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01-10   975

2000년 보건복지예산의 현황과 평가 (표 누락)

2000년 예산의 결정 배경

예산에 대한 관심은 어느 해나 지대한 것이었지만, 2000년 예산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외환위기 앞에서 절대적·상대적 빈곤이 심화되는 현실을 생각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동안의 양적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기조를 탈피하여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과 공정한 소득재분배를 담보하는 사회정책을 펼 때가 되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였다. 더군다나 정부 스스로 기초생활보장을 전제로 한 국민개개인의 재활을 도모한다는 생산적 복지를 또 하나의 국정지표로 표명한 마당에, 보건복지예산의 향방은 그간 화려한 정책전망만을 표명해온 역대 정권과 현정권과의 차별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주목의 근거가 되었다.

특히 1999년 9월 11일 민주노총, 여연,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생산적 복지예산이 삭감된 정부 예산안에 대한 성토를 벌인 것을 필두로, 이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사협회 등 복지계가 2000년 예산에 대한 관심을 성명서로 천명하였으며, 국회 예결특위의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에서 지속적으로 2000년 보건복지예산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끈질긴 예산투쟁을 강행한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들과 맞닿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보건복지예산 내용과 그에 대한 평가

2000년 보건복지예산은 중앙정부 총예산의 5.16 %(일반회계 기준 5.24%)이고 1999년 2차추경예산 대비 7.6%(일반회계 기준 8.8%) 증가한 규모이다. 이는 예산상의 비중면에서 볼 때 그간 4% 내외의 비중을 보이던 것에 비해 증대된 것이나, 전년대비 증가율 면에서 1990년대 연평균 15.3%의 증가율을 보이던 것에 비하여 둔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로서는 재정적자가 심히 염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년대비 예산 증가율이 4.7%(일반회계 기준 3.3%)인 것을 감안할 때 보건복지부문에 대해 정책상 상당한 비중을 인정한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한편 국회 예결위를 거치면서 종전의 보건복지부문에 대한 정부예산안은 삭감항목이 없는 가운데 장애인복지관·치매전문요양시설·종합사회복지관·아동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 추가 신축, 경로당 활성화·시설보호자 월동대책비 책정·아동결연사업 지원 등 취약계층 지원사업의 강화, 그리고 국립 소록도병원 시설 보강 및 일산병원 암연구동 건립 등 보건의료부문의 추가지원 등 몇몇 부문에 대해 총 284억원 정도가 증액된 결과로 나타났다.

2000년도 보건복지부문의 예산에 대한 최종 확정내용을 구체적인 부문별로 보면〈표 1〉과 같다.

<표1>

〈표 1〉에서 나타난 각 부문별 구성내역을 기초로 2000년 예산상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먼저 공공부조 부문에서 볼 때 그동안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한 대로 기초생활보장대상자를 크게 축소하여 책정함으로써 그에 관련된 예산의 확보가 절대액면에서 감소하는 등 미흡한 측면이 있다.

물론 기획예산처 등 정부당국은 향후 기초생활보장 시행시 실제 추가발생하는 생활보장대상자는 추경예산과 같은 별도의 재원을 통하여 모두 지원할 것이며, 당장 기초생계비의 상향 책정에 따라 2인가구 기준 빈곤가구에 대한 지원액을 월 41만원에서 45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실행의지를 드러내고 있으나(1999년 12월 31일 기획예산처 보도자료), 기초생활보장에 대해 의구심을 완전히 벗기 어려운 면도 엄연히 존재한다.

일례로 2000년 예산 심의과정에서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의 급속한 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615억원 정도의 기초생활보장예산을 요구하는 한편, 기초생활보장제도 인프라구축을 위한 전문요원 추가확대 및 조사작업에 대한 예산증액 요구가 있었으나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자활사업과 취업정보제공 사업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위한 예산배정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아직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실행과 관련된 적절 예산의 확보 또는 그 의지의 확인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둘째,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는, 노인복지 및 장애인복지 분야의 증가율이 30%를 넘어선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복지선진국에서는 제6의 영역으로서 중점적으로 조명받고 있는 복지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전체 복지부 예산의 15%대에 머물고 있으며 개별 복지영역으로 보면 5%대 이하인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각 서비스 분야의 저수준 예산책정은, 노인복지분야에서 경로연금의 내실화 및 복지시설 확충에 대한 불만, 장애인 분야에서 장애인 범주 확대에 따른 적절한 예산확보 미흡이란 평가, 아동부문에서 아동학대관련 예산누락 및 전체적인 비중열악의 지적, 그리고 지역복지 분야에서 실업자 및 노숙자, 빈곤층의 지역사회내 보호 미흡 등의 부정적인 평가가 분출되는 근본원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사회보험분야에서는 의료보험과 관련되어 2,500억원 정도의 추가배정이 있었으나 실제 국가의 50% 지원과는 거리가 먼 수준이다. 또한 국민연금에서도 관리공단 운영비 외에 저소득 계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면 현재의 정부예산 수준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넷째, 보건의료부문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현정부에서 홀대받고 있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2000년도에는 일반회계 기준으로는 비록 1.8% 증가하였다고 정부당국은 강변하지만, 전체 예산은 전년대비 9.2%나 감소하여 국민의 공중보건과 의료기반 확충에 대한 부실이 심화됨을 우려케 하고 있다.

향후 예산투쟁과 관련된 몇가지 시사점

첫째, 이제 향후 보건복지예산과 관련된 사회적 관심은 예산의 편성단계에서부터 좀더 면밀히 표출되어야 하겠다. 정부의 원안이 거의 확정되는 9월 이후가 되면 지엽적인 예산조정은 가능하겠지만 예산의 큰 틀에 대한 문제제기 및 변경 요구는 거의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점에 유념하여, 예산투쟁의 시점을 연초부터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이와 관련하여 보건복지예산에 대해 이제 한번쯤 근본적이고 객관적인 자체평가가 이루어져야겠고, 이제까지 항상 해왔던 대로 전년대비 자연증가 방식으로 상투적인 예산책정을 행하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 예산지출 항목에 대한 효율성 검토와 함께 부문별 예산수요를 감안한 합리적인 비중안배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아직 각 분야별로 절대적인 재원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마당에 예산집행의 효율성이란 잣대를 잘못 사용할 때 일어나는 부작용이 염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부서나 단체 및 기관의 역량과 능력에 따라 예산배정액이 결정되거나 변경되는 일을 막고, 불요불급한 예산집행을 줄이며 나아가 주어진 예산의 집행이 정당하였는지 등을 판단하여 향후 일로 증대될 보건복지예산의 초석을 튼튼히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스스로 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초작업의 하나가 될 것이다.

셋째, 국회의 예산 심의과정에 대한 민간감시장치를 강화하고 국회 스스로 보건복지예산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게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 2000년 예산심의 및 확정과정에서 볼 때, 예결특위에서 최종 결정한 예산액의 가감에는 어떠한 합리적이고 일관된 기준도 찾기 어렵다. 정부원안에 대한 가장 권위있는 최종 예산심의 단계가 어떠한 원칙과 기준도 없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좀더 명확한 감시장치를 발동함으로써 제기능을 다하도록 견인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복지수준과 재원조달 수준에 따라 어느 정도의 복지예산 편성이 합당한지에 대해 연구자들 및 현장실천가들이 중심이 되어 국민적 동의가 가능한 수준을 찾아내는 것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복지예산 절대부족론'과 '복지예산 팽창경계론' 사이에 벌어지는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국민경제와 국민복지가 조화가능한 예산할애 영역상의 최대치를 찾아내어 이를 복지예산 확보운동에 연동시켜 총체적인 예산투쟁으로 전개해나가야 한다. 따라서 예산과 관련된 복지운동의 사회운동차원으로의 확산에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태수 /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

월간 <복지동향> 2000년 01월호(제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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