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보건복지 예산(안) 총괄 평가
남찬섭|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 증세를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한계에 갇힌 사회부문(보건・복지・고용부문) 예산
● 정부는 2014년도 총지출예산을 전년 대비 4.6% 증가한 357조 7천억 원으로 편성한 가운데 정부 각 부처의 보건・복지・고용부문 총지출예산(이하 “사회부문 총지출예산”)을 전년 대비 8.7% 증가한 105조 9천억 원으로 편성함.
● 이에 따라 사회부문 총지출예산은 정부총지출예산에서 29.6%를 차지하는 것으로 편성되었고 이는 2009년 26.2%에 비해 3.4%p 증가한 것임. 또한 내년도 사회부문 총지출예산의 증가율 8.7%는 이명박정부 기간의 연평균증가율 6.9%보다 높은 증가율임.
● 이와 같은 2014년도 지출예산안과 관련하여 정부는 사회부문 총지출예산이 최초로 100억 원대에 진입하였다고 자평하고 있음. 하지만, 최근의 복지국가논쟁으로 표출된 범사회적인 복지국가민심에 비추어 볼 때, 내년도 예산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움.
1) 증세를 배제함으로써 스스로 한계에 갇힌 예산
● 현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증세는 없다고 못박음으로써 복지국가민심을 반영하여 재정기반을 확충하고 재정구조를 개혁할 여지를 스스로 차단하였음.
● 복지국가논쟁에서 확인된 복지국가민심은 우리사회의 재원배분구조를 “복지”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재구조화할 것을 요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재원배분구조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재원배분구조 시각으로 복지국가로의 재편성을 제약하고 있음.
● 이는 내년도 예산편성기조가 과거 정부와 거의 차별성이 없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나며 또한 참여정부의 사회부문 예산 연평균증가율과 비교하여 매우 낮은 증가율을 보인다는 사실에서도 그러남.
2) 과거와 차별성이 결여된 예산편성기조
● 정부는 내년도 예산편성의 키워드를 “경제활력 및 일자리 예산”으로 제시하였음. 하지만 이는 이명박정부의 예산편성 키워드와 비교할 때 전혀 새롭지 않으며 과거의 키워드를 반복한 것임.
● 재원배분의 중점에서도 경제활력회복이나 성장잠재력 확충, 일자리 창출, 서민생활정과 삶의 질 제고, 국민안전확보, 든든한 정부 구현 등을 내세웠는데 이 역시 과거 정부와 비교하여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알기 어려움.
● 또한 재정운용전략에서도 건전재정기반 확충과 국민・현장・협업중심의 재정운용개선을 내세워 과거 이명박정부가 내세웠던 균형재정 혹은 건전재정과 큰 차별성이 없음.
● 국민・현장・협업중심의 재정운용에 있어서는 국민과 소통하는 예산을 내세우고 그 방안으로 아이디오어 공모와 정책고객 심층인터뷰, 현장방문・간담회, 대국민토론회 등을 제시하였으나 이는 과거부터 해오던 것으로 이것이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회의적임.
3) 참여정부의 사회지출 연평균증가율 12.6%에 비해 매우 낮은 증가율
● 내년도 사회부문 총지출예산의 증가율 8.7%는 언뜻 보기에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 민주정부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증가율임.
● 참여정부의 사회지출예산은 2003년 27.6조원에서 2008년 49.8조원(주택부문 제외)으로 증가하여(기획재정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통합재정통계) 연평균증가율이 12.6%에 이르렀음. 이에 비하면 범사회적인 복지국가민심을 실현할 과제를 안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내년도 예산 증가율은 매우 낮은 것임.
2. 복지국가민심을 외면한 공약파기 복지부 예산
● 내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총지출예산은 46조 3,500억 원으로 이는 사회부문 총지출예산 105조 9천억 원의 43.8%에 달하는 금액이며, 전년도 본예산 대비 12.9% 증가한 것임(2013년도 추경예산 대비로는 11.8% 증가).
● 내년도 복지부 소관 예산의 증가율은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중 대부분은 의무지출사업의 예산이 증가한 데 따른 것임. 게다가 의무지출사업 중 국정과제 관련 예산은 사실상 공약파기로 인해 증가분이 대폭 축소된 것임.
● 즉, 2014년도 복지부 예산 가운데 의무지출예산은 39조 2천억 원으로 복지부 전체 지출예산의 84.6%를 차지함(국회예산정책처, 2013). 2014년도 의무지출은 2013년도의 34조원과 비교할 때 약 5조 2천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복지부 총지출예산 증가분의 대부분은 의무지출의 증가임.
● 물론 이들 의무지출예산 중에는 기초연금 도입에 따른 지급단가 인상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에 따른 주거급여 등의 인상 등 국정과제 반영분도 포함되어 있으나,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대상자 증가에 따른 지출증가나 건강보험 가입자지원 등 자연증가분도 포함되어 있음.
● 게다가 국정과제 반영분은 겉으로 보기에는 지출예산 증가이지만 실제로는 지난 대선 때의 공약을 파기한 데 따라 증가분이 대폭 축소된 것임.
● 노인복지예산의 경우 2014년도 예산은 6조 3,444억 원으로 2013년도 4조 2,937억 원에 비해 2조 507억 원이 증액되었으나 그 대부분은 기초노령연금 최대급여액의 인상(97,100원→20만원)에 따른 것임. 즉, 기초노령연금 예산은 2013년 3조 2,099억 원에서 2014년에 5조 2,002억 원으로 증액되어 1조 9,990억 원이 증가하였음.
● 하지만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의 공약이 지켜져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급여가 지급되었다면 소요되었을 예산이 12조원 가량으로 추계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도 예산안의 증가분 1조 9,990억 원은 대단히 축소된 것으로 공약파기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임.
● 또한, 기초생활보장예산의 경우 주거급여예산이 28.0% 증가하고 취약계층 의료비지원예산이 17.3%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예산항목들은 보합세이거나 감소하여 전체적으로 3.1%의 증가율을 보임.
●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방식을 개별급여로 개편키로 하면서 생계급여기준선을 현행 생계급여상한선보다 높게 책정한다고 하였으면서도 실제 생계급여예산은 2.6% 삭감하였음. 정부는 최근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의 도입으로 부정수급자 적발로 인해 생계급여수급자 수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을 과도하게 일반화한 것(국회예산정책처, 2013)일 뿐만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기초생활을 보장하겠다는 제도개편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임.
● 또한 정부는 개별급여로의 개편을 추진하면서 근로능력자에 대한 지원을 공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필요한 자활급여예산을 7.7%나 삭감하였음. 뿐만 아니라 사후지원보다 사전지원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긴급복지지원예산도 20.0%나 삭감하였음. 이러한 조치들 역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정부가 공언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정부의 의도를 의심케 하는 조치들임.
● 취약계층지원에 속하는 예산 중 장애인예산의 경우도 공약파기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 장애인연금은 지난 대선에서 중증장애인 전체로 대상자를 확대하고 급여액도 인상키로 공약하였지만 기초연금에서처럼 소득 하위 70%로 제한함에 따라 예산증가폭이 크게 축소되었으며, 장애인활동지원의 경우도 급여단가를 동결하여 24시간 활동지원보장과는 거리가 먼 예산이 되었음.
● 보육예산의 경우에도 가정양육수당에 대한 국고보조율을 상향 조정하여 예산을 27.2%라는 비교적 큰 폭으로 증액하였으나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더 나아가 가정양육수당은 보육의 사회화보다는 가정 내에서의 여성에 의한 아동돌봄을 강요하는 것으로 정책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하는 것임. 게다가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등 보육인프라예산은 57.8%나 삭감하여 전체적으로 보육예산이 비용지원에만 치중하는 불균형을 더욱 강화하게 되었음.
● 또한, 건강보험의 경우 보장성 강화에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제외하여 공약파기를 기정사실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런 가운데에서도 보장성 강화를 추진할 경우 지출증가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과소추계하고(국회예산정책처, 2013) 그에 따라 건강보험가입자 국고지원예산도 과소추계하고 있음.
●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2014년도 복지부 소관 지출예산은 공약파기가 반영된 예산이며 나아가 당장의 공약파기를 넘어 추후에라도 공약에 근접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기반조성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단히 부적절한 예산이며 복지국가민심을 외면한 예산이라 할 것임.
3. 결론
● 최근 우리사회에서 전개된 복지국가논쟁은 범국민적인 복지국가민심을 여실히 보여주었음. 현 정부는 이와 같은 범국민적인 복지국가민심을 실현할 역사적 과제를 안고 있음. 더욱이 내년도 예산은 박근혜정부가 주체적으로 편성한 첫 예산이라는 점에서 이 정부가 복지국가민심을 반영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예산안임.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예산안은 범국민적인 복지국가민심을 반영할 능력과 의지를 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음.
● 내년도 사회부문(보건・복지・고용부문) 총지출예산 105조 9천억 원 및 복지부 소관 총지출예산(기금포함) 46조 4천억 원은 전년도에 비해 증가한 듯 보이지만, 그 상당부분은 의무지출증가에 따른 자연증가분임. 또한 내년도 예산증가분에 반영된 국정과제 관련 예산도 실제로는 지난 대선 때의 공약을 파기함으로써 그 증가분을 최대한 억제한 것으로 정부의 주장과 달리 복지국가민심을 외면한 反복지적 예산임.
● 본 보고서는 최근의 복지국가논쟁으로 표출된 범국민적인 복지국가민심을 반영하는 예산안 심사가 될 수 있도록 2014년 11월 0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전달된 2014년 보건복지부 예산(안) 분석보고서임.
● 기초생활보장예산의 경우 개별급여로의 개편을 추진하면서 생계급여기준선을 현행 생계급여상한선보다 높게 책정할 것이라고 공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생계급여예산을 2.6% 삭감하고 나아가 자활에 필요한 자활급여예산을 7.7%나 삭감하는 등 제도개편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제도개편시도마저 의심케 하고 있음.
● 보육예산의 경우 보육인프라예산은 대폭 삭감한 반면, 가정양육수당은 대폭 증액하여 전체적으로 보육예산의 기조가 인프라 확충보다는 보육비용지원에 편중되어 보육의 사회화를 외면하고 오히려 가정 내에서의 여성의 돌봄을 강요하는 성격을 보이고 있음.
● 아동・청소년예산의 경우 보육예산을 제외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일뿐만 아니라 요보호아동 중심의 대단히 선별주의적인 예산편성기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예산에서 요보호아동 예산을 복권기금으로 이전하여 예산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음.
● 노인복지예산은 겉으로 보기에 증가한 것처럼 보이나 이는 기초연금 도입에 따른 급여액 인상이 반영된 것이며 대상자를 소득하위 70%로 제한함으로써 공약을 그대로 이행했을 경우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 예산 12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예산증가임.
● 장애인복지예산의 경우에도 장애인연금의 대상자를 소득하위 70%의 중증장애인으로 제한하고 활동지원사업의 지원단가를 동결하는 등 공약파기를 기정사실화하는 예산을 편성함.
● 보건의료예산의 경우 건강보험보장성 강화에서 선택진료비 등을 제외하여 공약파기를 기정사실화한 데 이어 건강보험가입자 지원예산도 과소추계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
● 2014년도 예산안은 “복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재원배분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함으로써 범국민적인 복지국가민심을 반영해야 할 역사적 과제를 방기한 反복지적 예산안임. 겉으로 보기에 높은 듯 보이는 예산증가율도 상당부분은 의무지출증가에 따른 것이며, 국정과제를 반영하여 증가한 예산도 사실상은 대상자 확대를 제한하거나 지원단가를 동결함으로써 증가분을 최대한 억제한 것으로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였을 경우 예상된 증가분에 비해 턱없이 낮은 ‘공약파기 굳히기 예산안’임.
●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정부가 작성한 2014년도 예산안을 전면 거부하고 복지국가민심을 최대한 반영하여 예산안을 새롭게 편성함과 동시에 재원배분구조와 재정운용기조 역시 복지국가민심에 걸맞도록 근본적으로 재구조화할 것을 국회에 강력히 요구하면서 특히 다음의 과제에 주목할 것을 요청함.
● 첫째, 예산편성의 점진적 변화가 다소 불가피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재정운용기조를 복지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토록 해야 함. 또한 이와 함께 증세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함.
● 둘째, 개별급여로의 전환에 있어서 기존의 최저생활보장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치함과 아울러 정부예산안에서 삭감된 생계급여와 자활급여, 긴급복지 예산의 근거를 세밀하게 따져 재조정해야 함. 또한, 현재 사회보장기본법에 복지부에 의한 제도조정이 명시된 상황에서 그리고 부처간 칸막이 현상의 제거가 긴요한 상황에서 교육급여나 주거급여를 타부처로 이관하는 것이 과연 실익이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여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음.
● 셋째, 보육인프라 확충예산을 상향조정해야 하며, 이와 동시에 가정양육수당을 근본적으로 재고하여 아동수당으로의 개편 등 보육의 사회화에 맞도록 재편해야 함.
● 넷째, 아동・청소년예산에서 아동의 인권 및 참여증진 예산을 증액편성하여 보육예산편중성을 극복하는 한편 복권기금으로 이관된 예산은 일반회계예산으로 복원시켜야 함.
● 다섯째, 기초연금의 경우 대상자 하위 70% 제한과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철회하고, 공약을 그대로 이행토록 하되 필요한 경우 단계적 접근방안을 마련토록 함.
● 여섯째, 장애인예산에서도 장애인연금 대상자를 중증장애인 전체로 확대하고 필요에 따른 24시간 활동지원이 보장되도록 급여량을 인상해야 함.
● 일곱째, 건강보험 보장성에 있어서 정부가 제외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을 필요한 경우 단계별라도 포함시켜야 하며, 그에 맞게 가입자 지원예산을 편성해야 함.
● 여덟째,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교부세율 조정 등 자주재원 확충을 시도해야 하며 나아가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을 재정형편에 따라 조정토록 한 것을 개정하여 재정형편보다는 복지수요 등 다른 기준에 의한 역할분담조정이 우선하도록 해야 함.
● 아홉째,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와 관련하여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막연한 원스톱서비스체제 구축보다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맡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및 장애인활동지원을 맡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등의 사회보험공단과 사회복지시설 운영지원과 공공부조 업무 등을 맡고 있는 지방정부, 그리고 실제로 사회서비스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복지관 등의 민간부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달체계 개편방안을 시급히 구축토록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음. 또한 이와 함께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이른 바 돌봄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방안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함.
월간 <복지동향> 2013년 11월호(제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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