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1. 들어가며
2011년 12월 5일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빈곤계층의 생계과 밀접히 관련될 수 있는 빈곤정책 개선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공청회가 열렸다. 20여명의 전문 연구자(연구책임자:이태진)가 1년여의 시간 동안 연구한 결과물을 발표하고 빈곤정책 전문가 12명의 토론자가 참여하고, 수십명의 복지부 공무원을 포함한 수백 명의 청중들이 지켜보는 대규모 공청회였다.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와 대규모의 연구답게 발표된 제도 개선안 또한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 포함되었다. 최종 연구보고서가 아닌 중간 발표형식의 토론회인 만큼 요약형태의 자료집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대안으로 제시된 빈곤정책의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발표된 내용과 공청회 현장에서의 발언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2. 맞춤형 다층적 보장체계의 주요 내용
기획단이 모색한 것은 빈곤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인데, 제목에서 나와 있듯이 그 방향은 맞춤형, 지립촉진형, 그리고 지속가능형으로 설정하고 있다. 기획단에서 바라보고 있는 현재의 빈곤정책의 문제는 첫째 수급빈곤층과 비수급빈곤층간에 형평성에 커다란 문제가 있고, 둘째 수급권 박탈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수급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현상이 심하며, 셋째 사후대응 위주의 빈곤정책으로 인해 빈곤예방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형식적 분류에 따른 획일적 지원체계’를 ‘욕구 특성별로 다원화된 맞춤형 지원체계’로 전환해서 빈곤예방과 생활보장을 꾀하고, 강화된 자립지원을 통해 계층 이동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획단에서 제시한 ‘욕구특성별로 다원화된 맞춤형 지원체계’상의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은 <표>에서 나타난 바와 같다. 전문가가 보기에도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과도하게 단순화해서 표현하자면, 각각의 급여별로 다른 기준으로 수급자를 선정하도록 하자는 것이 현제도와 비교해 보았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도 현행 제도에 비해 상당한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단순화하면 개별급여를 시행해서 그 대상을 차상위계층 까지 확대하고, 탈빈곤 방안을 확대하며, 소득선정기준을 절대빈곤선 방식에서 상대빈곤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안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확대하자는 내용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기획단의 안대로라면 주거급여와 교육급여의 경우 대상자와 급여내용이 대폭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비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경우 빈곤계층의 입장에서 더 혜택이 늘어나는 것인지 줄어드는 것인지, 즉 수급자수의 보장수준의 변화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 있다. 재산기준은 현행보다 대체로 인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고, 초과재산의 소득환산제도를 없애는 대안이기 때문에, 그동안 재산 이유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한 빈곤계층에게는 매우 유리한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수급 빈곤계층의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는 부양의무자기준에 대해서는 현행유지, 혹은 점진적 완화를 계획하고 있는 관계로 부양의무자이유로 인해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빈곤계층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급여의 경우 수급자 선정을 생계급여수급자 선정기준과 비슷하게 가져간다는 점에서 새롭게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는 사람의 경우는 재산기준초과자에 국한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로능력자와 무능력자를 구분하여 근로능력자의 경우 의료급여대상에서 제외하고 건강보험가입자로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현행안과 비교한 매우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표> 맞춤형 다층적 보장체계의 급여별 수급자 선정기준과 급여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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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기준 |
부양의무자 기준 |
급여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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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급여 |
○ 총순자산이 조정된 일반재산의 최고가액 미만 — 조정된 일반재산의 최고가액= 일반재산의 최고가액 + (급지별 전세가격 -지역별 기초공제액) ○ 소득평가액이 조정된 생계급여액 이하 — 조정된 생계급여액 = 최저생계비 – 타법지원액 – 주거급여액 + 임대료제외 주거급여액 |
현행유지, 점진적 완화 |
○ 생계급여액= 생계급여기준액 -가구의소득평가액 — 보충급여 방식유지 — 단. 근로능력자에게는 제한적 보충급여(생계급여 상한액과 자활임금의 차액)지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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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급여 |
○ 총순자산이 최저주거기준 주택매매가격 미만 ○ 생계급여 최대액을 제외한 소득평가액의 20%가 최저기준임대료 (주거급여 최대액) 이하 ○ 임차가구 |
적용하지 않음 |
○ 주거급여 최대액(최저기준임대료)에서 생계급여 최대액을 제외한 소득평가액의 20%를 차감한 잔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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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 |
○ 생계급여 이하 — 근로능력이 없는 가구 — 1종, 2종 구분없음 — 2종은 점차적으로 폐지 • 개편에 따른 생계급여기준선이상의 기존 1종 수급자는 2종으로 한시적 자격유지하고, 생계 급여 기준선 이상의 기존 2종수급자는 건강보험으로 전환을 유도하되, 부분적으로 2종으로 보장 • 신규 근로능력 수급자는 추가선정 안함 ○ 중장기적으로 건강보험과 통합운영 |
○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에 준하여 점진적 완화 ○ 장기적으로는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안하되, 향후 건강보험 피부양제도 확대에 따른 조정 검토 |
○ 본인부담 — 외래 1,500원, 입원 및 약 5% • 입원 중인 환자에게도 생계급여 지원 • 한시적 운영(2종): 외래 1,500원, 입원 및 약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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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급여 |
○ 생계급여 200%에서 점차 확대 |
적용하지 않음 |
○ 입학금, 수업료 전액, 교재비(고등) 기존교육비(부교재비, 학용품비)를 교육준비비로 명칭 개정 범위 한정(월65,930원) ○ 급식비 (점차 소멸예정) — 추가 교육급여 조정, 추가 — 교과부나 복지부, 여가부의 지원 대상 개편 ○ 중장기적으로 전반적 교육복지 지원으로 개념 확장, 각부처사업과 연계·지원 |
* 기타: 차상위계층(비수급빈곤층)에 대한 급여·서비스 체계화, 저소득층 빈곤전락 예방을 위한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빈곤위기계층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긴급복지제도 개편에 대한 제안을 포함하고 있음.
3. 새로운 대안에 대한 평가
현장에서 기획단의 안에 대해서 토론자들이 제기한 문제를 축약하여 옮기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최저생계비를 재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장기실업자 지원방안이 누락되어 있다. 셋째, 새로운 제도가 최저보장의 정신을 훼손해서는 곤란하다. 넷째, 제도가 바뀌면 자활이 잘될지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다섯째, 새로운 재산기준은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여섯째, 부처간 연계가 잘 안되는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일곱째, 설계와 운영을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여덟째, 정교한 설계를 수급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제도이어야 한다. 아홉째, 의료급여 보호율을 현행보다 줄이는 방향의 대안제시인데 근로능력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가구 전체에 해당되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열 번째, 생계급여의 제한적 보충급여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은 토론자들의 지적이외에도 일반참가자들의 몇가지 질문과 코멘트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새로운 제도가 ‘과거의 생활보호제도로 돌아가자는 제안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으로 근로능력 유무와 상관없이 최저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기획단의 대안은 과거의 생활보호제도 당시와 같이 근로능력자와 근로무능력자를 구분하여 다르게 처우하자는 주장이고, 생계급여와 자활급여, 그리고 의료급여의 경우 현행 보다 더 후퇴된 대안이 아니냐는 의견 제시로 이해되었다.
기획단의 대안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획기적인 안이 포함되어 있지만 일부 주장은 매우 정밀한 분석을 필요로 하고, 필요하다면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몇가지 우려될 만한 사항을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제도를 평가할 때 구분해야 할 것은 그것이 제도 설계상의 문제인지 운영상의 문제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운영을 평가해 볼 때,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혹은 차상위계층에 대한 개별 급여시행)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획단의 대안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촉구할만한 내용을 충분히 포함하였다고 보기에는 곤란하다. 주거급여와 교육급여의 대상을 대폭 늘리는 방안과 특히 재산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대안이 제도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그로 인해 줄어드는 사각지대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와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급여, 혹은 수급자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추계(예산 포함)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기획단의 개선안이 ‘적은 예산의 나쁜 방향으로의 단순한 재편성’으로 활용될 것에 대한 우려심이 생긴다.
둘째, 빈곤정책의 대안은 빈곤 문제의 크기에 맞는 수용 가능한 제도가 되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최근에 있었던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의 빈곤율이 급증했는데, 제대로 된 빈곤정책이 운영되고 있으려면 빈곤율의 증가에 맞는 수급율의 증가가 있어야 하는데, 아주 미미한 변화만 있었을 뿐이었다. 즉,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후의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필요한 만큼 수급자수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합리적인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인데, 그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합리적인 부양의무자기준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빈곤정책의 문제가 훨씬 큰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한 근로능력자들의 탈수급 기피 문제만 중요시 여긴 대안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경기변동에 따른 수급자 변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큰 이유가 되는 전달체계의 문제와 같은 운영상의 문제에 대한 대안 마련(찾아가서 확인해 보고 제공하는 서비스)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다는 점을 고려한 대안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셋째, 현행제도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인 ‘근로능력자와 근로무능력자를 분리하여 다르게 처우하자’는 주장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민감한 주제라는 것이다. 근로능력여부의 분리가 추가적으로 급여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개선안에는 급여액의 축소(보장내용의 감소)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매우 우려되는 주장이다. 예전에 한 시민단체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안으로 재산기준을 현실화하는 전제하에서 차상위계층의 개념 규정을 ‘소득평가액’에서 ‘소득인정액’으로 변경하자는 청원을 한 적이 있는데, 결과는 재산기준의 현실화는 받아들이지 않은 채 ‘소득인정액’으로 변경하는 것만 받아들여서 결국 차상위계층의 개념이 대폭 축소된 적이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획단의 대안을 극도로 단순화 하자면 차상위계층에 대한 개별 급여는 확대 시행하되 근로능력자에 대한 급여는 일부 축소하자는 내용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근로능력자에 대한 대안제시만 정부에서 받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누구나 최저생활의 보장’을 국민의 권리로 규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정신은 훼손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기획단에서 제시한 사각지대해소, 자립의지 강화, 욕구별 급여체계, 지역별 가구규모별 주거비 차이 반영과 같은 개선 방향에 대해서 동의할 부분도 많지만 우려할 사항도 같이 포함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가 빈곤계층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01월호(제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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