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9-10   545

[복지동향179호] 편집인의 글

편집인의 글

남찬섭 l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0년대 한국사회는 전례없이 뜨거운 복지국가논쟁을 경험하였다. 이 논쟁은 복지국가를 테마로 한 대안사회논쟁이었다는 점에서 그간 복지를 늘 후순위로 치부해온 한국사회에서 보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이는 그만큼 한국사회가 복지국가의 확립을 필요로 하는 매우 중요한 전환기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시민들의 복지국가로의 전환 요구가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요구를 현실정치에서 구현해볼 기회는 보수세력에게 돌아갔다. 

   돌이켜볼 때, 한국사회가 매우 중대한 전환국면에 처했던 때는 1960년대 초반과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후반이 아닌가 한다. 1960년대 초반의 전환기는 사실 1950년대 중후반 이후의 구조조정필요성에서 기인한 것이었는데 1950년대 중후반부터 1960년대 초에 이르는 기간에 한국사회에는 재건이니 자립경제건설이니 하여 대안사회논쟁이 한창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대안사회논쟁은 군사쿠데타 이후 잦아들고 군사정부가 제시하는 것이 대안이고 그와 다른 논의는 불경스러운 것으로 간주되기 시작하였으며 그 전과 달리 민간부문에서의 활발한 대안제시도 사라지게 되었다. 군사쿠데타는 1950년대 중후반 이후의 구조조정필요성에 대한 군사주의적 대응의 출발이었으며 그 이후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한국사회는 대단히 군사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모습의 사회체제로 형성되어갔다. 

   이런 체제에 균열을 일으킨 것이 1980년대 후반의 민주화 투쟁이었다. 민주화 투쟁은 한국사회를 군사주의나 권위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재편하려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 민간과 정부에서 활발히 전개되던 대안사회모색노력이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라는 보수세력에 의한 군사주의적 대응으로 귀결되었듯이,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대안사회구축노력 역시 보수세력에 의해 보수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보수세력의 사회운영전략은 1997년 외환위기로 한계에 달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후 등장한 민주정부가 개혁에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민주정부 기간은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가 불편하게 공존하는 기간이었고 그로 인해 민주정부의 여러 노력은 시민들에게 체감되지 못하였고 결국 정권은 다시 보수세력에게 넘어갔다. 

   복지국가논쟁은 이런 상황에서 급속하게 등장하여 확산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된 전환요구에 대한 민주정부의 대응이 만족스럽지 못하였고 보수세력의 집권으로 그러한 대응에 희망을 걸기 어려운 상황에서 복지국가논쟁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시민들은 복지국가논쟁에 담긴 전환요구를 실현할 권한과 기회를 또 다른 보수세력에게 주었다. 

   결국 세 번의 전환국면에서 그 마무리는 모두 보수세력에 의해 이루어졌다. 첫째의 전환국면은 군사정부에 의해, 둘째의 전환국면은 김영삼정부라는 보수세력에 의해, 그리고 셋째의 전환국면은 박근혜를 정점으로 하는 보수세력에 의해 귀결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보수세력에 의해 마무리된 듯 보이는 전환국면도 그 처음은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의해 시작되었다. 다만 그 결말이 보수적으로 이루어졌을 뿐인 것이다. 한국사회의 복지제도에 그처럼 많은 문제와 모순이 내재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의해 시작된 전환국면이 보수적으로 귀결되면서 원칙없이 타협되었기 때문이다. 

   현 집권세력도 2010년대 복지국가논쟁으로 대표된 복지국가 구축의 요구를 적절히 현실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공약파기라는 비판을 받았는가 하면, 진주의료원 사태에도 무책임하게 거의 무대응하였으며, 최근에는 증세는 없다고 하여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였다. 현 정권은 자신들이 야당이던 시절 민주정부를 공격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세금문제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딜레마에 갇힐 것이다. 복지국가논쟁으로 대표된 바와 같이 복지국가 구축요구가 빗발칠 때 그것에 편승하여 각종 장밋빛 복지공약을 내세웠고 그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으면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하고 최소한 책임지려는 진지한 자세라도 보여야 한다. 원칙과 신뢰는 대통령 후보 시절에만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현직일 때 더 중요하다. 세금문제에서 3일만에 꼬리를 내린 것은 복지국가 구축요구에 관한 한 원칙과 신뢰를 지킬 인프라를 걷어찬 것이다. 이 정부는 조세와 복지의 딜레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며 그러는 사이 복지는 또 다시 여의도정치화되고 구호화・슬로건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딜레마를 깨고 진정한 복지를 확립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감시와 단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월간 <복지동향> 2013년 09월호(제179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