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12-15   1252

[편집인의 글] 정권교체와 복지국가

정권교체와 복지국가

 

김원섭ㅣ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정권교체가 실제로 정책을 바꾸는가? 매우 간단한 질문이지만 정치학에서 오랫동안 제기된 문제이다.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치학은 이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른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1960년대에 독일의 사회학자 오토 키어히하이머는 정권교체가 정책에 별 차이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 선언하고 있다. 그가 독일 국가주의자 칼 쉬미트의 제자이고 나찌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학자라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정당이 단지 표만 얻기 위해 인기 있는 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당 간 정책의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 그 이유이다. 정권교체가 정책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은 의외로 1970년대에 미국에서 정치학자 더글라스 힙에 의에 제기되었다. 미국의 학자이면서 미국을 혐오하였고 그래서 결국은 미국을 떠났던 그는 정당은 자기의 지지 기반인 사회계급의 이익을 반영하기 때문에 집권정당은 자신의 지지계급의 이익을 반영하는 차별화된 정책을 실시하는 것으로 보았다.

 

학문적 영역을 떠나서도 사람들은 정권의 변화가 과연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어떤 특정 정당의 집권이 사회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이는 특정 정당의 집권만이 사회문제의 해결이라 생각한다.

 

정권교체의 효과가 이렇게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치적 변화는 불필요한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도 사람에 따라, 학문적 입장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정권의 변화가 사회의 문제해결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정책을 통한 사회변화는 주로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작은 변화가 모여서 큰 변화를 낳게 되는 것이다. 특히 복지국가를 위한 작은 개혁들은 축적될 때에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정치적 환경이 필수적이다. 둘째, 서구와 다르게 우리나라는 국가의 능력이 아직도 과잉한 상태이다. 사회학에서 정권교체의 효과에 대한 회의는 주로 복잡한 사회구조에 기인한다. 사회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정책적 수단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정권들의 예를 보건데 우리나라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치적 힘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복지국가의 발전을 바라는 사람들은 두 가지 태도를 동시에 취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단기간에 급진적인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회가 정권교체 다음날 모든 것이 변화할 만큼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다행히!). 복지국가는 혁명보다는 혁신과 개량을 통해 이루어진다. 둘째, 동시에 우리는 신명을 다해 정치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를 낳기까지는 오랜 시간동안 안정된 정치 환경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즐거운 연말과 희망차고 행복한 새해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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