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6 2016-08-01   2650

[동향2] 한국의 복지 논쟁과 여성 사회권

한국의 복지 논쟁과 여성 사회권

황정미 l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들어가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사회적 양극화는 계속 심화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세습자본주의 고착화로 인한 ‘수저계급론’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복지 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더불어 보편적 복지, 기본 소득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가열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보편적 복지를 상징하는 정책은 무상 급식, 무상 보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보편적 복지를 무상 혜택 혹은 획일화된 복지로 받아들이는 것은 큰 오해다. 보편적 복지의 핵심은 사회권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권 논의를 체계화한 마셜(T. H. Marshall 1992)은 단지 최소한의 경제적 생존을 넘어서서 “사회적 유산을 충분하게 공유하고 당시의 지배적 기준에 따른 문명화된 삶의 수준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곧 사회권이라고 정의하였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면 사회권은 계급 불평등에 대한 개입, 사회보험과 같이 국가에 의한 소득보장을 중심에서 더 나아가 계급이 아닌 성별, 인종 등 사회적으로 불리한 집단에게 평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문명화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 과정에서  시민들 내부의 다양성과 차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다. 많은 여성학자들은 복지국가와 사회권에 내포되어 있는 남성중심성과 그로 인한 여성의 배제 문제를 비판적으로 논의해 왔다. 여성 사회권은 이른바 ‘취약 집단’으로서의 여성을 보호하는 일부 제도에만 국한될 수 없으며, 보다 포괄적인 사회보험 및 복지정책의 변화가 여성의 사회권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복지정책이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세 가지 흐름을 주목해 보자. 첫째 복지제도 확장기는 또한 한국에서 여성정책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평등한 가족, 여성의 경제활동 및 사회참여 확대, 여성 복지의 증진에 대한 요구들은 복지 개혁이나 사회정책의 아젠다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사회보험 가입 범위를 소규모 영세사업장까지 확대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고용보험 기반으로 노동자의 일-가족 양립지원 정책이 도입된 것도 여성의 사회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그 의미를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기초연금과 무상 보육이 도입되었다. 이는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대다수 여성들을 포용하는 새로운 제도이며 획기적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실제 실행과정에서 재정 부족, 복지 조정을 이유로 다양한 방식의 맞춤형, 혹은 선택형 제도로 그 의미가 교란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 글은 1998년 이후 한국 복지정책의 확장 및 조정 과정에서 성평등 아젠다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세 가지 정책 영역, 즉 국민연금, 일-가족 양립지원제도, 그리고 공보육 지원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외형적 복지제도 확장이 실제로 여성의 사회권을 두텁게 보장하게 될 것인지, 복지 수급권 혹은 복지 서비스 접근에서 성별 격차 혹은 성별에 따른 배제가 지속·확장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제와 격차를 결정하는 요인은 노동시장의 성별 이중구조, 그리고 생애주기에서의 성별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논점들을 모두 다루기는 어렵겠지만, 기존 연구들에 기초하여 일련의 정책 변화가 여성의 사회권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 주요 쟁점과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연금제도 개혁과 여성의 수급권

한국에서 여성의 연금수급권 문제를 공식적인 정책 과제로 다룬 보고서는 1995년 국민복지기획단의 『삶의 질 세계화를 위한 국민복지 기본구상』이 처음이며, 이후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 기획단에서 여성의 연금수급권 확보를 위한 구상이 논의되었다.1) 첫째로 주목할 개혁은 이혼 시 연금을 분할하는 분할연금의 도입이다. 처음 도입된 1998년에는 분할연금을 받는 배우자가 재혼할 경우에는 더 이상 수급 자격을 유지할 수 없었지만, 2008년 연금개혁을 통해 이혼한 배우자가 재혼한 경우에도 분할연금 수급권이 박탈되지 않도록 개정되었다. 분할연금은 연금제도 하에서 배우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출산 크레딧 제도가 도입되었다. 크레딧 제도는 일차적으로 시장에서 불가피한 사유, 즉 출산, 돌봄, 학업 등으로 임금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전해 주는, 노동권에 기반한 사회적 권리의 성격을 갖는다.2) 우리나라에서 크레딧 제도는 가입자의 소득보장성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출산 장려조치의 차원에서 도입되었다. 그런데 한국의 출산 크레딧은 여성(어머니)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가족단위의 보상이다. 연금수급권이 있는 부부가 자녀를 출산한 경우 합의에 의해 어느 한쪽의 가입기간에 산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부와 모가 합의하지 않는 경우 균분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2008년 기초노령연금 도입에 이어 2014년부터 기초연금이 실시되었다. 기초연금은 남성에 비해 여성 노인의 빈곤을 완화하는데 더 큰 효과가 있는데, 이는 기초연금이 각출식 연금과는 달리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보편적인 급여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석재은 외(2015)의 분석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 중 여성이 67.3%로 남성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65세 이상 전체 여성의 공적 연금 수급율도 86.3%로 크게 올라간다. 그러나 문제는 기초연금 만으로는 여성 노인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데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공적 연금의 급여 수준(소득대체율)이 낮아 미래의 빈곤문제 해결에도 한계가 있다. 앞으로 공적연금을 수급하는 노인(특히 여성 노인) 중 상당수가 기초연금만 받게 된다는 점에서, 연금을 수급한 후에도 빈곤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공부조제도의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3)

이러한 연금제도 개선이 여성의 사회권에 미치는 영향을 전체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일지도 모르겠다. 기존 연구의 공통된 논점들을 정리해 보면, 우선 여성과 관련된 일련의 연금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고용지위의 취약성과 그로 인한 사각지대 발생이라는 근본적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비경제활동 인구, 그리고 노동시장 내 불안정 고용이나 저임금으로 인한 납부예외자, 체납자 등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18~59세 근로연령의 여성 중 잠재적 수급권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로 추정된다. 이는 남성(58.0%)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4)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질 좋은 일자리’의 감소, 비정규직의 증가로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여성이 집중 고용되어 있는 산업과 직종에서 국민연금 가입율은 더욱 낮게 나타난다.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는 여성들, 그리고  특정 업종 종사자, 예를 들어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 서비스 종사자의 가입율이 낮으며, 직종별, 근로시간, 임금 수준 등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 비중에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5) 고용 지위가 취약한 사람들은 노후에 빈곤이나 결핍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지만, 이들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다수의 여성들이 독자적인 수급권의 사각지대에 있다면, 이들에게는 배우자의 연금에서 파생되는 수급권(유족연금)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연금개혁을 통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다. 이는 곧 국민연금이 남성생계부양자를 위한 노후소득보장체계로서의 성격을 점차 상실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피부양자인 아내의 권리로 생각되었던 유족 급여나 분할연금은 이제 보다 중립적인 ‘배우자’의 권리로 재정의 되었다. 일련의 연금제도 변화과정은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약화되고 각각의 고용지위에 근거한 개별 수급권 체제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인다.

일-가족 양립 지원

일-가족 양립은 국제 사회에서는 일-생활 균형(work-life balance)이라는 개념으로 주로 논의되어 왔다. 젠더 관점에서 본다면, 일-생활의 균형, 그리고 일-가족 양립 지원제도는 ‘노동자=남성생계부양자’라는 전제의 재정립을 의미한다. 남성은 일터에서 유급노동에 전념하고 여성은 가정에서 가사노동에 전념하는 전통적 성별분업의 변화가 그 배경에 있다. 여기에서는 자녀 출산 및 양육, 가족 돌봄을 유급노동 활동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산전후 휴가 및 배우자 출산 휴가, 육아 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육아휴직 인센티브 제도(이른바 아빠의 달) 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고용보험을 재원으로 출산 및 양육기의 유급휴가가 일정하게 보장되고 급여 수준도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이다. 자녀 출산 및 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막고, 또 그로 인한 소득상실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은 고용보험에 일정기간 가입한 노동자에게만 국한된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의 경우보다 더 낮기 때문에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비정규직, 단시간 근로, 불안정 저소득 고용층은 고용보험의 혜택에 접근하기 어렵고, 남성에 비해 여성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더 낮다.

최근의 정책변화는 남성들의 일-가족 양립을 위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남성들의 육아휴직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아빠의 달’, 그리고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러한 제도들은 한편으로 가족생활에서 성별 분업을 완화하고 남성의 돌봄 참여를 격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휴직 (또는 단축근무)은 전체적인 가구 소득의 감소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급여 수준에 따라 남성들의 휴직 선택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 또한 기업의 조직문화 차원에서 남성의 육아휴직은 곧 조직에 대한 헌신과 충성의 부족으로 여겨진다. 대다수 남성들에게 육아휴직은 규정 상 있으나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 혹은 현실적으로 승진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6) 육아휴직 사용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통계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노동시간이 매우 긴 국가이다. 일-가족 양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며, 특히 여성친화적인 일자리나 여성을 위한 시간제 근로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은 적정 임금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삶의 질과 사회적 배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는 오히려 여성을 주변적 일자리로 내몰거나, 남성의 단시간 근로는 생계를 위한 ‘투잡’으로 오히려 초장시간 노동을 조장할 우려도 있다. 7)

6.jpg

출산 및 자녀양육기 뿐 아니라 전체 생애주기로 시야를 넓혀보면, 근로시간과 성평등 문제는 서로 맞불려 있다. 윤자영·임주리(2014)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근로시간 유형은 남성가장 모형에서 자유주의적 유연화 모형으로 이동하고 있다. 8) 즉 근로시간의 성별 분포 변화를 살펴보면, 장시간 근로는 남성, 특히 기혼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주당 40시간 근로 유형에서는 남녀 비중이 비슷해 졌다. 반면 30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에서는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 요약하면 전반적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전일제 근로자들 사이에서 여성과 남성간의 시간 격차는 줄어드는 경향이다. 그러나 시간제 단시간 근로는 여성이 집중되어 있으며, 영미국가에서 나타난 자유주의적 유연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육지원 제도

최근 복지정책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것은 바로 보육지원 분야이다. 2004년부터 소득계층별로 차등보육료 지원이 도입되었고 2011년부터는 소득과 무관하게 5세 자녀를 둔 모든 부모에게 보육료를 지원하였다. 무상보육 혹은 보편적 보육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적 정책으로 선거에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였다. 2012년부터는 전체 영유아를 대상으로 ‘무상보육’ 9) 즉 보육시설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로 보육예산은 급증하였으며, 미취학 자녀(보육 및 유아교육)에 대한 정부의 공적 지출은 덴마크, 프랑스, 영국에 네덜란드와 비슷한 수준(GDP 대비 0.9%, 2011년 기준)에 이른다. 이는 독일(0.5%), 일본(0.4%), 이탈리아(0.6%), 미국(0.4%)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10)

불과 10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한국의 보육지원이 보여준 양적 성과는 매우 놀라운 것이다. 그런데 여성의 사회권, 여성의 배제와 격차라는 차원에서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자리매김 될 수 있을까? 보육지원의 확대과정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의 보육지원은 어머니의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보육비용을 지원한다. ‘무상보육’은 저출산 대응책으로서 부모들의 자녀 양육 ‘비용’을 줄여주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물론 보편적 보육 서비스는 취업부모와 비취업 부모 모두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급속하게 늘어나는 재정비용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교육청 간의 예산 갈등이 심각하며,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보육’이라는 이름하에 전업주부들의 0~2세 보육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전업주부들의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전업주부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아기에는 어머니의 직접 양육이 정서발달에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내세움으로써 오히려 취업모들을 무책임한 어머니로 낙인찍는 혼선을 빚고 있다. 만약 실제로 영아기의 직접 부모 양육이 바람직하다면, 취업 부모들에게도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적극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체적으로 정부는 보육지원 비용의 절감이나 조정에 일차적인 관심을 두는 반면, 취업 부모들의 생애주기에 맞는 지원 서비스를 설계하고 실제로 실현시키려는 목적의식은 훨씬 희박해 보인다.

둘째, 정부의 보육예산은 크게 확대되었지만 과연 보육의 ‘공공성’이 그만큼 담보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시설 중 5%, 보육아동 수로는 10%에 불과하며, 민간보육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의 보육정책은 출발부터 보육 수요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민간’ 공급자를 선택하였고, 재정부담이 큰 국공립시설 보다는 민간시설을 지원함으로써 증가하는 보육수요에 대처하고자 했다. 그러나 민간보육시설은 비영리 시설이지만 현실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태생적 모순을 안고 있으며, 이는 대규모의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보육시설의 안전성과 보육교사의 질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11)

세 번째로, 보육료 지원과 더불어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부모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양육수당의 성격이나 지향성에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정부가 밝혔던 양육수당의 근거는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양육수당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부모에게 일정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형평성’의 차원인지, 혹은 부모의 직접 ‘돌봄’(즉 무급 돌봄노동)에 대한 보상인지, 혹은 자신이 직접 자녀를 돌보고자 하는 부모의 ‘선택권’ 12) 을 존중하기 위한 것인지, 또는 바람직한 아동 발달을 위해 어머니가 영아기 돌봄을 직접 수행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인지, 필요에 따라 상이한 논리가 동원된 측면이 있다. 성평등 관점에서 볼 때 양육수당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저해하는 ‘역의 인센티브(disincentive)’라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백선희(2015)는 이런 차원에서 한국의 보육제도가 불완전한 2인 소득자-일가족 양립지원 정책과 남성부양자-가족지원 모델의 혼합이라고 지적하였다. 13)

SW20160801_복지동향_214_동향2_한국의복지논쟁과여성사회권(황정미님).jpg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복지패널 자료를 분석한 실증적 연구 결과에 다르면, 보육료는 맞벌이 가구의 여성이, 양육수당은 남편 홑벌이 가구 여성이 수급할 확률이 높았다. 또한 이 기간 동안 보육료를 지원받은 여성은 보육료 지원을 받지 않은 여성에 비해 취업 확률이 8.5% 높았다. 보육료 지원이 여성 취업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며, 이러한 효과는 특히 3-5세 자녀를 둔 여성, 하위소득 계층 여성에게서 크게 나타났다. 반면 양육수당은 여성 취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양육수당을 받은 여성이 취업할 확률은 양육수당을 받지 않은 여성에 비해 15.5% 낮았다. 14)

나오며

1997년 이후의 한국 복지국가의 확대와 그에 수반하는 제도 개혁이 여성 사회권을 어떻게 형성해 왔는가를 고찰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큰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먼저 개인의 기여분에 근거한 사회보험은 노동시장의 지위가 그대로 사회보장에서의 수급권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넓은 사각지대를 갖고 있으며, 사각지대의 해소가 매우 더디고 어렵다는 특징을 갖는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50% 중반에 머물러 있으며 특히 대졸 여성들의 고용률이 OECD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여성들은 비정규직, 불안정 고용층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여성들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머무를 위험이 남성보다 더 높다고 하겠다. 이 글에서 살펴본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에서 성평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그 효과는 여성에게 불리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 앞에서 왜소화된다.

또한 주목할 점은 수많은 복지국가 제도개선이 여성과 관련된 아젠다를 다루고 있지만, 여성의 양육과 유급노동을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한 예로, 보육지원은 일하는 어머니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을 취하지 않았으며, 육아휴직 제도는 여성의 활용 확대 보다는 남성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출산 크레딧, 육아휴직 등은 모두 개별 수급자 기반이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경우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특별히 일하는 어머니들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일하는 어머니’의 고용을 보장함으로써 여성이 취업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강한 인센티브가 가시적으로 제공되지는 않았다. 반면 여성들이 취업과 양육을 병행하기 어려운 노동시장 환경에서 오히려 양육수당과 같이 여성의 취업에 대한 ‘역의 인센티브’가 제도적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여성의 노동권을 통해 사회권을 보장하는 과제가 최근의 정책 변화에서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해왔다고 보기 어려우며 15) 이는 향후 정책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1) 석재은· 신동균· 이기주. 2015. “기초연금 도입의 정책 효과와 젠더불평등 개선”. <페미니즘 연구> 15권 2호. 205-236.
2)  김수완. 2008. “여성 사회권 관점에 의한 한국 연금개혁의 재구성”. <한국여성학> 24권 3호. 147-176.
3) 노대명(2015)에 따르면, 일본의 생활보호제도 수급자 중 65세 이상의 노인의 약 절반이 공적연금을 받는 수급자로 파악되고 있다. 연금을 받더라도 여전히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노대명. 2015. “한국 복지제도의 현황과 쟁점”. <보건복지포럼> (2015. 4). 6-21.
4) 석재은. 2013.  “여성노인의 관점에서 본 국민연금의 현황과 문제점”. 장미혜 외. 여성노인의 노후빈곤 현황 및 대응정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5) 김영옥·김종숙·강성호·이선행. 2011. <여성 취업자의 국민연금 가입 및 수급의 실효성 강화방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6)  나성은. 2014. “남성의 양육 참여와 평등한 부모 역할의 의미구성- 육아휴직제도 이용 경험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연구> 14권 2호, 71-112.
7) 이주희. 2012. “여성의 평등한 노동권을 위한 고용과 복지의 재구조화 – 월스톤크래프트 딜레마의 극복을 위한 대안”. <한국여성학> 28권 3호, 35-62.
8) 윤자영·임주리. 2014. <근로시간체제와 일가정 양립>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보고서.
9)  ‘무상보육’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부모들은 특별활동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추가적인 보육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10) 김수정. 2015. “보육서비스의 트릴레마 구조와 한국 보육정책의 선택 – 민간의존과 비용중심의 정책”. <경제와 사회> 2015 봄호. 64-93.
11) 김수정, 위의 글.
12)  OECD 보고서에서도 양육수당은 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언급되고 있다 (유해미 외, 2015). 2016년 7월 맞춤형 보육의 실시를 앞둔 상황에서는, 양육수당이 일시적으로 보육시설에 몰리는 보육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단기대증적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13) 백선희. 2015. “성인지적 관점에서 본 보육재정 분담 쟁점 분석: 영아 무상보육과 누리과정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연구> 15권 1호, 299-334.
14) 김종숙·마경희·권소영·윤자영·안주희. 2015. <정부정책의 여성고용 영향과 분야별 개선과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15)  송다영. 2012. “젠더레짐을 통한 여성사회권의 현실과 지향성 연구”. <미래사회복지연구> 제3권 1호, 71-95.

월간 <복지동향> 2016년 8월호(제214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