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꿈은 우리의 손으로 이루어간다
주은선 |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뜨겁고 습하다. 모든 사물이 엿가락처럼 늘어질 것 같은 여름.
이미 예정된 것에 불과하지만, 겨울의 큰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들은 출마 선언에 슬로건 발표에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선언하고 움직이고 있다. 시민들의 삶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하겠다는 그들의 선언에 미리 인색하게 굴 필요는 없으리라.
일사분란하게 동원되는 개발독재 시대를 거쳐, 경쟁의 룰에 맞추어 몸과 마음을 분주히 움직이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계층과 세대를 불문하고 좌절과 피로감이 상당하다. 이런 사람들의 삶에 일대 방향 전환을 가져올만한 근본적인 변화를 꿈꾸는 것은 절실하다. 그런 큰 변화를 이끄는데 정치의 역할은 필수적이기에 대선 주자들의 슬로건과 정책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전쟁터같은 지금의 한국 사회를 새롭게 구축해내겠다는 방향 전환의 단서와 의지를 찾아보고자 한다. ‘저녁이 있는 삶’에서, ‘빚 없는 나라’(?),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서, 혹은 다른 어떤 슬로건에서 변화의 바람을 감지해 보려 하는 것이다.
다만 국가와 시민, 선거에 대해 수십년 동안 반복된 한 가지는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자신이 선택한 권력, 그렇지만 흔히 너무 멀고, 너무 관료적인 국가 권력이 시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각자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만든다는 기대를 품었다가 차후에는 어김없이 그 기대가 무너지는 상황 말이다. 예정된 배신극은 성장 주도의 개발국가든, 아니면 복지국가든 마찬가지로 반복된다. 복지국가를 말한다고 해서, 꿈의 실현을 말한다고 해서 그들이 복지와 꿈의 실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권력에 대한 물신화는 이제 멈춰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면, 정의를 실현할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 실천하고, 부정의에 저항해야 한다. 복지국가를 원한다면 노동조합, 시민단체, 새로운 형태의 기업 등을 통해 경쟁사회에 맞서는 연대를 구축하고 그것들이 권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복지국가를 외치는 자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대신. 과거처럼 국가가 철저하게 통제하고 지도하는 방식으로는 한국사회의 방향전환은 불가능하다. 큰 사회없는 복지국가는 허상이다. 슬로건을 받아들이는 시민들은 어쩌면 이미 이명박 정부 하에서 그에 대한 반성을 충분히 했을 것 같다. 그들이 주도한 성장은 그들만의 위한 것이었을 뿐, 나의 삶을 전혀 나아지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회와 환경의 파괴를 불러왔음을 느꼈을테니 말이다. 이런 면에서 노동운동의 주체로 거듭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행진과 금융자본의 서민 약탈에 맞서는 희망살림 소개가 반갑다.
이번 호 복지동향 원고들을 읽으며 뜨거운 여름에도 쉼 없이 보건의료, 교육 등에서 정책적 변화와 이를 둘러싼 복잡한 논란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보건의료부문에 관한 심층 원고들은 2012 보건의료 분야의 쟁점과 과제를 비롯하여 포괄수가제 논란과 임의비급여 문제 등 다양한 이슈들에 관한 안내판 역할을 해주고 있다. 동향에서도 의료급여 본인부담 인상 문제가 소개되어 있다. 포괄수가제 논란에 가려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이슈인만큼 일독해 볼 것을 권한다. 보건의료 부문의 변화와 논쟁, 이번 호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재정 문제로 드러난 보육지원정책 문제 모두 간단치 않다. 그러나 내 꿈을 위임된 권력에만 맡기지 않고, 스스로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읽고, 생각해볼 일이다. 포괄수가제 문제에서도 중요한 것은 어떤 포괄수가제를 원하고 만들어나갈 것인가라지 않는가. 시민은 통치의 대상이거나 동원의 대상이 아니다. 읽고 고민하고 실천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바로 시민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07월호(제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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