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는 현재도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에바다복지회는 사회복지법인으로 산하에 에바다 농아원과 학교, 장애인종합복지관의 시설을 두고 있다. 문제는 한 울타리 내에 있는 농아원과 학교에서 주로 진행되어 왔으며, 그런지 물경 6년을 넘어선 것이다. 물론 사태로 비화되어 세상에 그 비리 등이 폭로되기 이전에도 에바다 는 문제 투성이의 시설이었다.
뿌리 깊은 비리의 온상 에바다
6년을 경과한 에바다의 가장 많이 얘기되는 문제는 비리 문제다. 국고지원금의 유용, 후원금의 횡령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생각할수 있는 모든 비리가 일어났다. 모든 문제의 중심이자 근원은 이비리이다. 돈벌이 장사로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고, 그것을 위해 고아도 미국에 팔아넘기고, 미군 부대에 데려가 성추행하도록 버려두고, 아이들을 동원해 강제노동을 시키고, 아이들 머리수를 늘리기 위해 가짜 원생을 만들며, 유령 직원을 만든다. 그리고 이 문제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관리감독청만이 아니라 권력기관과 유착하게 된다. 결국 이런 비리의 확대재생산의 과정에서 시설의 이사장이나 장들은 그 지역의 토호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그 상황이 되면 어떤 권력의 힘도 그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에바다만 하더라도 이런 과정이 최소한 20년의 역사를 갖는다. 에바다는 애초 최실자, 최성창씨 등이 미국의 선교사가 남기고 간 시설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수하여 사유화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사태가 발생할 때는 이미 어찌 손대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던 것이다.
지난 6년여의 과정은 바로 이 뿌리깊은 비리 구조를 파엎는 과정이었다. 마치 외부에서는 이토록 지겹도록 싸웠어도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여질지 모르지만, 그동안의 과정에서 시설의 실세였던 최씨 일가들은 자신들의 기반을 거의 상실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최씨 일가의 저항
그렇다면, 현재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반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이사회를 민주진영 측이 장악하였고, 시설에서는 이사회의 결정이 최고의 법적 권위를 갖고 있음에도 이상하리만치 문제가 풀리지 않는 근저에는 아직도 뿌리깊은 비리구조 탓이다. 현재 이사회는 7:4의 구도로 짜여졌으며, 이 구도에서 최씨 일가들은 4자리만이 남았다. 그러나, 수적으로 압도하고 있는 민주진영의 이사회를 그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며, 이들은 결국 이사회에 단 한번도 출석하지 않으면서 별도로 모임을 갖고 있다. 결국 그들은 이사회를 사고 이사회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그러면서 자신들의 자리를 민주진영 쪽과 동수로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이미 법적인 합법성을 인정받은 현 이사회에서는 이사회의 의사결정구조를 통해서 자신들의 기반을 유지하기 힘드니까 학교와 농아원을 장악하고, 마치 농아원생들이 현 이사진에 저항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사고 법인으로 만들려는 의도인 것이고, 이런 의도에 의해 교장실을 부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교사들을 몰아내고, 교문을 걸어잠그고, 이사장과 시설장들의 출입마저 봉쇄하고 있으며, 외부 세력들을 불러들여 불법점거를 일삼고 있다. 농아원생들을 보호해야 할 입장에 있는 이사회로서는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 때문에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평택시와 경찰, 경기도 교육청의 중립을 가장한 사태의 방조가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에바다 사태의 특징
지금까지의 과정을 정리하자면, 에바다 사태는 다음의 세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먼저, 에바다 사태는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시설들의 문제는 일회성의 폭로에 그쳤던 것에 비해서 에바다는 6년 이상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시설과는 다른 양상이다. 다른 시설에서라고 에바다와 같은 문제가 없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에바다는 먼저 내부의 동력이 살아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비리를 폭로하고 농성을 했던 농아원생들의 장기간 농성이 진행되었고, 교사들이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처음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거기에 지역사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계속적인 문제제기와 투쟁이 있었다. 지역사회에서는 지역 공동대책위원회가 다수의 단체들을 끌어모아서 유지되었고, 대학생들은 사태 초기부터 대학생연대회의를 꾸려서 계속 재생산해오고 있다. 거기에 시민사회단체들의 투쟁은 연대회의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내부의 동력과 외부의 끈질긴 투쟁이 없었다면 아마도 에바다는 진작 다른 시설처럼 일회성 문제제기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물론 문제의 근원이 뿌리 깊기 때문에 이들의 투쟁 또한 집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이런 주체는 다른 시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둘째, 앞의 문제와 연관되어 구비리 세력 또한 집요하게 저항하였다. 애초 비리세력들은 사태 초기에 절대적인 여론의 불리함 때문이라도 조직적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에도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거나 그럴 의지가 없는 관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붙들어 두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세력은 심각하게 약화되어 있고, 마지막 거점을 잃을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자신들의 입지를 사수하기 위해 결사항전이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이들이 이처럼 집요하게 저항하는 것은 물론 이 시설에서 쫒겨나면 자신들의 돈벌이 근거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은 권력기관의 방조를 획득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농아원생들의 정서와 약점을 매우 잘 아는 그들로서는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강제로 동원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껏 풀리지 않는 것이 바로 이 현장을 장악한 세력을 근절시키지 못한 때문이다.
셋째,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이와 같은 문제에는 관청의 태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1월 7일, 10일, 14일의 세 번에 걸쳐서 이사회는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세력들에 막혀서 에바다 학교(농아원도 같은 공간에 한 울타리에 있다) 정문을 넘지 못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불법점거 세력들을 퇴거시켜달라는 이사회의 요청을 거부하였고, 오히려 싸움을 말린다면서 불법세력과 이사회의 중간에 서서 이사회 쪽을 달래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만약 공장에서 민주노동자들이 점거 투쟁을 했다면 경찰이 그럴 수 있을까. 이것은 시도 마찬가지다. 평택시는 어찌되었건 비리세력과 민주진영이 동수로 대화로 풀어가라는 것이지만, 대화로 풀릴 문제도 아니고, 그 비리세력과의 대화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문제를 온존시키는 것에 타협하라는 얘기이므로, 사태를 은폐시키는 것이다. 경기도 교육청도 교장실이 파괴되고, 불법점거와 시위가 이어지는 데도 지난 하반기에 내려진 휴교령에 대해 무조건 수업을 정상화하라고만 지시할 뿐 적극적으로 수업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결국 관청은 이전에는 적극적인 태도로 비리세력을 옹호하더니, 이번에는 중립을 가장하여 그들의 불법을 용인, 방조하는 것이며, 그런 태도는 양비론으로 옹호된다. 결국 근절되지 않는 비리세력은 이들과 유착한 지방의 권력기관들에 의해서 보호받고 있는 셈이다.
결국은 잘못된 법과 제도와의 투쟁
그렇지만, 이런 모든 문제의 근저에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왜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시설의 사유화가 이토록 강하며, 계속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가이다.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시설은 국가가 사회 약자들을 보호하기를 포기한 속에서 개인들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된 역사성을 갖고 있다. 한국전쟁 시기를 전후해서 탄생한 이들 시설들은 비리세력의 온상으로 기능했고, 시설장들은 그 시설에서 왕처럼 군림하였고, 관청의 비호를 받으면서 토호세력으로 뿌리를 내렸다. 결국 민간에게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떠맡긴 국가의 책임이 그 근원에 있다. 아직도 이 문제는 정확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시설을 사유화하여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설과 시설장들을 온존시키고 있다. 그들에 대한 관대한 처벌(아니,오히려 그들이 국가로부터 훈포장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도 이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에바다 사태의 해결은 결국 이들 깊은 뿌리, 잘못된 법과 제도와의 투쟁이기도 하다. 에바다의 문제는 그래서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시설의 고질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첫 관문이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의 승리는 여전히 중요한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2년 02월호(제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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