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9-10   1019

경제위기 이후 복지개혁의 성격

미완의 실험, 국가복지 강화

최근 정부의 복지개혁이 어떤 성격을 갖는 것인가에 관련된 평가가 몇 가지 제출되고 있다. 이들 평가는 크게 세 가지 입장으로 대별되는 것 같다. 첫째는 현 정부의 복지개혁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인 성격이라는 입장(조영훈, 2001; 2000; 정무권, 2000)이며, 둘째는 현 정부의 복지개혁은 국가복지를 강화한 노선이라는 입장(김연명, 2001)이고, 셋째는 현 정부의 복지개혁은 제도 자체로는 보수주의적인 성격이라는 입장(김영범, 2000)이다. 편의상 첫째의 입장을 '신자유주의론', 둘째의 입장을 '국가책임강화론', 그리고 셋째의 입장을 '보수주의론'이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위의 세 가지 입장 가운데 주로 '신자유주의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살펴본 다음 복지개혁의 성격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한다.

현 정부 복지개혁은 신자유주의적인 것인가?

여기서 신자유주의론이라 명명한 입장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연구자는 조영훈 교수이다. 조영훈 교수는 현 정부의 생산적 복지정책은 보수적 성격과 자유주의적 성격이 혼합된 한국의 복지국가를 자유주의적인 유형으로 확립시킬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 근거로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조영훈, 2000, pp. 99∼100). 첫째, 생산적 복지정책의 주요 관심대상은 저소득층이며 사회보장제도 가운데 공적부조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둘째, 생산적 복지정책은 일반시민들의 생활에 대한 국가개입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고 소득재분배나 사회보장의 확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셋째, 생산적 복지는 사회복지의 제공자로서 국가뿐 아니라 일반시민단체나 지역사회 혹은 기업의 역할도 강조하는데, 국가복지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정책은 사회복지의 책임을 민간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넷째, 생산적 복지는 노동을 통한 복지를 강조하는데 이는 미국식의 근로연계복지 혹은 영국식의 복지로부터 근로로의 전환정책을 답습하는 것이다.

생산적 복지정책에 대한 조영훈 교수의 평가에는 일면 타당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일부의 특성을 전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과도하게 일반화한 점이 있다. 먼저 생산적 복지정책의 주요 관심대상이 저소득층이며 공적부조의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는 정부가 발표한 생산적 복지의 내용(대통령비서실 삶의 질 향상 기획단, 1999)에 비추어 보거나 실제 복지개혁이 이루어진 사실에 근거할 때 매우 일면적인 진단이다. 생산적 복지에는 사회보험의 확충이나 복지재정의 확충, 조세정의의 실현 등 저소득층에만 초점을 두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또한 실제 생산적 복지구상에 의한 복지개혁은 사회보험의 확충에 상당히 중점이 두어졌다. 일반시민들의 생활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평가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타당한 평가라 하기 어렵다. 도시지역 자영자에 대한 연금확대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나 의료보험의 통합과정에서 나타난 갈등 자체가 일반시민들의 생활에 복지제도의 영향이 커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조영훈 교수는 일반시민들의 생활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것으로 선별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주의적인 제도를 확립하려는 시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이해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으로 복지다원주의적인 시도를 신자유주의적인 성격의 근거로 제시하였는데, 생산적 복지에서 민간부문의 역할강화를 의도한 부분은 주로 저소득층의 자활에 관련된 부분이고 또 이 부분에서의 민간부문 역할강화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상업부문이라기보다는 자발적 부문에 관련된 것이다. 또한, 복지다원주의의 성격이 국가복지의 확립여부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보족성의 원리에 의해 사회복지서비스에 있어서 복지책임은 민간부문에 상당정도로 이양되어 있다. 이러한 민간부문의 책임전가가 독일에서는 연대의 원리에 의해 보완되고 있으며 독일의 예를 따른 일본이나 남부유럽은 연대원리에 의한 보완없이 단순히 조치위탁에 의해 민간에게 복지책임이 전가되어 있다. 물론, 이처럼 단순히 복지책임이 민간에 전가된 것이 신자유주의적인 흐름에 대응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회복지서비스에 있어서 민간에 복지책임이 전가된 것을 그 의도와 결과를 구분치 않고 한꺼번에 신자유주의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근로연계복지를 신자유주의적인 성격의 근거로 제시하였는데, 이것 자체에 대한 평가는 동의할 수 있지만 이것이 생산적 복지와 그에 의한 복지개혁 전반의 성격을 모두 결정짓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들로 볼 때 신자유주의론을 주장하는 조영훈 교수의 입장은 근로연계복지나 복지다원주의의 요소를 지나치게 전체의 평가기준으로 확장한 데서 기인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현 정부 복지개혁의 성격

현 정부의 복지개혁은 생산적 복지구상에 요약적으로 나타나 있는데, 여기에는 전통적인 복지프로그램을 확장하려는 구상과 전통적 복지프로그램의 토대가 되는 복지재정확충이나 조세정의실현 등의 인프라적 프로그램, 그리고 저소득층의 자활을 겨냥한 복지다원주의적 구상 등이 이념적 지향성을 약간씩 달리한 채 혼재하여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생산적 복지는 적어도 '구상'(idea)의 차원에서는 국가책임의 강화를 의도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책임의 의도는 현실에서는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남찬섭 윤정향, 2001 참조). 우선, 사회보험의 적용확대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의 해소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2000년 8월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의 사회보험가입비율이 국민연금 49.5%, 직장의보 52.1%, 고용보험 44.1%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근로자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여 이들의 가입비율은 국민연금 22.1%, 직장의보 24.6%, 고용보험 2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유선, 2001). 이것은 근로자와 자영자의 통합관리를 지향한 제도개혁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국가의 실질적인 관리에서 배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공적연금의 경우 특수직역연금은 재정의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별도의 제도체계로 존속하고 있다. 김연명 교수는 특수직역연금을 제외하면 모든 국민들이 단일한 제도 내에 포괄되어 있으므로 보수주의 모형에서 보이는 계층화 효과가 한국의 경우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데(김연명, 2001), 이는 노동운동이나 공제조합의 전통이 없었던 한국의 역사적 사정을 간과한 평가이다. 보수주의 모형의 사회보험에서 직역별 분립구조가 나타나 있는 것은 이들 나라에서 노동운동이나 공제조합의 전통이 일찍부터 확립된 관계로 국가가 후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을 도입하면서 이러한 전통을 국가제도 속에 반영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이나 공제조합의 전통이 없는 한국의 경우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한 공제기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국가에 대한 충성을 대가로 사회보험을 제공할 필요성을 가진 집단은 공무원과 경찰, 군인이 거의 전부였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공적연금이 별도 체계로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계층화의 중요한 예이다.

셋째, 복지개혁을 통한 사회보험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관리자 내지 규제자로서의 역할만 강화했지 재정부담자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회피하였다. 연금의 경우 현재와 같이 부과방식과 적립방식이 혼합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재분배목적과 건전재정의 목적이 상충할 수밖에 없다. 현 제도의 틀 내에서 재정건전성과 재분배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려면 국가가 재정부담에 나서는 수밖에 없는데 정부의 연금수정은 국가의 재정부담은 회피한 채 재분배목적도 그대로 두고 건전재정확보는 가입자들의 몫으로 전가시켜 놓았다. 사회보험을 위주로 하면서 그것을 가입자들의 재정부담을 주로 하여 운영하는 형태는 보수주의적 복지체제의 중요한 한 가지 특징이다.

넷째, 기초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그대로 존속시키고 자산조사를 강화하였는데, 이렇게 됨으로써 자산조사는 과거 생활보호제도 때에 비해 더 복잡하게 되었으며 이는 결국 가족책임원칙을 단순히 지속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훨씬 더 강화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다섯째, 빈민들에 대한 가족책임의 강화와 더불어 근로가능한 빈민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조건의 열악화에도 불구하고 근로연계복지를 통한 노동시장 참여를 강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특징들을 종합할 때, 현 정부의 복지개혁은 전체적으로 국가책임강화를 지향하였지만 현실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① 경제위기 이전부터 이미 사회적 보호체계에 편입되어 있던 계층에게는 연금제도의 개혁과 여타 사회보험의 개혁 및 적용확대를 통해 사회적 보호체계를 더욱 강화해주었고 특수직역연금은 그대로 유지시켰다. ② 경제위기 이전까지 사회적 보호체계에서 배제되어 왔던 계층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편입만 규정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배제하고 있다. ③ 빈민들에 대해서는 가족책임원칙을 강화함과 동시에 근로연계복지를 강요하고 있다. 즉, 복지개혁은 중산층에게는 계층화의 지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보편적 복지국가, 영세근로자들에게는 형식적 복지국가, 그리고 빈민에게는 가족주의적이고 근로연계적인 복지국가를 만들어줌으로써 전체적으로 계층에 따라 각기 다른 원리를 적용하는 계층차별적 복지국가를 결과한 것이다.

자본주의적 상품화에 대한 보수주의적인 대응은 주인과 하인간의 온정적 가부장적 관계에 기초하여 하인의 충성에 대한 주인의 온정적 의무로서 기업복지적 차원의 은급적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봉건적 대응과 조합원간의 엄격한 신분질서와 상호원조에 기초하여 동료로서의 의무 내지는 조합에의 충성에 대한 대가로 복지혜택을 제공하며 사회보험에 대한 특정집단의 강제가입과 조합단위의 자율적 운영이 강조되는 조합적 대응, 그리고 신민에 대한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의무에 기초하여 전체로서의 국가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국가주의적 대응의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Esping-Andersen, 1990, 2장), 한국은 특수직역종사자들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국가주의적 대응논리에 기초하여 복지제도를 구축해왔고, 일반국민들은 거의 방치하여 왔으며 1980년대에 이르러 일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으로 조합적 대응논리에 기초한 사회보험을 운영해왔다. 현 정부의 복지개혁은 의료보험에 있어서는 조합적 대응을 다소 탈피하였지만 근본적으로는 국가주의적 대응을 일부 계층에 대해서 다소 민주화하고 한층 합리화한 것에 그치고 말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 정부의 복지개혁은 경제위기 이전까지 한국의 복지국가가 가지고 있던 초보적인 수준의 보수주의적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고 그것을 좀 더 근대화 합리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성격의 복지국가가 신자유주의적인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좀 더 근대화된 보수적 성격의 복지국가는 여전히 계층차별적이고 힘없는 계층에 대해서는 시장의 위험에 대한 스스로의 대처를 계속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수적 성격의 복지국가에서 신자유주의적인 흐름이 강요하는 여러 가지 위험은 힘없는 계층에게 계속 그대로 투영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상화의 수준을 무시하고서 사회의 다른 부문이 신자유주의적이므로 복지정책 역시 신자유주의적인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예컨대 조영훈, 2001 참조)은 복지정책의 성격에 대한 논의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가책임강화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결과를 얻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냉철히 분석하여 합당한 전략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참고문헌

김연명 (2001), "DJ 정부의 사회복지정책: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한국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논문.

김영범 (2000), '경제위기 이후 사회정책의 변화', 한국사회학회, {한국사회학}, 제35집 제1호.

김유선 (2001),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의 실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http://klsi.org.

남찬섭 윤정향 (2001), '생산적 복지를 위한 소득보장제도의 평가와 과제', 한국사회복지학연구회, {상황과 복지}, 제9호.

대통령비서실 삶의 질 향상 기획단 (1999), {새천년을 향한 생산적 복지의 길: [국민의 정부] 사회정책 청사진}, 서울: 도서출판 퇴설당.

정무권 (2000), ''국민의 정부'의 사회정책: 신자유주의로의 확대? 사회통합으로의 전환?', 안병영 임혁백 (편),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이념 현실 대응}, 서울: 나남출판사.

조영훈 (2001), '현 정부 복지정책의 성격: 신자유주의를 넘었나?', {사회복지와 노동}, 제3호.

조영훈 (2000), ''생산적 복지론'과 한국 복지국가의 미래', {경제와 사회}, 제45호, 봄.

Esping-Andersen, G. (1990), The Three Worlds of Welfare Capitalism, Polity Press.

Lorenz, W. (1994), Social Work in a Changing Europe, London: Routledge.

남 찬 섭 /서울신대 사회복지학과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9월호(제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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