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3-15   1094

[복지동향 161호] 편집인의 글

이진석|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서울의대 교수

 

작년 말, 엉겁결에 학생 장학금 관련 보직을 맡아 장학금 상담을 하게 되었다. 요즘 의과대학생은 다들 잘 사는 집 출신일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은 학생 면담 첫 날에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어쩌면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까 싶은 학생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정된 액수의 장학금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줄 지 고민하는 날이 여러 날 계속되었다. 돈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학생을 도와준다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학생을 면담하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일은 고통스런 과정이기도 했다. 20대 초중반의 학생이 쭈뼛거리며 털어놓는 자신의 빈궁한 사연을 듣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듣는 사람이 이럴진대, 남에게 드러내기 부끄러울 수 있고, 지극히 사적이기도 한 사연을 발가벗듯이 이야기해야만 하는 학생은 오죽할까?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 전부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장학금 액수가  늘어나더라도, 지금처럼 매학기 반복적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빈궁함을 털어놓아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자괴감과 모멸감을 반복적으로 느껴야 한다면, 그리고 행여 장학금 대상자에서 탈락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밤잠 설치며 가슴 졸이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비인간적이다. 이런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타당한가?

 

‘복지국가’를 주장하면서, 빈곤을 증명해야만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를 고집하는 이율배반적 정치인들이 여야 가릴 것 없이 넘쳐난다. 모자란 나의 머리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기괴한 논리이다. 선거가 목전에 있다 보니, 국민의 표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마치 ‘親복지’인 양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아침에 ‘反복지’로 돌아설 사람들이다. 입으로만 복지를 이야기하는 이들이야말로 복지의 진정한 X맨이다. 오는 4.11 총선에서 이런 거짓 복지주의자들을 걸러내지 않으면, 국민적 열망인 보편적 복지의 시간표는 또 한참 뒤로 되돌려지게 된다. 나의 미래, 가족의 미래,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오는 4.11 총선에서 나의 한 표를 현명하고 냉정하게 행사해야 한다.

 

이번 복지동향 심층분석에서는 참여연대, 복지국가실현연석회의,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 내용을 현장중계 방식으로 다루었다.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노동, 재정 분야별로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관계자, 그리고 해당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각 분야 정책의 현황과 쟁점, 그리고 향후 과제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동향에서는 4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주제는 KTX 민영화다. 한 때 민영화는 공공기관의 관료주의와 비효율을 극복하는 도깨비 방망이인 양 휘둘러졌다. 그러나 우리는 그간의 민영화 정책의 결과들을 목도하면서, 민영화란 국민의 이익을 가로채서 특정 기득권 세력의 이익으로 넘겨주는 사유화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주제는 국립대학교 기성회비 반납 판결이다. 국립대 등록금 고지서에 수업료의 몇 배에 이르는 금액이 기성회비로 찍혀 있었는데, 실은 이것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불법적인 비용부담이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사실을 학생과 학부모만 모르고, 학교 당국과 정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학교 당국은 그렇다손 치고, 정부는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가? 세 번째 주제는 노동자 건강권이다. 이 글에서는 기존의 산업안전법에 근거한 노동안전보건운동에서 포괄적인 노동자건강권운동으로 패러다임과 운동주체를 전환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네 번째 주제는 최근 발족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이하, 내만복)’ 운동이다. 내만복은 복지국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주체가 되어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운동으로 세금 정의, 복지 체험, 능력별 증세를 3대 사업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복지국가 운동이 정당의 각종 복지정책으로만 거론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내만복 운동이 이런 현실을 타개하는데 일익을 담당해 주기를 희망한다.

 

이 시대의 낙담한 젊은이들을 가장 따뜻하게 위로한 것은 유재석과 이적이 함께 부른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 한 곡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시대 최고 광대 중의 한 명인 유재석과 이적은 젊은이들에게 마음먹은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으니, 낙담하지 말고 자신을 일으켜 세우라고 조용히 속삭인다. 어떤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어떤 복지국가의 꿈을 가지는가?, 어떻게 마음을 먹는가?에 담겨 있다. 우리가 함께 꿈꾸어야 할 복지국가의 꿈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행해야 할 것인가?

 

“그러던 어느 날 내 맘에 찾아온 놀라운 깨달음이/내일 뭘 할지 내일 뭘 할지 꿈꾸게 했지/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생각해봤지 일으켜 세웠지 내 자신을/…/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될 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마음먹은 대로(내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그대 생각한 대로)…”

월간 <복지동향> 2012년 03월호(제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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