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과 국회역할-기금논쟁
-국민건강보험 기금화, 문제해결의 답이 아니다.
이은경ㅣ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사회에서 전 국민건강보험은 매우 중요한 제도이다. 전 국민을 포괄하고, 모든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매우 강력한 단일보험체계인 동시에 전체 국민의료비의 55%정도를 보장하고 있는 반쪽짜리 보험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의 의료개혁을 논의할 때 건강보험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건강보험 제도개혁을 논의할 때 쉽게 간과되는 것은 건강보험의 의사결정구조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부과체계, 보험요율, 보험 수가 등 이슈가 되는 정책들에 비해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강보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건강보험의 주요 내용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가 사실상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채, 행정기관의 결정을 추인하고 사소한 몇 몇 세부 쟁점을 논쟁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개선안이 있더라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는 답을 내지 못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는 크게 보면 국민들의 실제 의견을 어떻게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는가의 직접 민주주의에 관한 논의에서부터, 사회보험제도의 올바른 의사결정구조 논의, 행정부와 입법부의 역할 분담과 재정민주주의에 관한 논의와 같은 이슈들과, 건강보험재정 운영권을 어느 조직이 가져가느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사실상, 기금논쟁은 조직들간의 권한확대를 위한 논리논쟁의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건강보험 기금화 논쟁의 과정과 핵심 쟁점을 우선 살펴보자.
이상의 내용을 보면, 정부 특히 재정경제부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기금화에 대한 이슈를 제기했으며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계속 반대를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이를 둘러싼 핵심 논점은 무엇인가? 먼저 4대 사회보험에서 건강보험만 기금방식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이 차이는 예산의 심의, 집행, 결산과정에서 국회와 재정경제부의 권한이 더 강력한지, 보건복지부와 공단의 집행력이 더 강력한지로 나뉘게 된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역시 기금관리의 주체를 재정경제부와 국회에서 담당하는 것의 필요성과 불필요함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기금화의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건강보험 재정운영에서 핵심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사안은 제도의 합목적성, 재정운영의 투명성, 신축성과 중장기 안정성, 제도운영의 민주주의, 전문성과 효율성 등이다. 전 국민건강보험제도에서 이러한 원칙 등은 매우 훼손되거나 관철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은 매우 절실하다. 문제는 기금화가 이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하는 건강보험 재정운영에서 주요하게 관철되어야 할 원칙과 현재의 상황, 기금화와 관련되어 검토되어야 할 논점 등을 정리한 내용이다.
문제는 명확하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운영은 제도자체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지도, 재정민주주의에 기초하지도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큰 폭의 흑자를 보이고 있음에도 건강보험 보장성은 떨어지고 있고, 국민들의 건강보험 재정 참여 방법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를 기금화가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기금화 논쟁은 결국, 건강보험에 대한 권한을 어느 조직이 더 가져갈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에 불과하며 현재의 정치역학관계에서 재정경제부와 여당중심의 국회심의는 재정효율화만을 강조한 개악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높다. 하지만 이것이 복지부와 공단이 계속 권한을 유지하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재정운영의 주체와 실질적 민주주의의 달성을 통해 제도 본연의 목적인 국민 건강증진과 의료비부담 경감을 이룰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로 논쟁이 옮겨갈 필요가 있다. 이는 다시 행정부와 입법부의 합리적 역학관계 조정, 행정권력에 직접 민주주의를 반영하는 방식의 변화, 건정심의 구성변화와 실질적 권한 강화, 건강보험 재정운영에 부과체계와 공급시스템 제도개혁 권한의 부여 등이 그것이다. 보다 합리적 건강보험 제도개선은 전문가의 공고한 성이 아닌, 부담주체인 국민의 의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5년 12월호(제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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