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9-10   1344

[기획주제3]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과 주주권 행사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과 주주권 행사

원종현 l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서론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은 제도의 운용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연금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원활히 확보하고 연금가입자를 위한 각종 연금급여의 지급에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연금기금은 가입자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강제 저축된 장기 신탁자산으로서 연금가입자들이 미래 일정한 급여지급 조건에 도달했을 때 지급해야 하는 장기부채성 책임준비금이다. 1999년 국민연금기금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후,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외 금융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투자자로 성장하여 왔다. 실제 기금운용본부 설립으로 기금이 본격적으로 운용된 2000년 이후 2014년 2분기 말까지 150조원이 넘는 금액이 기금운용 수익금으로 쌓이면서 현재 국민연금기금 446조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국민연금 기금은 미래 후세대의 연금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렛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며, 여기서 기금운용은 그 지렛대의 효과를 보다 높게 보기 위한 방안으로 수행되는 과정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운용의 목적이 단순한 기금증식이라기보다는 시한부적인 기금존속기간동안 이를 활용하여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목적, 퇴직자들의 노후 소득 보장, 을 위해 운용, 관리되는 기금이 전체 지금의 1/3 수준의 기여를 하였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금운용이 국민연금제도의 운영과 동일시 할 수는 없다. 국민연금은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공적연금이며 확정급여방식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정부가 지급을 책임지기 때문에 일정한 납부의무를 이행한 가입자는 그 운용결과와 관계없이 연금을 지급받게 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현재까지 가입된 가입자에 대해서 약속된 만큼의 연금을 지급하기에는 겨우 50%가량의 책임준비금이 마련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기금운용으로 나머지를 메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금운용 수익금과 향후 거두어 드릴 연금보험료를 가장 적절하게 배분하여 각 세대 간의 공평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기금의 활용이 각 세대의 필요에 맞도록 활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기금의 역할은 재정의 역할과 분명히 구별되어야 하며, 연금자산의 운용도 이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그에 따른 국가경제의 변화를 고려하여 후세대의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의 목표는 연금기금의 수익률 제고나 금융적인 안정성 확보가 될 수는 없다. 기금은 단순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의 원리는 기금운용부문에 국한된 문제이다. 국민연금 제도의 보편적 가치는 연금가입자에 대하여 퇴직 후 안정적인 연금급여의 지급을 보장하는데 있다. 그리고 기금의 운용은 안정적인 연금지급을 위한 수단으로 지속적인 연금지급을 위한 노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금의 적립금을 최대한으로 적립할수록 연금의 지급능력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제도 운영차원에서 보았을 때도 무척 간편한 방법이다. 여기서 간편하다는 의미는 제도 전반적인 지속성을 오직 기금의 운용에만 책임을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제도 운영상 연금기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다. 본 글에서는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에 있어서 주식부문에 대한 운용의 의의와 주주권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국민연금기금의 금융부문 투자의 의의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은 기금의 운용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과 관련한 개혁 논의가 제도 전반적으로 확대되면서 단지 보험률이나 수급률 등에 한정되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연금의 제도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기금운용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기금운용으로 인한 수익금은 실제 연금재정의 안정화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기금이 커갈수록 여기에서 발생되는 수익금 역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연금보험료 수입과 유사한 수준의 운용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지 기금운용의 목표가 단순한 수익률의 극대화에 두고 있다는 점과 운용대상이 전적으로 금융자산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부분 ‘투자’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 대부분은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금융자산은 실물자산에 대한 가치를 증권화한 것으로 개인이나 기업 또는 국민경제가 보유하는 자산 중, 토지ㆍ건물ㆍ원료ㆍ반제품ㆍ완성품 등의 실물자산에 대비되는 자산인 예금ㆍ현금ㆍ유가증권ㆍ대출금ㆍ보험ㆍ신탁ㆍ기업 간의 신용 등의 자산을 가리킨다.

 

대표적으로 주식의 경우는 해당 기업의 자산에 대한 가치를 증권화 한 것이라면, 채권은 원리금에 대한 상환의무를 증권화 한 것이다. 그리고 증권화 된 실물자산의 일부에 대해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하여, 보다 광범위한 투자자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는 가계 및 기업, 기관투자자 등의 잉여자금을 통해 이루어진다. 주로 금융기관 및 연금운용기관 등을 통해 집합되고 축적된 자금은 투자자본으로 전환되어 보다 증권화 된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실물에 직접투자하는 것보다 투자의 편이성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국민연금의 적립된 기금이 실물자산이 아니라, 유가증권에 주로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산의 매입을 위한 시장이 증권화라는 기성화 된 체계를 통해서 공개된 시장에서 원하는 만큼, 시장의 왜곡을 최소화하면서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시장에서의 거래는 영구적으로 계속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증권이 공개된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면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투자대상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으며,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특히 공적기관의 경우 매우 중요한 요소로 투자에 대한 특혜문제를 방지할 수 있으며, 자금의 보관 및 매매에도 객관성을 가질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적립된 저축은 금융기관을 매개로 직접금융과 간접금융 등의 형태로 자금이 조달되면서 국가경제의 기본 흐름 상, 투자를 촉진하고 생산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며, 고용과 또 다른 파생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

 

여기에 대규모로 조성되는 공적연금기금은 무엇보다도 그 투자기간의 장기성으로 인하여 안정된 자금을 국내 자금수요자에게 조달하도록 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연금기금과 같은 적립자산의 경우, 직접적으로 국가가 이를 정책에 활용할 수는 없다. 실제 기금의 주인은 국가가 아닌 가입자들이기 때문이여, 국가는 단지 이를 위탁받아 운용하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기금은 강제저축을 통한 자본의 축적을 가능하도록 한 부산물이다. 이렇게 축적된 자산은 주식이나 채권 등의 금융자산을 매개로 국내 산업의 자본 및 운영자금으로 공급되는 자금원천을 제공하게 된다.

 

여기에 전문적 투자자로서의 규모의 경제를 갖춘 연금기금은 자본시장의 구조를 보다 선진화 할 수 있도록 하여, 다른 금융부문의 발전을 도모하여 실물산업과 잉여자본과의 연계를 보다 원활하게 해 주는 역할에 기여하게 된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의 경우에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전문적인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수행하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에 구조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식은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나누어서 한다는 점에서 실물투자를 대신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주식은 채권과 달리 스스로 투자금액을 결정하며, 이 금액 이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리고 투자자와 기업 사이에 관계를 규정하는 계약 등의 관계자체는 보증을 하지 못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주식의 매매는 실제적으로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즉, 기업의 가치는 생산성의 상승뿐만이 아니라, 국내경제 발전에도 비례하여 성장하므로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국민연금의 입장에서 주식 투자를 한다는 것은 국민연금기금은 정치공동체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이며, 정치권력을 창출하는 힘을 가진 국민들에 의해 조성된 기금에 의해 국내기업에 투자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국가경제의 성장으로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고, 그 상승분에 비례한 만큼의 주식 평가액이 상승하게 되므로, 궁극적으로는 가입자들에게 국가경제 발전의 과실이 나누어 질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국민연금의 국내 기업에 대하여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국내 기업의 성장이 그대로 가입자의 이익으로 귀속되며, 반대로 국내 경제의 하락에 대한 책임도 가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가될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에서 발휘되는 주주권은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별개로 하더라도, 정치적, 경제적인 파장이 다른 기관투자자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으로 인하여 자산운용사들과 차별되는 투자지평을 가지고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할 수 있어 사회경제적으로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면도 있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일반 재무적 투자관점에서 바라보는 수익률이나, 기업의 구조개선을 넘어서는 영역으로까지 발전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부문에 대한 투자가 전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증식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은 결국 노동인구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향후 저출산-고령화 구조로 인하여 실제 연금의 부담이 증가하는 반면, 자본의 실질 이익도 감소하게 됨에 따라 미래 가입자의 연금부담을 오히려 높이게 되는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즉, 국민연금 제도 역시 인구 구조로 인한 재정적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주식 등의 적극적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인구구조의 변화로 국내 자본생산성이 낮아지고, 국내 기업들의 자본이익률이 감소할 경우 이는 직접적으로 국민연금 주식부문의 운용 수익률의 감소로 연결되게 된다. 이미 주식 부문도 인구구조로 인한 수익률 저하를 나타내기에 초과수익의 추구가 사실상 어렵게 되는 자기모순적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을 살펴보면 국민연금기금의 주식 총 투자 총액의 64.8%를 차지하고 있어, 투자종목의 쏠림 현상이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투자의 안정성을 위한 기본적인 투자준칙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국민연금기금의 경우 투자자, 즉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대상이 전 국민임을 고려한다면, 실제 보험 납부 자중 극히 일부만이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로 인한 혜택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대신 나머지 납부자들은 국민연금-국민연금 기금운용의 경로를 거쳐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투자 성과를 함께 나누고 있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성격을 가지는 기관투자자가 기업에 투자하면서 투자규모로 인하여 상당수준의 주식을 보유하게 되었을 때,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행사하는 지배주주로서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서 과연 공공기금이 일반 기업에 대하여 주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주주권 행사의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의 역할과 비중의 증가는 점차적으로 시장에 기관투자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게 되었고, 점차 사람들은 공적연금으로서의 국민연금의 역할과 함께,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각자의 생각에 따라 주주권의 구현목적에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까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의견과, 기업의 자율적 결정을 국가기관에서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도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회적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주주권을 활용하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누어진다.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 수단으로 주주권 행사

 

이는 기금을 신탁한 가입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 중의 하나로 주주권을 바라보는 것으로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주주권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주주권 행사는 기금운용 수단의 하나로 생각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를 위해 CalPERS나 CPPIB 등의 사례를 주로 소개하면서, 이들 연금기금이 주주권의 행사를 통해 얼마나 높은  초과 수익률을 달성하였는지를 강조한다. 그리고 국민연금 역시 이들과 같이 적극적인 주주권의 행사로 기업의 구조를 선진화하고, 효율화 시켜 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주주의 이익을 제고하여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러한 입장은 대부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운용전문가로 충원하여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독립적인 기금운용을 하자는 의견과 그 맥이 연결되어 있다.

 

2002년도부터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주장하는 논저들은 대부분 재무적 입장에 기초한 투자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기금관리자로서의 기금운용본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들이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강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민연금기금은 연금수혜자인 국민에 대하여 충실 및 선관주의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일정한 위험허용한도 내에서 연금기금의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의결권 등 주주권한 행사는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한다. 그러므로 국민연금기금은 주주권한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른다.

 

둘째, 「국민연금법」에서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유지를 위하여 그 수익을 최대로 증대 시킬 수 있도록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바에 따라 기금을 관리/운용하도록 기금의 사명을 적시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기금의 의무인 것이다.

 

셋째,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면 향후 주식의 투자 메리트가 크게 저하되어 주식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 되지 못할 것이다. 주식가치의 핵심요소인 의결권의 행사를 제한받는 당사자라면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  

 

넷째, 기업지배구조가 낙후된 기업은 미래현금흐름 중 일부를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에게 이전시킬 때 주주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하게 되어 기업가치의 개선을 이루어내기 어렵다. 이를 개선함으로써 주가의 상승을 도모하는 것은 결국 연금가입자의 이익으로 귀결될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주주권 행사에 대한 반대

 

주주권 행사에 대한 반대는 자본주의의 기본 이념을 부정하는 행위와 같다. 단지, 최근 공적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의 기저에는 이들의 주주권의 행사가 주주의 이익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깔려있다.

 

주주권의 행사는 오히려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고, 현재의 국민연금기금과 관련한 지배구조로는 정부에 의한 기업지배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경영진에 배치되는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불편해 하는 입장이 반영되어 있다. 대신,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의 지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현재의 오너 위주의 경영체계를 안정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는 기업의 경영진과 주주, 기타 관계인 모두가 국민연금의 가입자임과 동시에 수급자로서 존재하기에, 이들에 비례하여 의결권을 표기하기 위해서,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단지 shadow voting수준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효율성이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권의 행사는 관리비용과 모니터링 비용이 크게 소요되는 것으로 오히려 기금 수익률을 저해하며, 이와 관련한 전문인력을 구성한 여력도 능력도 없는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의 입장도 국민연금이 정부와는 완전하게 독립된 상태에서 순수하게 기업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금의 운용이 완전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주권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입장과 동일한 전제, 즉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운용전문가로 충원하여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독립적인 기금운용을 하자는 것을 주장한다.

 

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통제를 공적연금의 힘을 빌어 시행함으로써, 정부가 관치의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것뿐이라 의심하는 것이다. 물론 이보다 더 낮은 심중엔 그동안 재벌의 자유의지에 의해 운영할 수 있었던 기업 경영이 다른 대주주에 의해 간섭받는 것을 꺼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거부감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기금의 운용을 담당하는 대리인으로 하여금 효율적인 기금운용을 기대하며 동시에 가입장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유-지배의 구조를 갖춘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운용자는 실제적으로 기금을 운용함에 있어서 가입자를 생각하기 보다는 기금의 운용 수익률을 극대화시킴으로서 자신이 받게 되는 여러 인센티브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기금운용을 관리하는 감독기구의 경우는 또 다른 입장을 가진다. 한편으로는 기금운용의 성과를 통해 관리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운용자의 운용성과를 제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입자를 비롯한 납세자의 입장에서 공공이익에 대한 기금의 기여에 대한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게 된다.

 

국민연금기금이 순수한 재무적 투자자임을 강조한다고 하여도 공익부문에 대한 배려나 사회적 투자 성격의 투자를 수행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는 국민연금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가입자와 정부, 혹은 후세대 인구들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필요한 부문이다. 더구나 국민연금기금의 실질적인 운용을 심의·의결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가입자와 사용자를 대표한 각계의 인사들과 정부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어, 기금의 운용측면 외에도 많은 부문을 논의하여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와 같이 국민연금이 대기업들의 대주주인 상태에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된다면 정부는 합법적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통하여 실질주주의 이익극대화 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한다던가, 초과이익공유제와 같은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경영목표로 삼도록 압력을 행사할지도 모른다는 식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이럴 경우 원래 주주권 행사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목적인 주주이익의 극대화나 기업가치의 개선을 얻기 어려우며, 주주권의 행사는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자본주의에 독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의 행사는 가능한 축소하여야 하며, 의결권조차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표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재무적 투자자의 중립성을 위한 방법으로 투자지분을 차감한 주식수의 의결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원칙인 중립투표(shadow voting)가 있다. 이는 기업의 경영과 관련하여 모든 의사결정을 기관투자자인 자신을 배제한 나머지 다수결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 경우 기관투자자를 제외한 주식지분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과 대주주들의 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 대부분 대주주의 입장에 유리한 의사결정이 나타나게 된다.

 

또 다른 반대논리로는 기존의 CalPERS Effect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다. 기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주장하는 의견 중 많은 부문이 적극적 주주권의 행사로 실제 주식가치가 크게 상승하였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 의결권 행사와 기업의 성과와는 무관하며, 오히려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연구들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연금이 기업경영에 간섭함으로서 우려되는 중요한 근거로 연금사회주의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연금운용기관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연금의 주인인 노동자들이 기업경영에 영향을 주어 기업의 경영이 노동자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경우 노동자의 의사가 기금의 운용에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이다. 더구나 운용자들은 여전히 투자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자본시장 메커니즘에 충실한 부문으로 연금사회주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대신 최근의 논쟁은 의결권의 행사가 다른 목적을 통해 민간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주장하는 논리로 적용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의 관점에서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

 

이들이 주장하는 주주권 행사를 통한 기업의 가치 증진과 경영효율성 개선은 앞서 주주권 강화를 주장하는 입장과 같으나, 그 목적이 다르다. 즉, 앞서 주주권 강화론자들은 이를 통한 기금의 수익률을 증진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이들은 기업의 경영개선을 통한 재벌구조의 개혁과 사회적 효용을 높이는데 그 목적을 가진다. 이에 따라 실제 공적연금으로서의 국민연금의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며,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연기금의 역할을 주문한다.

 

국민연금기금을 사회적 자본으로 보는 이유는 국민연금가입자의 수급권이 온전하게 자신들이 납부한 연금보험료만으로 충당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국민연금기금은 사적계약이 아닌 사회적 계약의 소산으로 사회보장제도로서 공적연금제도는 세대 간 재분배를 통한 소득보장 약속을 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 약속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임의적인 것으로 미래 세대의 소득보장에 대한 약속은 사적재산권에 대한 보장과는 구분되는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노후보장에 대한 사회적 권리의 보장에 관한 문제로서 이러한 장기적인 보장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적연기금을 사회적 연대가 안정적으로 지속되도록 만들기 위한 기금으로 사고한다면 기금운용의 공공성이 오히려 수익성보다 더욱 중요하기에 주주권의 행사 역시 수익률 위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전체적인 효용개선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연금기금의 현재 운용관리는 물론, 현재와 미래의 연금급여와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책임지며, 시계열상에서 국가의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주주권의 행사도 사회적 책임으로 제시될 수 있다.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시 기업의 재무적 지표 외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투자방식을 의미한다. 기금운용자들이나 일부 주주권 행사를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주장하다시피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정상 수익률을 밑돌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현재의 기업을 사회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하도록 투자를 하게 된다면, 현재 일반 기업에 대한 투자 보다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경감할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하게 수익률 제고를 통한 기금규모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가의 상승, 국가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 등 부수적인 사회적 혜택이 포함되며, 국민연금 채권보유에 따른 후세대 부담도 경감할 수 있음을 포함한다.

 

국민연금기금의 바람직한 주주권 행사 방향

 

여전히 연금가입자들,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금의 운용이 자신의 퇴직 후 연금급여를 책임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입장에서도 기금운용 성과를 광고하면서 운용의 성과로 노후 연금급여가 안전하게 지급될 것이라 홍보하고 있다. 기금의 운용담당자들 역시 자신들의 단기 운용 성과가 국민연금제도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라 여긴다. 이로 인하여 보건복지가족부의 연금재정 담당자는 맹목적인 책임감으로 기금운용을 ‘관리’한다. 관리의 핵심 사항으로 이들은 기금 수익률의 극대화를 표방하고 있으며 기금의 대부분은 금융부문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이 단순한 운용자산이라기 보다는 국가 전체적 이익과 직결되는 자산으로 미래와 현 세대간의 형평성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보완하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운용을 결정하는 과정부터 연금제도라는 커다란 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가지는 공적영역에 일치하도록 관리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주주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주식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일부에 대한 권리에 투자하는 것으로 기업경영에 대한 권한이 발생한다.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공적연금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공적연금에서 행사하는 주주권이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발현되느냐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사항에서 누구도 주주권에 대한 행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소유권이 주주에게 있는 만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한 이익의 실현은 기업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입장에서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소수주주들의 주주권행사를 반길 리는 없다. 공적연금과 같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소수주주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최근 공적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기저에는 이들의 주주권의 행사가 주주의 이익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의식이 깔려있다. 현재와 같이 국민연금이 대기업들의 대주주인 상태에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된다면 정부는 합법적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통하여 실질주주의 이익극대화 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한다던가, 초과이익공유제와 같은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경영목표로 삼도록 압력을 행사할지도 모른다는 식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결국 현재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의 문제는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어 버린다. 이를 위해 많은 곳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을 정부와 독립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더욱 훼손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독립된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인사들에 대한 선출이나 운용행위에 보다 경제부처에 의한 직접적인 간섭이 용이해지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소위 운용전문가들의 인적구성에 한계가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았을 때 운용책임자들은 결국 경제관련 인사나 금융권의 인사로 선출될 수밖에 없으며, 이들은 현재의 국민연금의 사회복지적인 정책과는 무관한 기금운용을 수행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배구조상 이들의 인적 연결이 현재의 재벌구조에 종속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주권의 독립성을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문제로 해결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장기로 연장되며 효율성 또한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난다. 어찌 보면 현재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재벌들이 원하는 방향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 총수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후진적인 오너리스크(owner risk)가 높은 재벌구조하에서 소액주주 보호의 입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를 할 경우, 사회적 투자의 관점에서 최고경영자의 도덕성이나 경영의 투명성 등을 주요하게 보아야 한다. 그리고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여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구조화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에 있어 한화나 SK 등과 같이 오너리스크가 높은 기업군에 대한 일련의 조치들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민연금기금과 같은 공적연금제도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개정 상법을 통한 주요 기업들이 정관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비중으로 실제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즉, 국민연금기금이 주식보유 비중이 점차 높아져 간다고는 하여도 실제 주권으로서의 역할은 미약한 상황에서 주식의 최대한도 설정문제를 다시 고려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09월호(제1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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