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정 확충과는 거리가 먼 정부의 세법개정안
강병구ㅣ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1. 총평
지난 8월 8일 정부가 발표한 2012년 세법개정안의 기조는 최근의 복지재정 확대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감세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본 세법개정안에서 제시된 세수증대 전망은 당정협의를 거쳐 마련된 안이기 때문에 지난 19대 총선에서 복지확대를 공약한 새누리당도 그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
2012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세수입 증대효과가 2013년도 1천9백억원, 향후 5년간 누적 합계 1조6천6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재원조달 공약으로 제시한 2013년 세수증가 5조원, 향후 5년간 누적 합계 26.5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세법개정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는 일자리창출 및 성장동력의 확충, 내수활성화 및 서민생활안정, 재정건전성의 확보, 조세의 효율성과 공평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 감세정책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물론 보다 적극적인 증세노력이 요구된다.
2. 개별 세제개편에 대한 평가
정부가 2012년 세법개정안에서 부분적인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와 금융세제 개편 등을 통해 마치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증세 흉내 내기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법개정안 중 과세형평성과 복지재정 확충의 관점에서 특히 문제시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기업에 적용되는 최저한세율 1% 포인트 증가는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세제개편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대단히 미흡한 조치이다. 다수의 기업들이 최저한세율을 초과하여 조세를 부담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일부 재벌대기업의 조세부담은 최저한세율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10년 삼성전자의 비과세수익과 세액공제를 합한 금액은 2조 7,723억 원에 달하여 법인세비용 1조 7,929억 원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그 결과 2010년 삼성전자의 실효법인세율은 11.9%로 최저한세율(1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도 지적한 바와 같이 각종 조세감면 등의 세제혜택이 재벌대기업에 편중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세표준이 1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게 적용하는 최저한세율을 고작 1% 인상하는 것은 재벌대기업에게 편중된 세제혜택을 시정하는 조치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세수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벌대기업의 담세력에 합당한 세율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최저한세율을 대폭 상향해야 함과 동시에 최저한세제의 틈새를 빠져나갈 수 있는 최저한세율 적용제외 세액공제를 폐지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기존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투자효과가 낮아 2011년 세법개정을 통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변경하고, 고용이 증가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설비투자액의 일부를 법인세에서 감면해 주었다. 그러나 금번 세법개정안을 통해서 대기업에게 적용하는 기본공제율에 대해서는 고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설비투자에 대해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완화하였다. 고용이 감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소인원에 대한 축소분(감소인원 1명당 1,000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에 대해서 기본공제를 해주겠다는 것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기업에게 조세혜택이 편중될 여지가 큰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셋째,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부동산 부자감세 정책을 대표적으로 추진해 왔고, 또한 주택거래활성화를 명분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분양가상한제 완화, 강남투기지구 해제 등 각종 투기를 조장하는 부동산 정책들을 수차례 남발해 왔다. 여기에 더하여 거주가 목적이라 볼 수 없는 다주택자, 단기양도나 비사업용, 법인의 주택․비사업용 토지 양도에 대해서까지 세제혜택을 추진하는 것은 서민 주거안정 목적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이다. 오히려 건설사나 개발사업 시행사, 다주택자 등을 부추기는 투기 조장 연장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되는 정책들이다. 진정 서민을 위한 정부라면 부동산 부자감세를 중단해야 하며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넷째, 정부는 유가증권시장에 한해 주식양도차익이 과세되는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는 과세형평성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더 이상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수준에서의 비과세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최근 한국조세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과거 자본시장육성을 위해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정책을 시행했으나 국내증시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현재 이런 정책을 지속할 명분은 사라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상장주식과 파생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근로소득 및 부동산 양도소득과 비교할 때 세부담의 공평성을 높이고,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을 주면서, 주식거래에 대해 전면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활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과세형평성 및 주식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다른 금융상품과의 과세형평 등을 감안하여 선물 0.001%, 옵션 0.01% 라는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되 3년간 시행유예를 두기로 하였지만, 이 역시 낮은 세율을 통해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굳이 3년의 유예기간을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섯째,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경우 2002년 부부합산과세에 대한 법원의 위헌판결에 따라 부부합산 8,000만원까지 14%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소득 간 과세형평성이 문제시되어 새누리당은 지난 19대 총선공약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을 2,00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하였지만, 2012년 세법개정안에서는 3,000만원으로 완화되어 여전히 다른 소득과의 과세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섯째,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는 내수활성화와는 거리가 먼 세제개편이다. 정부는 내수활성화를 위해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교육세·농특세 포함시 21,120원)를 2014년 말까지 면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개별소비세의 면제를 통해 해외골프수요가 국내로 전환 될 것이라는 전망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내수기반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은 부품 및 소재산업의 미발달,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행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와 분배구조의 악화, 가계부채의 증대 등이다. 따라서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조세체계의 누진성 제고를 통해 조세 및 재정지출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정부는 올해 일몰 예정이었던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또 다시 3년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 법에 따른 교통세 수입은 본래의 도입 목적을 상실하고 도로 등 토건사업에 집중 투입되어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민적 논의도 없이 또 다시 자동 연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라도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본래 목적과 용도에 대해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막대한 국가재정이 올바르게 쓰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덟째, 정부는 사업주가 BTL방식으로 기숙사를 신축하여 사립대학에게 공급하는 경우에 부가가치세를 완전히 면제하기로 하였다. 최근 대학들이 수백억대의 건축 적립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자 기숙사를 지은 뒤 기숙사 건립·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상당 부분 학생들에게 부담시키고 있고, 그렇다보니 기존 기숙사에 비해 신축 기숙사의 입사비가 2배에 가까운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BTL방식은 사업시행자에게 기숙사에 대한 시설관리운영권을 부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정부가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하기 보다는 사립대학과 건설용역의 배만 불리는 낙후한 정책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3. 세제개편의 기본방향 및 제안
2008년 이후 재벌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 편중된 감세정책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금번 세법개정안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복지확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재원조달도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법정 최고세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상위소득계층에 각종 세제혜택이 집중되어 조세체계의 수직적 공평성이 낮다. 더욱이 분배구조의 악화가 경제성장을 제약함에도 불구하고 조세 및 이전지출을 통한 소득의 재분배기능은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조세체계의 공평성을 개선하여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조세구조의 특성과 개편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넓은 세원 낮은 세율”보다는 “적정 세율 넓은 세원”을 세제개편의 기본원칙으로 설정하는 것이 옳다. 세제개편의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인세 최고세율구간을 신설하고, 재벌대기업에 집중된 조세지원제도를 축소하여 실효법인세율을 높여야 한다. 둘째, 소득세의 최고세율구간을 조정하고 각종 조세지원제도를 정리하여 고소득자에 대한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셋째, 금융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장주식과 파생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해 전면적으로 과세할 필요가 있다. OECD 회원국의 대부분은 자본거래에 대하여 거래세보다는 자본이득과세를 근간으로 과세하고 있다. 넷째, 불요불급한 조세감면제도를 정리하여 세수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특히 고소득층 및 재벌대기업에게 집중된 세제상의 혜택을 축소시켜 법인세 과세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사업소득에서 발생하는 탈루소득은 근로소득과의 과세형평성 문제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근로소득자에게 근로소득공제를 부여하는 근거를 제공하였다. 따라서 사업소득에 대한 세무감사와 불성실 신고자에 대한 벌금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자영업자의 탈루소득을 축소하면서 점차적으로 근로소득자에 대한 근로소득공제를 축소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편적 복지제도의 확충에 필요한 세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보편적 세수입의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조세체계 전반에 걸쳐 과세형평성을 회복하는 세제개편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왜냐하면 과세체계가 공정하지 않을 경우 납세자들은 보편적 과세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09월호(제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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