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2-10   1027

구조화된 실업, 실업정책의 과제

지난 11월 3일 은행권의 기업판정에 따라 52개의 부실기업이 퇴출(청산), 법정관리, 매각, 합병 등의 절차에 따라 이들 기업 및 관련 업체들로부터 고용조정에 따른 추가 실업발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다시 실업문제가 주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연구원 자료(부실기업정리가 고용에 미치는 효과 및 대책 / 강순희)에 따르면 처리기업과 협력 또는 하도급 등 산업연관 관계에 있는 업체 고용에의 파급효과는 건설업이나 자동차 제조업 등에서 비교적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동절기 계절적 실업과 건설경기의 침체 등이 부실 건설 관련 기업들의 정리가 맞물리면서 파급효가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동향과 현황 그리고 2001년 전망

최근 발표된 노동연구원 자료(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전망/ 강순희)에 따르면 고용사정의 급격한 호전 속에서도 6개월 이상의 장기실업자 수는 12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추적을 통하여 살펴보면 이보다 10만 명이 더 많은 22만 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구직활동을 포기한 실망실업자(15만 명 노동연구원 자료)와 공공근로 참여자(29만명), 보수적인 실업통계 기준으로 파악되지 않는 실질적인 장기실업자들을 포함하면 실재 장기실업자 수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다. 12개월 장기실업자 가운데 남성(90.7%)과 가구주(58.7%), 학력별로는 고졸이하(81.7%)가 많으며 연령별로는 40∼50대가 53%로 경기가 회복되어도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이 용이하지 않은 취약계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장기실업의 문제와 함께 반드시 생각하여야 할 문제는 확대, 심화되고 있는 고용불안의 문제이다. 지난 2년 일자리를 새로이 얻은 총 취업자들 가운데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취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실업문제는 실업규모보다 구조적 실업과 고용의 질의 문제가 실업대책에 있어 주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대량실업 문제 해결에 치중하였던 그간의 실업대책을 목표집단 지향적이고 고용의 질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부실기업 정리와 구조조정, 그리고 경기불안이 증폭되면서 실업률은 다시 상승추세에 있는데 2000년 4/4분기 실업률은 3.7%에서 다시 4.1%로 상승할 전망이다. 판단하기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갖을 수 있겠지만 현재의 실질적인 실업규모가 공식적인 통계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점과 내년 경기상황에 대한 불안정한 전망, 그리고 아직도 취약한 우리의 사회안전망이나 노동시장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제 구조화되는 실업문제를 실업자들의 특성에 맞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의 검토를 늦출 수 없는 시점일 것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정부의 실업정책

현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001년 실업정책은 먼저 고용유지와 협력업체 지원으로 실업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고용보험의 고용유지 지원금운영, 협력업체의 자금지원 등을 통한 연쇄부도의 방지를 계획하고 있다. 둘째는 실업자들의 재취업을 위한 지원사업으로 채용장려금을 통한 취업지원, 자영업 창업지원, 공공근로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공공근로의 경우 2000년 11월∼12월 중 계절적 요인과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 증가에 대처하기 위하여 18만명 규모로 공공근로를 실시하고 있다(지자체 13만 명, 중앙부처 5만 명). 2001년 공공근로 예산은 당초 6000억 원 규모 당정협의를 거쳐 국회에 상정되어 있으며 이 예산 가운데 2000억 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자활공공근로 예산으로 사용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2001년 1/4 분기 중 예산을 최대한 조기배정 10만 명 규모로 공공근로를 실시할 계획이다. 셋째는 직업훈련을 통한 취업능력 배양으로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들에 대한 특별직업훈련과 이직예정자를 위한 개인별 직업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넷째는 실업자들에 대한 생계지원으로 고용보험을 통한 실업급여 지급, 가계안정자금 대부, 국민기초생활보장을 통한 생계비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보호, 동절기 특별실업대책으로 신규졸업자에 대한 취업지원 및 인턴제 실시,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 실업정책에 대한 평가와 대안

97년 말 정부는 이제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상초유의 대량실업 상황을 맞이하면서 급작스럽게 실업정책을 수립하여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정부나 민간에서나 가장 중요한 공감은 위기상황의 실업문제를 극복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때문에 초기에 정부 실업정책에 비판이나 저항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은 급박한 위기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국민적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없는 한시적인 대책 중심으로 실업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비판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행하는 정책에 많은 실업자들이 실질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하였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98년 조사한 모니터링 자료에는 실재 실업정책의 수혜를 받고 있는 실업자가 전체 실업자 가운데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결과에 대한 발표가 보류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는 한국과 같은 노동시장 조건에서 실업자가운데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는 계층이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었던 저소득 임시, 일용직 노동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정책이 지나치게 기존 구조조정이나 기업정리과정에서 실업을 당한 정규직 실업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었다는데 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정부의 실업정책은 앞서 지적하였듯이 기존 실업정책의 보강과 함께 현재 구조화되가고 있는 장기실업자들과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면서 빈곤화의 과정을 밟고있는 실업자들에게 그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사회 실업의 문제는 경기회복과 기존 노동시장 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실업자층의 증가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실업계층을 위한 정책으로 먼저 이들을 위한 4대 사회보험이 실질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도록 법제를 정비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체화하고, 영세사업장과 일일노동 현장에 대한 근로감독지침을 강화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별히 우선 고용보험의 실질적인 적용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일과 이를 행정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방안과 이를 지도·감독할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현재 실업자 가운데 고용보험 수급자들은 3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실업부조제도 도입해야

둘째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 실업자들과 고용보험 수급기간이 끝난 실업자들을 위한 실업부조제도의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법적으로는 모든 사업장으로 고용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나 많은 사업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고 많은 실업노동자들이 제외되는 상황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특별히 현재 빈곤화 과정을 밟고있는 실업자들의 대다수는 고용보험 실재적용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이들 실업자 가운데 20%정도 밖에 수급권자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말해주듯이 선정기준에서 부양의무자 규정이나 재산규정 등으로 대다수의 장기실업자가 선정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최저생계보호제도의 선정기준이 까다롭고 고용보험 수급기간이 짧은 경우 단기간에 노동시장 재진입이 어려운 실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실업부조제도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취업알선, 직업훈련, 창업지원 정책이 즉각적인 기존 시장진입을 목표로 추진되는 한 정책시행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자체 취업정보은행이나, 고용안정센터의 실질적인 취업알선률은 10%에도 못미치고 있다. 더욱이 지역별로 구인처가 별로 없는 주거지역의 경우 취업률은 더욱 저조한 형편이다.

일자리 창출 없는 취업알선 효과 떨어져

직업훈련 또한 취업과의 연결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며 무엇보다 저학력, 고령자들의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종목의 부재와 훈련기간 동안의 생계부담으로 현실적으로 참여가 어려운 형편이다. 창업지원 역시 보증인과 담보를 구하기 어려운 저소득 실업자들에게 창업자금융자의 활용은 결코 용이하지 않다. 불안정한 취업상태에 있는 저소득 실업자들과 실업자들은 정부의 취약한 취업알선 체계로 인하여 사설 용역회사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불법직업소개소에 노출되어 있다. 창업 역시 융자를 받는다해도 시장경쟁력이 취약하여 때로 창업자금 융자가 사업 실패로 인한 부채의 가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공공취업알선 기능을 확대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직업훈련 체계와 창업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기존 노동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구별되는 사회적 일자리창출 정책의 추진과 기존의 공공근로를 연계하는 방안의 직업훈련, 창업지원, 취업알선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선적으로 공공근로 예산의 확대와 공공근로와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공공근로 신청자는 전국적으로 지난 3/4분기 29만 명, 4/4분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 신청자를 제외하고 22만 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내년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에 책정된 예산은 6000억 원으로 분기별 6∼7만 명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2000억 원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자활공공근로 예산으로 사용할 경우 분기별 3∼4만 명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이같은 예산은 6%의 경제성장률과 3%대의 실업률을 전제로 짜여진 예산이라는 점에서 공공근로의 대폭적인 확대와 일자리 창출과 연계시키는 정책기조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이를 위한 자활지원특별법제정이나 사회적협동조합법제정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의 내실화를 위한 것으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선정기준의 문제에서 재산규정의 획일적이고 무리한 적용, 추정소득 부과의 문제, 자활예산의 확보와 소득공제문제 등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 초기에 언론에 보도된 자살사건과 오히려 급여액이 축소된 수급권자들의 반발, 조건부 수급권자들의 급속한 이탈 등은 정부와 시민단체를 비롯한 국민들의 기대에 찼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정착에 많은 장애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현재 중소도시를 기준으로 산정된 최저생계비를 보완하는 자치체별 부가급여 지급, 부양의무조건의 현실화, 중재 및 구제창구의 마련, 자활을 위한 소득공제의 도입 등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저소득실업자들을 위한 실질적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하기 위하여 넘어야 할 과제들이다.

김홍일 / 전국실업연대 정책위워장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2월호(제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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