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전달체계 개편 방안과 정책과제
백종만ㅣ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공공전달체계 개편에서 지역복지체계 구축으로 패러다임 변화
최근 급속한 노령화, 핵가족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독신가구의 증가 등 인구사회학적 변화와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의 확산에 따른 고용불안정과 직업상실의 문제 등으로 이른바 신사회위험이 급증하였다. 그에 따라 사회적 부적응, 가족해체, 약물남용, 노숙인, 다문화 가정의 증가, 노인, 아동, 장애인에 대한 돌봄의 욕구 등 단순한 소득 보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사회심리적인 문제들이 증가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 프로그램들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들 증가된 사회복지서비스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제공함에 있어서 중앙부처 중심의 집권적인 의사결정을 기초로 이루어지는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체계가 지닌 경직성과 분절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2000년대 이후 전달체계 개편 논의에서 “지역중심의 복지체계 구축”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공공부조 중심의 복지공급체계인 중앙과 지방의 관료제적 행정조직구조의 개편을 중심으로 한 전달체계 개편 노력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서비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주체들 즉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한 서비스공급체계로의 재편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실험을 거쳐서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의 중심축을 지방(지역사회)으로 이동시키고자 하는 정책적 전환이 일어났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지방자치단체의 기획 역할을 강화하고,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주된 공급자로 활동하고 있는 민간공급자들과의 서비스 연계와 공동의사 결정을 강화하는 새로운 가버넌스 제도로서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서비스 욕구의 다양화에 따라 여러 가지 서비스와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중심으로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분절적으로 제공되는 중앙집권적 복지전달체계에 대한 최초의 반성에 입각한 획기적인 paradigm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과 2007년도에 시도된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체계로의 변화는 바로 기초지방자치단체 수준의 지역사회에서 분절적이고 단편적인 서비스를 통합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휴먼서비스의 공급에서 전문 인력이 갖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여 전문 인력에 대한 충원이 없는 상태에서 지방행정조직의 구조적인 개편에 그친 주민생활 지원서비스체계로의 개편은 내제적인 한계를 지닌 개편안 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2~3년간에 이루어진 전달체계 개편에 있어서는 전문 인력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됨으로써, 서비스 통합 기능을 수행하리라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서비스 연계팀 대신에 공공사례관리를 위한 민간 인력을 충원하여 공공사례관리를 시도하였다. 2010년에는 통합사례관리를 지원하는 복지정보관리체계의 구축을 통하여 사례관리를 지원하는 정보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사회복지서비스 관련 중앙 부처간 혹은 동일 중앙 부처내의 부서 간에 사전 조정이 되지 않은 채 시행된 많은 사회복지서비스들이 사례관리라는 방식을 통해서 통합적으로 제공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부처 간의 서비스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 되기 시작하였다.
지난 해에 발표된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안은 전문인력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인력을 충원하고, ‘희망복지지원단’ 조직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민간부문의 서비스 공급자와의 연계를 도모하고, 지역사회의 자원을 동원하는 주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지역사회에서 민관의 협력체계의 허브로서 지역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와 함께 지역복지체계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기획의 전달체계 개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달체계 개편안이 중앙부처 수준에서의 서비스 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일부 도입하였지만, 중앙정부의 서비스 재정 지원체계의 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수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내포한 개편이라고 추정된다.
2000년대 사회복지전달체계 개편의 큰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사회복지체계의 구축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정책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지역사회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과제
1)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할 정책과제
① 통합적인 서비스 전달이 가능하기 위한 정책 조정체계가 구체적으로 실효성이 있게 마련되어야 한다 (김영종. 2012; 홍경준. 2011).
전달체계 개편안에는 복지재정의 누수 방지를 위해서 중복수급 금지대상 사업을 선정하여 사회복지통합 관리 망에 반영하고 있으나 이는 소극적이 조정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개편안에서는 복지부와 고용부 간의 일자리사업과 복지사업의 상호조정 계획을 언급하고 있으나 기타 서비스 정책이나 프로그램에 대해서서도 중앙 부처간의 사전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전달체계 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2013년에 시행될 사회보장기본법에서는 복지부장관에게 각 부처가 시행하는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사전의견 조율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상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실효성 있게 실행하기 위한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시급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② 지역사회복지체계의 구축이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기초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중앙정부는 사회복지서비스에 관한 국가적인 표준을 만들고, 이들 국가적인 기준이나 표준에 미달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독과 지원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격차가 크고 사회복지서비스 인프라의 격차가 큰 상황에서 특히 민간부문의 사회복지서비스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에 대하여서는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중앙정부가 낙후지역의 사회복지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역할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적인 요구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낙후지역의 서비스 인프라 확충은 공공부문의 인프라를 더욱 확충하는 방식과 민간부문의 인프라 확충을 유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정적 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③ 지역사회복지체계의 구축이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라도 중앙정부의 재정책임을 지방에 전가하는 수단으로 잘 못 사용되어서는 않된다. 지난 2005년도에 국고보조사업을 지방에 이양하면서 동가보상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분권교부세율을 낮게 설정함으로써, 재정분권이 지역재정을 징발하는 수단으로 작용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의 지방재정이 열악하고 격차가 큰 상황에서 재정책임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정한 수준에서 분담하면서도 지방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재정지원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분권교부세가 아닌 복지교부세의 도입, 포괄보조금제도로의 재정지원 방식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 민간공급체계와의 협치에 기반하고 있는 지역협약보조금 제도의 도입 등도 장기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김보영. 2012).
④ 지역사회복지체계를 구축한다고 하여도 모든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공급체계를 지방자치단체 수준의 지역사회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각각의 사회복지서비스 프로그램 별로 정부가 서비스의 특성과 발전단계를 고려하여 적절히 집권과 분권의 정도를 선택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⑤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서비스 기획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제도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에 관한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사회복지전문 인력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과 재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역할은 지역사회복지체계를 조속하게 안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중앙정부의 과제라 할 수 있다.
⑥ 지방자치단체의 희망복지원단의 성패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매개로 한 공사협력모델에 입각한 서비스 공급에서 네트워크의 활성화에 달려있다. 민관협력의 기제가 긍정적인 효과를 산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통한 민관의 협동적인 가버넌스(governance)의 확립 등이 요구된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활성화 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노력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
2)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해야할 정책과제
① 지역사회복지체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사회복지서비스 기획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기획의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자발적 결사체인 다양한 수준의 민관과의 협력에 기반하여 그들의 참여하에 이루어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공식적으로 지역복지계획을 수립하고 심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활동에 전념하는 민간 간사를 채용하는 것과 협의체의 구성에서 절차적 민주성을 확립하는 것이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활성화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이재완. 김승용. 2012)
② 지역사회공동체 의식의 함양을 기반으로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복지체계의 구축이 가능하다. 개정 사회복지사업법에서도 지역복지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 및 자원봉사 정신의 육성을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역할과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동체의식과 활동을 함양하고 장려하기 위한 제도와 환경을 마련하는 일에 행정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③ 농어촌 지역 등 민간부문의 서비스 공급역량의 절대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광역자치단체가 인접지역의 민간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어촌 지역 등 민간 인프라의 부족한 지역에서는 공공행정체계의 서비스 공급 역량을 강화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광역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맺는 글
변화된 사회복지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사회복지공급체계의 구성은 지역사회 공동체를 중심으로 민과 관이 협력하는 모델을 기초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외국에서의 보편적 경험이다. 중앙집권적 관료주의 문화와 지방자치의 전통이 일천한 우리사회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민관의 협치와 공동체 의식에 기초한 사회복지공급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지역사회복지체계의 구축이라는 정책적 지향은 외국의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체계에서도 나타나는 보편적인 경향이지만, 지방자치의 경험과 사회복지서비스 행정경험이 일천한 우리사회에서 단시간에 이런 변화를 성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서비스의 기획과 집행 책임을 다수 지방으로 이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재정공급에서의 중앙집권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재정체계의 개편이 조속하게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지역 현장에서 나타나는 서비스연계나 통합의 어려움은 주로 집권적인 재정운영체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사회복지서비스 일선 현장에서의 공통된 지적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11월호(제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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