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5 2015-12-10   1229

[동향 1] 노숙인 등 복지 종합계획, 홈리스의 현실에서 출발해야

노숙인 등 복지 종합계획, 홈리스의 현실에서 출발해야

이동현ㅣ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통상 11월 초가 되면 각 지자체는 동절기 노숙인 대책과 같은 이름의 대책을 내놓곤 하는데 최근 서울시, 전주시가 명칭은 조금 다르지만 노숙자 대책을 내 놓았다. 대략 이와 같은 대책들은 한파에 의한 홈리스들의 인명 손상 방지에 중심을 둔 것으로,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들의 물량을 확대하거나 방한 대책을 강구하는 수준에서 이뤄진다. 물론 이들은 그 자체로 시기에 따른 응급 대책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홈리스 정책의 질적 발전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따라서 홈리스 발생에 영향을 주는 거시 지표들을 고려하고, 산업 정책이나 주택정책 등을 고려하며 예방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획은 장기적 고민 속에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홈리스 복지 분야 만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정신보건법은 5년마다 복지부 장관으로 하여금 국가정신보건사업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였고, 주택법은 보다 더 장기적으로 국토교통부장관으로 하여금 10년 단위의 주택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홈리스 분야 역시 이와 같은 제도를 구비하고 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 등 복지법)은 제7조를 통해 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종합계획을 세우도록 하였는데, 복지부는 법 시행 3년이 경과한 지금에서야 종합계획안을 수립했고, 관계부서와 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확인된 종합계획 안을 보면 어떠한 기대도 무색 할 만큼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안은 일부 시설협회와 전문가와의 비공개 협의를 통해 작성되었고, 홈리스 당사자와 홈리스 운동의 의견은 당초 들을 의지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본 글을 통해 홈리스들이 처해 있는 현실과 이를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임과 동시에 의지조차 찾아볼 수 있는 복지부의 종합계획안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꼬여가는 홈리스의 현실

노숙인 등 복지지원의 문제를 표상하는 용어로 회전문 현상이라는 게 있다. A시설 B시설 거리노숙 C시설 등, 홈리스 상태가 종결되지 못한 채 회전주기를 반복함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주기는 더 길어졌고, 회전 반경은 더 커졌다. 노숙인 등 복지 지원체계 외적인 요소들, 즉 요양병원으로의 입원, 명의도용 범죄 합숙소와 같은 것들이 회전 반경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같은 단계를 거친 홈리스의 건강, 경제적 상태는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언뜻 보아도 이질적인 이들이 지원체계의 한 순환 고리와 연결되는 이유는 홈리스 상태의 종결을 담보하지 못한 채 순환되고 있는 지원체계의 한계에 있다.

일주일에 담배 3갑, 커피믹스 5개,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등의 유혹에 홈리스들은 요양병원의 일당정액수가를 채워주는 수익 창출 도구로 전락한다. 병원 측은 이들을 정신질환‧알코올 중독으로 진단하고 처치하여 수가를 산출하고 급여를 타 낸다. 고작 삼시세끼 밥 주고, 공동 잠자리를 제공할 뿐인 이들 병원에게 국가는 고스란히 1인 당 200만 원 내외의 금액을 편취 당하고 있다.

일자리를 소개시켜 준다, 고시원을 얻어준다 따위의 홈리스의 현실적 필요를 미끼로 명의범죄 집단들은 홈리스들을 유인하고 이들의 신분을 도용한다. 그들의 명의로 차량을 신용 구매해 되팔고, 신용카드 가맹점을 개설해 속칭 카드깡을 한다. 외국 인력 유입을 목적으로 위장결혼을 시키고, 홈리스의 명의로 부동산을 신탁하여 이들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이런 과정은 명의도용 합숙소나 고시원과 같은 곳을 통해 홈리스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홈리스들은 범죄 도구에 불과한 몇 달 치 잠자리와 용돈 몇 푼에 적게는 수천에서 수십 억 원의 채무와 형사적 처벌을 감내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와 같은 현실은 기존 노숙인 등 복지지원체계의 실패에서 빚어진다. 여전히 시설 입소 중심의, 지역에 따라 제 각각 잔여적으로 제공되는 복지의 한계가 홈리스들로 하여금 변태적인 방식으로 생존을 의탁하게 하는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다양한 홈리스 복지의 문제는 종합계획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전면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복지부가 준비하고 있는 종합계획이 그런 기대를 충족할 만한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속빈 강정과도 같은

당연하게도 종합계획에는 중장기적인 전략과 실행방안, 이에 대한 측정 계획 등을 포괄해야 한다. 노숙인 등 복지법 역시 종합계획이 담아야 할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종합계획안은 법으로 명시 된 내용조차 다수 누락하는 부실 덩어리다.

첫째, 재정계획이 통째로 누락되었는데, 이는 이후 계획의 실현에 치명적 문제가 될 것이다. 돈 없이 정책을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본 종합계획안은 안이라는 점에서 이후에 재정계획이 추가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노숙인 등 복지사업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와의 협력이 중요하고, 지방정부의 재정투여가 상당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종합계획의 실행 가능성 여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사전 협의와 조율이 관건이며, 이에 있어 재정 문제는 가장 예민하게 다뤄져야 한다. 법률이 종합계획 수립 시 미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제7조 2항)할 것을 규정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노숙인 등 복지는 구(舊) 부랑인복지영역(현, 노숙인 재활・요양시설)과 노숙인 복지영역이 각각 국고보조사업과 지방이양사업으로 이원화 돼 있어 통합이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종합계획에는 사업별 재정계획은 물론 분절된 두 재정체계의 통합방안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노숙인 등의 증감과 관련된 사회적, 경제적, 인구학적 환경 및 그 변화에 대한 전망이 빠진 것은 중장기전망과 전략의 수립이라는 종합계획의 성격을 고려할 때 중대한 결격이라 할 수 있다. 복지부도 지적하듯 그간 노숙인 복지의 문제가 분절적 사후문제 해결 중심이었다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노숙인 등의 증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사회경제적 상황들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장기적 전망을 빼놓고 세워진 종합계획은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무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의 축소 문제

법률이 정한 노숙인 등은 거리와 시설 뿐 아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포함하며, 종합계획이 이들을 포괄해야 함 역시 당연하다. 이들은 쪽방, 고시원, 찜질방, 여인숙 등지에 사는 홈리스가 대표적인데, 2011년 복지부의 조사결과 20만 명을 상회하는 규모로 나타났다.

그러나 복지부의 종합계획안은 전체 노숙인 등의 수는 약 1.2만 여 명이라며, 노숙인 등의 규모를 거리와 노숙인 시설 입소인으로 일방 축소하고 있다. 거리와 시설 이외의 20여 만 명에 달하는 노숙인 등을 종합계획안 전 영역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정책적 개입은 시급하다. 쪽방을 예로 들면, 쪽방은 홈리스들의 자구적 거처이자 임시주거비 지원 사업, 결핵환자 투약관리 사업 등 정책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쪽방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대책, 쪽방의 장점에 대한 장기지속방안에 대해서는 기존 정책에도, 복지부의 종합계획안에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고시원 등 여타 노숙인 등의 거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복지부가 세우고 있는 종합계획은 20만 명이 넘는 홈리스들을 사각지대에 두겠다는 것인데, 노숙인 등의 대다수에 해당하는 다양한 주거취약계층을 포함하는 대책은 필수적이다.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계획의 공백

종합계획안은 노숙인시설체계의 전문화 과제의 하나로 여성, 청소년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노숙인에 대한 보호 강화를 제시하였다. 구체 수단으로는 1)사생활 공간을 최대 배려할 수 있는 시설 및 운영기준 마련, 2)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노숙인에 대한 상담보호활동 강화 및 여성 노숙인 전용 일시보호시설 설립이 제시되었다. 시설의 전문화와 유형화, 사생활보장 등 주거기능의 강화는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다. 여성 홈리스에 대한 대책 역시 그간 지원체계가 누락했던 과제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책으로 제기되었던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첫째, 여성 노숙인에 대한 보호 강화는 상담 및 일시보호시설 설치로 충분할 수 없다. 여성성에 대한 고려는 여성만을 위한 별도 시설 설치만으로 실현될 수 없고 주거, 의료, 고용, 급식, 복지서비스지원 등 전 영역에 걸쳐 고려되어야 한다. 홈리스 여성의 특성과 현실에 기초해 현재의 지원체계 전반을 개편하지 않는 이상 여성 홈리스는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 청소년 홈리스에 대한 대책 역시 미흡하다. 청소년에 대해서는 상담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나, 상담 이후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건지 계획이 없다. 현행 노숙인 등 복지법은 시행규칙을 통해 18세 이상으로 지원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법령으로 지원 대상을 제한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셋째,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특별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대책 역시 찾아 볼 수 없다. 현행 지원체계는 이들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는 상태다. 현재 이들은 무장애주택으로 공급되는 쪽방, 고시원 등의 염가거처가 없어 임시주거지원의 사각지대에, 거동과 돌봄에 대한 지원이 없어 급식과 같은 일상생활과 시설이용에 있어 불리함을 겪고 있다. 종합계획은 당연히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담아야 한다.

민주적 절차의 결여

이번 종합계획안을 만들면서 복지부와 시설협회장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계획안의 주인은 노숙인 등입니다. 그렇다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는 모습을 보고 필요한 요구를 모아서 계획을 짜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거리노숙인, 시설 수용경험이 있는 노숙인, 쪽방 및 주거취약계층의 주민들을 모아 어떤 생활을 하고 있고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까지도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10월 30일, 동자동 쪽방촌 내 공원 천막에서 노숙인 등 복지 종합계획 현장토론회가 열렸다. 종합계획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는지, 아니 종합계획이 도대체 무엇인지조차 정작 알 수 없었던 홈리스 당사자에게 복지부가 종합계획을 설명하고 홈리스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본 단체 등이 만든 자리다. 당초 이 토론회는 복지부가 계획을 공개하고 설명하는 방식의 현장 공청회로 추진하려 했으나 복지부에서 발제를 거부하며 부득불 본 단체가 종합계획안을 발제하고 복지부와 시설협회 등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체가 아이러니고, 복지부 행정 방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위에서 따 온 말은 당시 토론회에 참석했던 동자동 쪽방 주민 차재설님 발언의 일부다. 이들 주민들은 현장토론회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세 번에 걸친 회의와 워크숍을 통해 공동 발언문을 작성하는 등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러한 당사자들의 지적에 대한 복지부의 응답은 소위 첫 술에 배부를 리 없으니 참아달라는 것,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었다.  

종합계획안의 내용은 차치하고, 이것부터가 문제다. 당사자를 배제한 채 수립되는 종합계획은 결코 홈리스를 옹호할 수 없다. 물론, 법률은 종합계획 수립 시 미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고,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청회를 하라거나 정책 당사자, 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으라는 구절은 없다. 이렇게 법이 강제하지 않으니 복지부는 굳이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비단 종합계획만이 아니다. 각급의 정책에 있어 홈리스 당사자의 의견 수렴이 이뤄지는 경우는 전무하다. 노숙인 등 복지법 제정 때 역시 시설들의 협의체만 정부와 정당들의 파트너가 됐을 뿐 홈리스 당사자들에게는 형식적인 제스처 조차 없었다. 그러나 제도가 강제하든 그렇지 않든 절차적 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이란 국가형태의 기본 질서 아닌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본 글에서 종합계획안의 세부 내용을 지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 대한 언급은 차치하고 문제의 본질은 복지부가 종합계획을 통해 노숙인 등 복지의 질적 도약을 이룰 아무런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몇 가지 주제를 통해 종합계획안을 비판한 것을 통해서도, 그리고 최근 문제를 낳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난 8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을 세웠다.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복지사업이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니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추려진 사업은 1,496개로, 이중에는 12개 광역지자체의 24개 노숙인 등 복지 사업이 포함돼 있다. 이 지침이 문제 삼는 유사중복사업들은 사실 제도 포괄지대보다는 사각지대가 더 넓은 복지사업들을 보족하는 역할을 해 왔던 것들이다. 따라서 지침은 결국 사회복지를 하향평준화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노숙인 등 복지사업은 노숙인 재활요양시설 운영(구, 부랑인복지 영역)을 제외하고는 지자체에 예산편성과 실행의 전권이 부여된 상황이다. 2005년 지방교부세법 개정과 함께 노숙인 복지는 국고보조사업에서 지방이양사업으로 분리됐기 때문이다. 즉, 복지부 주관 사업이 없기에 애당초 유사중복사업이란 게 존재할 수가 없는 영역인 것이다. 결국 당 지침은 노숙인 등 복지 축소의 신호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

이와 같은 행태는 홈리스 복지에 대한 그간의 문제제기에 역행하는데, 중요한 제기의 하나는 중앙정부 차원의 의지와 전략이 없다는 것이었다. 홈리스의 발생은 산업구조와 같은 거시적인 사회 변화와 주거, 의료, 사회보장과 같은 제도들의 교차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이들에 대한 복지 책임을 지방정부에 미룰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갖고, 예방으로부터 지역사회정착까지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복지의 확대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도리어 복지부와 정부는 복지 축소의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실, 하층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과 빈곤층에 대한, 특히 지방정부의 복지 해체 공세는 신자유주의 국가 형성을 위한 위로부터의 공격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특히 홈리스와 같이 하층의 하층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공격과 배제는 더 말 할 나위 없다. 그러하기에 전세 역전의 열쇠는 세력 관계에 있고, 홈리스 운동은 복지 해체 공세에 맞설 수 있는 홈리스 대중운동을 조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노숙인 등 복지 종합계획의 수립이란 당면 과제 역시 홈리스 대중의 요구와 운동으로서 풀어가야 함은 물론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5년 12월호(제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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