몇 년 간 급격히 증가하여 이제 OECD 평균 수준이다. 국민의료비의 증가를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공공의 보장비율은 줄어드는 상태에서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는 결국 의료비 과부담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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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관련하여 비용이라는 장벽이 얼마나 작용하고 있는가하는 점이 건강보장의 측면에서 중요한 이슈가 된다. 전체 가구소득에서 의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넘는 가구 수가 20.6%에 달하며, 40%를 넘는 가구도 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난적 수준의 의료비로 인하여 빈곤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가구소득의 10%가 넘을 경우 빈곤으로 떨어질 확률이 18.6%, 40%가 넘을 경우 30.2%)에 대한 지적(송은철․신영전, 2014)에서처럼 우리나라의 빈곤층이 생활위기의 주요한 원인으로 언급하는 것이 과중한 의료비 부담이기도 하다.3)  

건강보험의 보장성 문제만이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의 취약성 역시 짚어보아야 할 사항이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은 전제 기관 수 대비로는 5%대, 전체 병상 수로는 9%대로 그 상대적 비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 당 병상 수는 약 11개이다. 요양병상이 수적 우위를 점하는 일본에 이어 2위로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이 중 공공병상의 비율은 1.19개로 OECD 평균(3.25개)의 절반 수준이다. 또한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는 18개 국가의 공공병상보다도 낮은 비율수준이다(조승연, 2015). 

사회권과 공공성

한국사회는 1990년대 말 IMF 체제를 거치면서 사회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일상화되었듯이 가구주의 완전고용에 기반한 안정성의 인식은 붕괴되었다. 또한 불안정안 비정규직이 확산되었으며, 성장의 정체 및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되었다. 이는 일반적인 경제침체나 위기시의 일시적 어려움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대두되었다는 것은 그 특성에 맞추어 국가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적극적인 위험 대응 활동을 전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새로운 사회위험의 대두와 관련된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여 개인과 가족의 삶을 보장해주는 장치들, 특히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복지국가의 틀이 제대로 구성되지도, 작동하지도 않음으로써 개인의 삶에서부터 필요한 최소한의 보장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근대적 사회보장체계가 성립이 늦어 완성되기도 전에 새로운 위험구조에 직면하고 있다. 소위 신사회위험과 구사회위험의 중첩적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노인빈곤문제가 가장 대표적인 양상이다. 근대적 보장제도의 전형인 국민연금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뒤늦은 도입으로 인해 아직 제도 성숙기에 이르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연금제도를 통한 노후소득보장을 경험해보기도 전에 새로운 빈곤의 위험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사회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중첩된 위험성의 과제가 많은 국민들에게 생활상의 위기와 어려움으로 현상화되고 있다. 사회권은 21세기 한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생활의 품질을 요체로 한다. 그리고 이 사회권의 보장은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시장체계에만 의존한 성장(그 성장도 한계에 도달한 것이 현재의 시점이다!)은 일부 계층에게만 그 편익이 독점된다. 국민 다수의 권리로서 생활수준의 보장은 국가의 적극적 활동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국민의 삶의 질 측면에서 공공역할이 대단히 소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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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빈곤 관련 통계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부각되는 특징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노인빈곤의 심각성이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두드러지는 것은 시장소득, 경상소득, 그리고 가처분소득 기준의 빈곤율에서 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럽의 국가들이 시장소득의 상황에서 20%를 훨씬 상회했던 빈곤율은 국가개입 이후의 속성지표인 가처분소득에서는 1/3 미만인 한자리 숫자로 줄어든다. 반면 우리나라는 처음 시장소득 수준에서는 높지 않았던 상대적 빈곤율이지만 경상소득, 그리고 가처분소득에 이르러서도 그 수치가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수준의 빈곤율을 나타낸다. 자유주의적 복지국가의 대표적 사례인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도 우리나라보다는 현저히 많은 빈곤율 경감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대표적인 사회권의 소재일 수 있는 빈곤의 문제와 관련하여 국가의 역할이 취약함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자주 이야기되고 있는 부분이 GDP 대비 사회지출비 규모이다. 사회지출비 비율을 통해 확인되는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 낮다”는 것은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지출비가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현재의 시점에서도 OECD국가들과의 비교는 무의미한 수준이다. 아직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가 목지를 비롯하여 국민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해 사회지출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늘 ‘성장론’에 입각한 반론이 제기된다. 이 반론은 제기가 되는 정도가 아니라 많은 경우 보수적 정부의 권력에 의해 강력하게 지지되곤 한다. 자주 이야기되는 것은 서구 선진국가들과 우리나라는 아직 경제수준이 차이가 나므로 일단 성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구의 선진국은 이미 충분히 복지를 실현할만한 선진국형 발달을 이루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복지국가로서 성숙되지 않은 초기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복지비 비율을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감안하여 1인당 GDP 1만 불의 시점과 2만 불의 시점을 각기 상정해도 비교해보아도 우리나라의 사회지출비가 적다는 점은 동일하게 확인되고 있다. 그 차이가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점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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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천부적인 것이지만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인권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 중에서 상대적으로 짧듯이 그 보장을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보장 등 국가의 공공정책을 통해서 확보되는 부분이 많다. 사회권은 국민의 삶의 질과 관계된다. 자유나 제도적 권리를 규정한 자유권적 기본권에 대해서 독립변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공공정책은 사회권을 보장하기에 매우 소극적이다. 그리고 다소 성급하게 복지재정의 과도함에 대한 논의가 나타나기도 하고 보육지원 등 프로그램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는 현상 등은 긍정적인 것이라 보기 어렵다. 사회권 보장을 위해서는 복지 등 공공정책이 개별 프로그램으로서만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장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삶의 질을 성과차원에서 목표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 지금 제기되는 역사적 과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고 이는 곧 사회권 확보이다. 공공성에 기반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임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정부의 몫이다.

1) 이 글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고용복지법센터가 주최한 2016 사회권 심포지움에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2)  유럽연합에서는 저소득비율, 소득분포, 빈곤지속성, 상대적 중위소득 격차, 지역적 결속력, 장기 실업률, 무직 가구원, 조기 교육기회 상실자, 평균 기대수명, 소득수준별 자각 건강상태 등의 10가지 1차적 지표를 통해 주류사회에 통합되지 못하는 사회적 배제의 위험성을 사정하고 공공이 개입해야 할 준거로 삼고 있다. 
3) 민간재원을 활용한 위기가정지원사업 지원신청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서 위기상황의 직접적 원인에 대해 2014년과 2015년 모두 ‘가구원의 건강악화’라는 응답이 30%대로 1순위의 원인으로 확인되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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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철·신영전(2014), “재난적 의료비 지출이 빈곤화 및 빈곤지속에 미치는 영향”, 보건행정학회지, 제24권 제3호.
이창근(2015), “노동시장 구조개선 해고 : 노동자 하향평준화 정책”, 복지동향 199호.
이태수(2015), “한국 복지국가의 현재적 상황과 조건”, 한국 복지국가 모델 구축 연구 : 2015 진보진영의 한국판 비버리지보고서, 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조승연(2015), 공공병원 부재로 인한 문제점과 해결방안. 복지동향 202호.
참여연대 외(2015),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4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안)에 대한 인권시민단체 검토의견서.
한국도시연구소(2012), 주거취약계층 전국실태조사보고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빈곤통계연보』. 각년도.

월간 <복지동향> 2016년 8월호(제2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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