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 판결비평⑦] 공로에 국적을 물은 판결

공익제보 판결비평, 참여연대.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 이후, 공익신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익신고자가 겪는 불이익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 사법부의 판단 또한 여전히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사법감시센터와 함께 공익신고의 증가에 따라 중요해진 법원의 판결, 국민권익위원회와 노동위원회의 결정 등에서 공익제보 보호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는 판결이나 결정을 선정해 비평하고 공유합니다.

지난 2016년, 현대자동차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던 김광호 씨의 제보로 세타2 엔진 결함 및 현대자동차의 해당 결함 은폐 시도가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이 제보 덕분에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 법인 및 임원이 기소되었고, 미국에서는 현대자동차에 한화 약 90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김광호 씨의 공익제보가 결함 시정 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보고 과징금의 30%를 “공익신고자 보상금(Whistleblower Award)”으로 지급했습니다.

현행법상 공익제보를 이유로 제보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제보자들은 각종 불이익조치를 경험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공익제보자에게 지급되는 보상금 및 포상금은 공익제보자의 공로 및 희생에 대한 보상이자, 동시에 이를 통해 공익제보를 장려하고 부패를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보상금 및 포상금은 공익제보자 지원 제도 중 하나인데요. 최근 김광호 씨가 미국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이 금원에 대해 과세할 것인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공익제보자 보호 측면에서 내부제보실천운동의 김형남 변호사가 이 판결의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323번째 이야기

수원지방법원 2026. 8. 13. 선고 2025구합61XXX

김형남 변호사 / 내부제보실천운동 공동대표


어떤 판결인가 

김광호 씨는 현대자동차에서 25년을 일한 엔지니어였습니다. 2016년 그는 회사가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알고도 감췄다는 사실을 국내 당국과 언론, 그리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신고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21년 11월 그의 신고가 결함 시정과 제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인정하여, 법이 허용하는 최고 비율인 제재금의 30%, 미화 2,430만 달러의 지급을 결정했습니다. 김 씨가 미국 변호사 비용 등을 빼고 실제 받은 돈은 약 193억 원입니다.

김 씨는 우선 이 돈을 기타소득으로 하여 종합소득세 약 86억 원을 신고·납부했습니다. 그리고 이 보상금은 소득세법상 비과세 소득에 해당한다며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했습니다. 용인세무서가 거부했고, 조세심판원도 기각했으며, 지난 8월 13일 수원지방법원도 김 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6. 8. 13. 선고 2025구합61XXX 판결). 받은 돈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 맞다는 결론입니다.

법원의 논리 — “상을 받은 것이 아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 제2호는 “노벨상 또는 외국정부·국제기관·국제단체 기타 외국의 단체나 기금으로부터 받는 상의 수상자가 받는 상금과 부상”을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쟁점은 NHTSA의 공익신고자 보상금(Whistleblower Award)이 여기서 말하는 ‘상금’인지였습니다.

법원의 논리는 세 단계입니다. 첫째, 비과세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둘째, 이 조항의 ‘상금’은 ‘상(賞)의 수상자가 받는 상금’만을 뜻하는데, 김 씨가 받은 돈은 법정 요건을 충족한 신고자에게 제재금의 10~30% 범위에서 지급되는 ‘포상금’이지 상의 수상자가 받는 상금이 아니다. 셋째, 같은 항 제11호가 신고자 포상금의 비과세를 따로 정하고 있지만 그 지급 주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곧 대한민국뿐이므로, 외국정부가 준 포상금은 비과세 목록 어디에도 없다. 쉽게 풀어보자면, 상을 받았어야 하는데 상을 받은 것이 아니고, 포상금이라면 한국 정부가 줬어야 하는데 미국 정부가 줬다는 것입니다.

이름표가 세금을 정했습니다 

판결문 각주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같은 문서(Whistleblower Award Determination)를 원고는 ‘공익신고자 상금 결정’으로, 피고는 ‘공익신고자 포상금 결정’으로 번역해 제출했다는 것입니다. ‘Award’라는 한 단어를 어느 이름표로 옮기느냐에 따라 86억 원의 세금이 오간 셈입니다.

이름만 다른 두 봉투가 있습니다. 하나에는 ‘상금’, 다른 하나에는 ‘포상금’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봉투 안의 돈은 성격이 같습니다. 공로를 인정받아, 심사를 거쳐, 공적 기관으로부터 받은 돈입니다. 노벨상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업적을 심사해 수여하고, NHTSA의 보상 결정도 신고의 기여도를 심사해 이루어집니다. 시상식이 있느냐, 지급액이 제재금에 연동되느냐 하는 차이가 남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차이가 한쪽은 전액 비과세, 다른 쪽은 44%의 세금이라는 결과를 정당화할 만큼 본질적인지 의문입니다. 세금은 담세력, 곧 부담할 능력이 있는 곳에 매기는 것이지 봉투의 이름표에 매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조세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타당한 원칙입니다. 그러나 엄격해석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서지 말라는 요청이지, 여러 해석이 가능할 때 납세자에게 가장 불리한 쪽을 고르라는 요청이 아닙니다. 미국 정부가 ‘Award(상)’를 수여했고 김 씨가 그 수령자라는 독해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 안에 넉넉히 들어옵니다.

입법의 공백을 과세의 근거로 삼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제11호와의 비교에서 드러납니다. 법규 준수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신고한 사람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포상금·보상금은 비과세입니다. 실제로 김 씨는 같은 신고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포상금 2억 원을 받았고, 이 돈은 위 조항에 따라 비과세 대상입니다. 결국 같은 사람의 같은 공익신고를 두고, 한국 정부가 준 2억 원에는 세금이 붙지 않고 미국 정부가 준 193억 원에는 86억 원의 세금이 붙었습니다. 둘 사이에 돈이 출처가 어떤 국가냐는 것 외에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왜 이런 공백이 생겼는지 살펴봅니다. 문제의 위 제2호가 지금의 문구를 갖춘 것은 1994년이고, 제11호가 시행령에 들어온 것은 2010년입니다. 어느 시점의 입법자도 외국 정부가 한국인 공익신고자에게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상황을 상정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규정이 없는 것은 입법자가 그런 경우를 몰랐기 때문이지, 과세하기로 결단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침묵을 ‘외국정부 포상금은 과세한다’는 적극적 의사로 읽었습니다. 30년 전 지은 집에 전기차 충전 콘센트가 없다고 해서, 그 집을 지은 사람이 전기차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던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나아가 제11호의 취지가 ‘국내 법규의 준수와 사회질서 유지’에 있으므로 외국정부 포상금은 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했습니다. 사실과 다릅니다. 세타2 엔진은 국내 판매 차량에도 실려 있었습니다. 그의 신고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리콜과 당국의 조사가 이어졌고, 자동차 제작결함 은폐에 대한 감시와 제도가 강화되었습니다. 신고서가 접수된 곳에 차이가 있을 뿐, 그 공로가 향한 곳에는 한국의 도로도 있습니다.

항소심과 입법이 답할 차례입니다 

김 씨는 신고 후 해고를 겪었고, 국민권익위원회의 보호조치를 거쳐서야 복직할 수 있었습니다. 공익제보자가 잃는 것은 언제나 확실하고 현실적입니다. 경력과 생계가 그렇고, 동료와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불확실하고 멀리 있습니다. 보상금은 그 기울어진 저울을 그나마 바로잡아, 다음 제보자에게 ‘사회가 당신을 혼자 두지 않는다’고 약속하는 장치입니다. 그 절반 가까이를 국가가 세금으로 가져가는 결론이 이 약속을 어떻게 만드는지, 판결은 답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은 ‘상의 수상자가 받는 상금’이라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 안에서 비과세 조항의 취지를 살리는 해석으로 1심의 형식 논리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입법부와 정부의 몫도 있습니다. 이 판결 이후에도 소득세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은 그대로입니다. 제11호의 지급 주체에 ‘외국정부 등’을 더하는 간략한 수정만으로도, 적어도 다음 김광호가 같은 소송을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국적과 제보의 장소를 묻지 아니하고 공로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공익신고자 보호 제도가 서 있어야 할 자리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