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평가
이미진ㅣ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1. 서론
이명박 정권의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정권 초중기에 이루어진 평가는 기존 사회복지정책을 답습하거나 일부 퇴보하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이태수, 2009; 최재성, 2010). 정권 말기에 이명박 정권의 지난 5년간 사회복지정책에 대해 되돌아보는 평가 작업은 사회복지정책의 현재 문제점을 진단하고 차기 정권의 사회복지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하는지, 어떤 정책과제가 필요한지를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본 글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사회복지정책 중 노인복지정책에 한정해 평가를 수행하고자 한다. 다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본 호의 다른 원고에서 다루므로 제외하고 논하고자 한다.
2.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총괄 평가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노인복지를 위한 핵심적인 공약으로 질병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강화, 돌보미 유비케어시스템의 구축, 재활과 질병발생 억제 위주의 노인의료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노인 일자리 확대를 제시했다(최혜지, 2008). 대통령직 당선 직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능동적 복지’라는 국정지표를 내세워 출발하였고, 100대 국정과제 중 노인복지와 관련된 과제로서 모든 국민을 위한 평생복지기반 마련, 맞춤형 복지실현, 서민생활과 주거안정, 국민 모두가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함이 포함되었다. 대통령 선거 공약과 노인복지와 관련된 100대 국정과제는 노후소득보장, 노인일자리, 노인돌봄, 재활과 예방중심의 노인건강보장, 노인주거보장이 핵심을 이루고 있으나, 이와 관련한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거나 기존 정책에서 질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은 거의 없었다.
특히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정권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2008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 격하를 들 수 있다. 광의의 노인복지정책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단독으로 계획, 집행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노인일자리와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와, 노인주거와 관련해서는 국토해양부와의 협력이 필요하고, 우리나라 서비스 전달체계상의 문제로 인해 중앙정부에서 수립된 보건복지가족부의 정책은 실제 행정안전부 전달체계를 통해 수행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부처간 조정 및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되었을 당시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2008년 중요 정책결정의 신속성 제고 등을 이유로 되면서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격하되었다. 위원회의 위상 격하 문제는 사회복지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지만 대통령의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의지가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권 말인 올해 5월 법이 개정되면서 위원회가 다시 대통령 직속으로 위상이 격상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정권 하에서 노인복지정책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노인복지정책은 단순한 양적 확대에 그치고 말았다. 즉 노인복지관련 예산은 대폭적으로 증가하여 2007년 5,692억원에서 2011년 3조 7,306억원에 달하게 된다(<표 1> 참조). 그러나 이 증가분의 대부분은 기존에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제도의 자연증가분(2조 8,252억원)과 참여정부 하에서 도입하기로 되어 있던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4,603억원)에 기인하며 이 둘의 예산이 2011년 노인복지관련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한다. 한편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노인일자리사업과 노인돌봄서비스는 이전에 비해 대폭 확대되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2007년 845억원에서 2012년 1,831억원으로 2.17배 증가되었는데(<표 2> 참조), 이는 이명박 정권의 능동적 복지의 일을 통한 복지 개념이 적용된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노인돌봄서비스 예산은 2007년 236억원에서 2012년 1,037억원으로 증액되었는데, 이는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으로 인한 등급외 노인 대상자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3. 노인복지정책의 세부 분야별 평가
1) 노후소득보장
전체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제도의 경우 양적인 면에서 보았을 때 3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될 정도로 정부예산과 보건복지가족부예산에서 절대적 규모와 상대적 비중이 큰 항목이다. 2011년 현재 94,600원이 지급되고 있는데, 이는 국민연금 A값의 5%수준에 달한다. 기초노령연금의 급여수준은 이명박 정권 5년간 국민연금 A값의 5%수준에서 조금도 인상이 되지 않았으며, 기초노령연금법 부칙 제 4조의 2항에 따라 2028년까지 국민연금 A값의 10%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 0.25% 이상의 순증이 뒤따라야 하지만 이마저 실현되지 않았다(김신열, 2009).
2) 노인일자리
노인일자리 사업은 양적인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노인일자리 사업의 예산 증가는 일자리 수의 증가와 연동된 것으로 2006년 8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던 것이 2011년에는 20만개의 일자리가 제공되었고, 2012년에는 22만개로 확대될 예정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자리의 질적인 측면을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2007년 월 20만원 수준의 지원금이 2012년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어 최소한의 물가인상율조차 반영이 안 되고 있다. 또한 지원기간 역시 7개월의 단기간이라는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 수행기관 전담인력에 대한 지원 역시 9개월간 월 90만원이 지급됨으로써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지속적으로 참가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대선공약이었던 임금피크제 도입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1월부터 임금피크제 보전수당 제도로 제도 자체가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한편 고용노동부의 55세 이상 고령자 고용정책은 대기업, 정규직, 50대 고령자를 주요 타켓으로 한 정책이고, 60대 이상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였다. 또한 고령자들이 일하는 곳은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이며 비정규직 형태의 근무가 많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3) 노인돌봄
노인돌봄정책은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장기요양보험제도와 2007년 독거노인생활사 파견사업과 노인돌보미바우처사업을 통합한 2009년 노인돌봄서비스가 포함된다.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경우 가족과 노인이용자는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서비스 대상자를 3등급에서 4등급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계획은 시행되지 않았다. 또한 본인부담금 비율이 시설 20%, 재가 15%로 일본(10%)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문제, 서비스 공급을 민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서비스 공급에 대한 수량통제를 전혀 하지 않음으로써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점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서비스 공급의 과도한 민간의존은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전에 이루어졌지만 제도 도입 이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정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개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인돌봄서비스의 경우 대상자 수의 확대 등으로 인해 예산이 대폭 증가하였다. 돌보미바우처 대상자 수는 2007년 24,945명에서 2012년 31,125명으로, 예산은 2007년 312억원에서 2012년 622억원으로 늘어났다(강혜규․김미숙․박수지․이윤경, 2012). 그러나 장기요양보험 등급외 대상자는 약 13만명으로 돌보미바우처로 커버되지 못하는 인원은 약 10만명에 달해 양적인 측면에서 서비스 대상자의 증가를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4) 노인건강보장
노인건강보장의 경우 재활과 예방 중심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선언만 존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예방과 관련된 제도로 2011년 8월 4일 제정되고, 2012년 2월 5일부터 시행되는 치매관리법을 들 수 있다. 치매관리법은 치매관리종합계획의 수립, 치매연구사업, 중앙치매센터의 지정, 치매상담센터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 중 치매상담센터는 1997년부터 노인복지법에 의거,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을 치매관리법으로 바꾸어서 법제화한 것이며, 치매검진 및 예방관리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시행되었던 사업이다. 다만 2010년 도입된 치매치료관리비 사업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새로 도입된 사업인데 2010년 국비로 67억원이 지원되었다.
5) 노인주거보장
노인의 주거안정과 관련하여 새로 도입된 제도로 2012년 3월 22일 제정되고 8월 23일부터 시행되는 장애인 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다. 제도가 정권 말에 도입되었고 구체적으로 정책화되지 않아 이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한편 노인주거복지시설의 경우 2009년 이후 관리운영비 지원수준이 4년간 동결되었다. 즉 물가인상율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지원금액은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6) 노인보호
노인학대는 신고건수에서 보듯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2010년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2천 7백여건, 상담건수는 4만 7천여건으로 2007년에 비해 70%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노인학대를 전담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은 2007년 19개소에서 2012년 23개소로 불과 4개소가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관련 예산 또한 제자리 걸음으로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2억원 내외에 낮은 수준이다. 특히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대한 예산지원은 2009년 약 30억원에서 2010년 약 34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노인단체에 대한 지원예산은 2009년 약 23억원에서 2010년 427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하여 대조를 이룬다(보건복지가족부, 2010). 노인단체에 대한 지원예산이 이렇게 증가하게 된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노인보호전문기관 예산에 비해 노인단체에 이렇게 많은 액수가 지원되는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
4. 결론
이명박 정권의 노인복지정책은 이전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수준에 그침에 따라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폭증하는 노인복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명박 정권에서 이 정도 수준의 노인복지정책을 펼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전 정권에서 법적인 제도를 마련했던 기초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올해 대선에서는 노인복지, 더 나아가 사회복지에 대한 마인드가 있고 이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할 것이다.
차기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필자는 차기 정권에서 최소한 다음과 같은 노인복지정책을 반드시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우리나라 노인 개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45%로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는 만큼 노인빈곤해소를 위해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급여수준을 제고시켜야 한다. 우선적으로 기초노령연금법에 명시된 대로 기초노령연금액의 급여수준을 점진적으로 인상시켜 최소한 2028년까지 국민연금 A값의 최소한 10% 수준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둘째, 노인일자리 사업의 경우 단순히 일자리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적인 수준을 제고하고, 일자리 사업 수행기관 전담인력에 대한 지원을 충분히 확보하여 전담인력이 양질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고령자 고용정책은 대기업, 정규직, 50대만을 주요 타켓층으로 할 것이 아니라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60대를 위한 고용정책을 펼쳐야 한다(이미진, 2011).
셋째, 장기요양보험제도는 대상자를 4등급으로 확대하고 본인부담율을 10%로 인하하고 공공장기요양기관을 대폭 확충하여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노인돌봄서비스의 경우 장기요양보험제도와 통합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넷째, 노인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치매노인에 대한 서비스는 치매관리법이 도입됨에 따라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로 예산이 투입되고 조직과 인력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인건강 증진을 위해 예방 및 재활서비스를 개발시켜야 하며, 건강한 노인을 위한 서비스와 장기요양대상노인을 위한 서비스를 별도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노인주거보장을 위해서 주거약자를 위한 주택의 공급을 늘리되, 이전의 대규모 주택공급방식이 아닌, 소규모의 주택공급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만을 위한 주택이 아닌, 유니버셜(universial) 디자인 형태로 공급하여 모든 계층이 주택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공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에서는 보편화된 주택개조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지원하여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늙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외에도 노인주거복지시설에 대한 관리운영비를 매년 인상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현실적인 수준의 지원이 뒷따라야 할 것이다.
여섯째, 고령화 속도에 맞추어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노인보호전문기관은 23개소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44개소에 비해 인구비례를 고려하였을 때에도 상대적으로 너무 적은 숫자이다. 또한 기관에 대한 예산지원을 증액하여 노인학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사회복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진 대통령을 뽑을 것인지, 대통령이 실제로 사회복지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는 시민의 조직화된 힘에 달려 있다. 2013년이 새로운 복지의 원년을 여는 희망의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서 만들어 보자는 다짐으로 글을 맺는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10월호(제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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