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01-10   1116

외환위기 이후 도시가구의 생활상태 변화

도시가계조사 자료 분석을 중심으로

여기서는 외환위기 전후의 도시가구의 소득, 소비생활 변화를 살펴보고 특히 계층별 격차나 불평등이 외환위기 이후 어떠한 양상을 보이는지 분석한다. 또한 실업과 고용불안이 심각한 현실에서 무직가구의 특성과 생활실태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심각한 경제위기 과정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고용불안과 소득감소, 소비생활의 위축 등과 같은 고통을 겪게 되지만 그 영향이 모든 계층에 균등하게 미치는 것은 아니며 특정한 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분석에 주로 이용한 자료는 도시가계조사 원자료로서, 1996년, 1997년, 1998년, 1999년 각 1/4분기 데이터이며 분석은 SPSS 통계 패키지를 이용했다. 그 밖에 외환위기 이후 이루어진 가계경제에 대한 조사나 의식관련 조사결과도 활용하였다. 도시가계조사는 통계청에서 매월 전국 72개 도시에 거주하는 2인 이상 비농가 약 5,500가구를 대상으로 매일매일의 수입과 지출을 가계부에 기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조사로서 소득이나 소비실태를 분석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상황과 가계경제

1.외환위기 하에서 소득과 소비지출의 급속한 감소를 겪었다

한국경제는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계기로 최대의 경제위기를 겪었다. 1998년 경제성장률이 -5.8 %로 GDP 증가율이 (-)를 기록한 것은 1980년 이후 처음이다. 가계소득이나 소비의 감소 또한 지난 1980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감소폭에서 보자면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이 시작된 1960년대 이래 최대였다고 할 수 있다. 1997년부터 실질소득과 실질소비가 하락하기 시작해서 1998년에는 각각 전년대비 -3.2%, -6.9 % 하락했다.

2.예상보다 빨리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경제지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실질소득이나 실질 가계지출 등 가계의 생활상태는 소득이나 소비증가가 활발하게 진행된 1999년 3/4분기 현재까지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3.1999년에 들어 두드러진 현상은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외환위기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한 소비에 대한 상대적 반등도 작용하였기 때문"이며 특히 상위계층의 소비증대가 이러한 양상을 주도하고 있다.

계층별 소득, 소비생활의 변화

계층별 가구특성과 그 변화

외환위기 이후의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5분위 계층을 나누었을 때, 계층별 가구(주) 특성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점들이 확인된다.

1.가구주 연령을 볼 때, 원래 40, 50대가 많은 상위계층에서는 40대 연령층이 더욱 증가했고, 20, 60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위층에서는 50대 연령층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외환위기의 결과, 그동안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 속해 안정된 생활을 누리던 40, 50대 연령층 중에서 경제활동 능력과 직장안정성이 높은 40대층은 그 지위를 유지하거나 계층상승을 이룬 비율이 오히려 증가한 데 비해 50대층은 상대적으로 생활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의미한다.

2.학력별로는 상위 20%층에서는 대졸 이상 가구가 늘어났고 하위 20% 층에서는 중졸 이하 가구가 늘어남으로써 상·하위 계층간 학력격차는 더 확대되었다.

3.가구원수를 보면, 하위층으로 갈수록 가구원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하위 20%층의 평균가구원수는 3인 미만인데, 가구원수의 특별한 변화는 없다. 한편 가구당 취업인수는 외환위기 이후 감소로 반전하였는데, 계층별로 볼 때는 하위층으로 갈수록 취업가구원수가 감소하며, 특히 하위 20%층의 평균취업인수는 1999년에는 0.92명으로 1명에도 못미치고 있다.

4.무직가구의 비중이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하위 20%층에서 무직 가구주의 비율이 현저하게 증가하였는데, 이 계층에서 무직가구주의 비율은 33%에 달한다.

계층간 소득격차

1.상위 20%층을 제외한 전 계층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계층간 소득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소득감소폭이 하위소득층으로 갈수록 커짐에 따라 상위 20%층과 나머지 계층간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사회적으로 소득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50대 이상 노년층에서 계층간 소득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상위 20∼40%층의 노년층과 상위 20%층 노년층간의 격차는 축소되고 나머지 중하위계층에서만 이런 양상이 나타났지만 외환위기 이후로는 고연령층에서의 계층간 소득격차가 모든 계층에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소득의 지니계수는 1996년에서 1997년 사이에 감소하다가 1998년에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1999년에는 지니계수가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소득분배가 악화된 상태이다. 특히 근로소득의 경우 1998년에 이어 1999년에 지니계수값이 더욱 커져 고용불안이 근로소득자층내에서의 소득분배 악화로 귀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계층간 소비 격차

1.지출증대를 고소득층이 주도함에 따라 소득격차만큼 현저하지는 않지만 지출격차 역시 외환위기 이후 완만하게 확대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었던 1998년에는 하위층으로 갈수록 가계지출이나 소비지출의 감소율이 컸고, 소비가 회복되는 1999년에는 상위층일수록 가계지출이나 소비지출 증가율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상위 20%의 1999년의 가계지출과 소비증가율은 각각 9.4%, 8.4%로 1997년의 증가율 4.4%, 0.6%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계층별 지출격차는 연령층별로 볼 때 소득격차와 마찬가지로 5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이후 50대 연령층의 빈곤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3.가계지출이나 소비지출의 지니계수가 외환위기 이후 미미하게나마 증가하고 있다.

무직가구의 증가와 무직가구의 가구특성 변화

1.외환위기는 실업의 증가와 심각한 고용불안을 결과했다

실업률은 1998년 들어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해서 1999년 1/4분기에 8.8%를 기록한 이후 2/4분기 6.6%, 3/4분기에는 5.8%를 기록함으로써 다소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재정경제부, 1999), 임금근로자 중 임시직, 일용직의 비중은 경기회복과 실업률 감소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그 결과 무직가구가 주로 고령층이나 저학력층 가구에 집중되었던 과거와 달리 점차 30∼40대 연령층, 고졸이상, 4인가구 중에서 무직가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결 론

외환위기에 이어진 경제위기는 한국경제의 체질이나 구조의 문제점을 확인시켰다. 특히 경제위기는 재벌중심의 경제구조가 낳은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냈고 그러한 문제점들은 대우사태에서도 보듯 지금까지도 한국경제의 앞날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재벌중심의 경제구조가 낳은 과도한 부채와 과잉투자, 투명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등은 그 대표적 문제점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재벌개혁은 지지부진하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2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진행되면서 수많은 실업자와 불안정취업층을 창출했고 임금수준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한편 1999년 들어 나타난 경제회복과 정부의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소득분배의 악화와 가계경제에서 계층간 소득, 소비격차의 심화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실업과 고용불안 상황이 뚜렷이 개선되지 않음으로써 하층 가구, 특히 무직가구나 고연령가구가 절대적, 상대적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과거 한국경제는 고성장-고고용의 용광로를 통해 빈부격차와 절대적 빈곤, 대립적 노사관계 등 우리 사회에 내재된 계급·계층간 문제나 갈등을 용해시키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외환위기는 과거 성장의 한계를 극명하게 노정시켰으며, 우리 사회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나타난 양상으로 보자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고용이나 임금 등의 측면에서 가계의 생활상태를 훨씬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임금과 고용문제가 쟁점이 됨으로써 기존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근로소득자층과 빈곤층이 감당해야 할 생활상의 곤란과 그로 인한 불만이 초래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상쇄시키거나 경감하기 위한 정책수단이 보다 전면적으로, 보다 폭넓은 차원에서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환위기로 초래된 경제위기는 이제 우리 사회의 '사회적 통합'의 위기로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건화 / 한신대 교수, 경제학

월간 <복지동향> 2000년 01월호(제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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