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9-10   2703

[기획주제1]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 강화의 필요성과 과제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 강화의 필요성과 과제

제갈현숙 ㅣ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서론

 

지난 8월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이 확정 및 발표되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짧은 가입기간과 낮은 소득대체율을 내세워 공적연금으로서 노후소득보장이 충분치 않다며 사적연금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사적연금 확대를 위한 논리적 근거로서 공적연금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것은 논리적 궤변이자 국가의 책무를 노골적이고 거리낌 없이 공공성에서 시장성으로 이동시킨 선전포고와도 같다.

 

국민연금의 제도적 성숙도와 순응적 측면에서 볼 때, 국민연금의 공적연금으로서 기능을 확장시켜야할 단계이다. 그리고 이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공적연금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국민 각자의 개인책임 강화를 전면화 했다. 정부가 이토록 형식적인 성의조차 갖추지 않은 채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목적이 의문스럽다. 이것은 노후소득보장체계의 다층화를 위한 정책이기보다는 퇴직연금기금의 크기를 키워서 금융시장의 판돈을 키우기 위한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사회정책적인 성격보다는 금융시장 활성화 정책의 성격이 강하다.

 

국민연금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적연금이다. 출생한지 26년 된 국민연금은 조금 더 성숙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1998년 1차 국민연금제도개혁부터 국민연금 개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재정안정화’가 부각되면서 급여의 보장성은 지속적으로 하락되었다. 또한 유연화된 노동시장 여건에 사회보험 방식의 국민연금 제도가 순응하지 못하면서 사각지대 축소는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의 핵심적 과제는 빈곤 예방을 위한 급여수준 현실화와 사각지대 축소로 집약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국민연금의 과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외면한 채 엉뚱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제도는 여전히 국민연금이다. 이에 공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의 기능과 국민연금의 공적연금으로서의 평가 및 발전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공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

 

2011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의 49% 상대적 빈곤으로 OECD 평균인 13%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빈곤상태는 거의 4배에 이르렀다. 이러한 노인빈곤의 증가는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2000년 10 만 명 당 34명에서 2010년 72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것은 OECD 평균인 22명과 비교했을 때 세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국 노인의 심각한 빈곤율과 자살률은 공적노후소득보장체계와 관련이 깊다. 산업화 이후 변화된 사회 및 가족구조에서 노인을 위한 생계마련은 더 이상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되기 어려워졌다. 유럽의 경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노동시장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노후생계를 위한 수단이 마련되었다. 즉 산업화를 거치면서 자본주의 국가들은 경제활동인구뿐만 아니라 비경제활동 인구, 특히 노동소득이 단절된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마련했던 것이다. 1960년 기여에 기반을 둔 공적연금 수급률을 보면 최소 32%에서 최대 100%로 나타났다. 40년 이후 대다수 국가들의 포괄성은 100%에 도달했다. 이 국가들의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수준에 준한다. 이렇게 볼 때 공적연금의 수급률과 노인빈곤률은 반비례 관계가 성립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공적연금의 수급률이 높을수록 노인빈곤률은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반면 한국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2011년 기준 약 28% 수준인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030년에 도달해도 한국 노인 중 단 40.9%만이 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된다는 점이다(2014 OECD 한국경제보고서). 제도 성숙기 40년이 지나도 연금 수급자가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 다른 국가들과 커다란 차이로 부각된다. 이에 우리가 노력해야할 정책적 과제는 가입자 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가입 상태를 유지해서 급여 수급률를 높여하는 하는 것과 노후소득 보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급여수준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민연금의 제도적 과제와 발전 방향을 살펴보자.

 

국민연금의 제도적 과제와 발전방향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제도에 대해 구조적으로 모든 국민을 포괄할 정도로 수용성이 있은 제도가 아니며, 급여수준도 낮아서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제도적 한계의 문제는 가입사각지대, 낮은 수급률과 낮은 급여수준으로 진단했다. 세 가지 문제점과 발전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입사각지대는 경제활동인구 대비 국민연금 제도의 낮은 포괄성 문제가 부각된다. 국민연금은 형식적으로는 모든 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하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활동 인구의 약 53%정도만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비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해서 적용할 경우 전체 근로가능인구(18~60세) 대비 가입률은 이보다 낮은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실질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하는 지역가입자 상당수의 보험료 미납부 문제 때문이다. 국민연금 총가입자는 2012년 말 기준 2,024만 명 중 42%에 해당하는 지역가입자(857만 명)의 절반 이상인 467만 명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납부예외 상태이고, 소득신고자 중에서 장․단기 미납자가 상당하다. 지역가입자들의 보험료 미납부 원인을 살펴보면 의도적으로 보험료 납부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경제적 여력의 문제가 대부분의 원인으로 추측된다. 지역가입자의 50%이상이 저소득층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자영자이고, 자영자 중 50%는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난전상인 등 영세 불완전자영자로 분류된다. 즉 지역가입자의 절반이상이 저소득 계층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행정적인 측면에서 지역가입자의 30%만이 국세청 과세자료를 가지고 있고 70%는 아무런 객관적 소득 자료가 없어 가입과 보험료납부를 강제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가입률 제고와 유지를 위한 방법은 저소득층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유도 및 지원책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둘째, 연금수급률은 제도의 미성숙과 가입사각지로 인해 급여를 제공받는 수혜률이 낮다. 2011년 말 기준 전체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에서 국민연금 수급자는 27.7% 수준이다. 여기에 특수직역연금을 적용해도 수급률은 겨우 30%를 넘는다. 2007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으로 공적연금 수급률은 표면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국민연금 수급률의 발전 전망이 매우 더디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의 낮은 실가입률은 결국 저 수급률의 결과로 이어진다. 2008년 실시된 제2차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2030년에도 전체 노인의 약 50%만이 국민연금급여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 제도 미성숙에 따른 저수급률 문제가 제도 성숙기 이후에도 해결되지 못한 채 지속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실가입률 증대뿐만 아니라 보험료 납부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 내적, 외적 지원이 요청된다.

 

셋째, 급여수준의 문제로 평균 급여수준이 최저생계비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급여액은 가입기간(=보험료납부기간+크레딧기간)에 따라 늘어나는 구조인데, 가입기간이 길지 못하면 급여는 당연히 하락되게 된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급여 평균수급액은 2012년 기준 가입자 평균소득의 약 1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것은 1세대 국민연금가입자의 특수성으로 수급자의 2/3가 특례노령연금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례노령연금 대상자가 감소하고 완전노령연금 대상자가 증가하더라도 급여수준의 증대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추계결과 2040년에 도달하면 가입자의 평균가입기간은 대략 20년 전후로 예상되지만, 수급자의 소득대체율은 현재보다 축소된다. 이것은 2007년 연금개혁에서 60%였던 급여수준을 매년 0.5%pt씩 인하해서 2028년에 40%로 축소한 결과 때문이다.

 

재정안정화 패러다임 하에 보험료는 꾸준히 증대시킨 반면 소득대체율인 보장성을 축소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급률은 증가할 수 있지만, 급여수준이 하락하는 딜레마에 봉착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적연금 강화라는 관점에서 국민연금 제도발전을 위한 아젠다의 변화가 필요하다.

 

결론

 

개인적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방식은 시장에서의 소득 및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고소득자나 고용이 안정된 국민들의 경우,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노후준비를 위한 여력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장에서 차별받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국민들의 경우 노후를 위한 개인적인 노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전체 국민의 노년기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적연금의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적연금은 가족구조 및 부양의식의 변화, 산업화·도시화, 급속한 고령화 등에 따른 노령ㆍ장애ㆍ사망 등의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인 기제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의 일정기여를 전제로 급여를 실시하고 있고, 민간연금과 다르게 사회연대성과 세대연대성 그리고 재분배 기능을 한다. 이러한 공적인 제도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외면하고 개선되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일부 국민 이외의 대다수 국민의 노후를 외면하는 것과 같다.

 

이제까지 재정안정화 패러다임 하에서 급여율과 보험료율이 조정됐다면, 국민연금으로 보장되어야할 소득대체율의 절대적 기준이 필요하다. 명목보장성과 실질보장성의 갭을 축소시키기 위한 다각적이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노년층의 다층소득보장에서 사적 연금에 대한 다각화 이전에 0층과 1층에 해당하는 공적 연금제도의 조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국가는 공적연금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팔짱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가입자의 저소득 문제에 따른 가입기간 단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재정 투입에 대해 국가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우리에겐 여전히 국민연금 강화를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이 있고 시간이 있다. 결코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제도 강화는 포기되어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점을 명심하자.

월간 <복지동향> 2014년 09월호(제1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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