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2-15   1363

일본의 거주운동

주택요구운동에서 마을만들기 운동까지

인권과 건강, 가족생활, 복지, 민주주의에 기초한 거주사상의 확립을 위해 동경대출판회가 1996년에 엮은 『세계의 거주운동』의 각 장을 독자들에게 연중기획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강좌 현대거주」라는 시리즈의 5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앞선 책들은 『역사와 사상』, 『가족과 주거』, 『주거공간의 재생』, 『거주의 법·정치·경제』이다. 20세기 이후 각 국의 거주권 확보운동의 역사와 현재의 고민을 접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그 처음으로 일본의 거주운동을 소개한다.

전후 주택운동의 전개과정

전후 일본 주택운동의 전개를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제1기는 주택운동의 격발기이다. 1945년 패전으로 국토는 초토화되고 폭격으로 많은 집이 사라졌다. 46년 통계로는 480만 가구의 주택이 부족하여 국민 대부분이 방공호나 절, 학교 등에서 임시로 살았다. 그러면서 전후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에게도 집을 달라” 운동은 우후죽순으로 일어났고 또 소멸했다.

제2기는 공공주택, 민간임대주택의 거주자 요구운동이 전개된 시기이다. 일본의 경제는 1955년 이후부터는 새로운 성장기를 맞아 내각의 주요정책 중 하나로 주택정비를 내세울 정도로 주택문제 해결에 힘을 쏟았다. 1965년 일본주택공단법이, 또 65년 지방주택공급공사법이 제정되어 미약하게나마 공공주택이 정비되었다. 같은 시기에 거주자들은 단지끼리 자차회조직을 만들어 공동으로 주거환경정비활동을 했다. 개별이익요구의 거주자운동은 공공주택거주자운동, 공단주택거주자운동, 민간임대주택거주자운동의 차원에서 각각, 전국적인 조직을 결성해나가는데, 63년 전국공영주택협의회, 71년 전국공단자치협의회, 67년 전국자치차가간차인조합이 그것이다. 72년 이러한 모임들은 32개 단체와의 연합으로 주택요구연락협의회를 결성,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고 거주자운동을 전개해나갔다. 한편 이시기 주택요구운동와 함께 진행된 것이 주택사업운동이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일찍이 1800년대부터 비영리조직인 노동자를 주체로 하는 협동조합운동이 진행되어왔지만, 일본은 주택사업운동이 특히 미약했다는 게 특이하다할 수있다. 1958년 설립된 “재단법인 일본노동자주택협회”는 낮은 비용의 주택공급과 공적자금의 차입을 통한 저리의 주택대출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노동자주택협동조합법” 제정운동의 실패이후 한계를 보이며 점차 주택생활협동조합으로 대체되었다.

제3기는 1973년 이후로 1차 오일쇼크 이후 건설성은 공공주택지출 감소, 민영화 확대, 공영주택소득제한 강화, 일본주택공단 개조를 단행하였다. 이에 1981년 주택운동 4대 단체인 공주협, 전국공단자치협의회, 공단노조조합, 전국차지차가간차인조합의 4단체공투회가 만들어져 주택정책개혁요구를 적극적으로 펴나갔다. 또한 1982년에는 주택연구자, 변호사, 의사, 간호사, 소셜워커, 도시계획가, 주택관계행정관 등과 주택운동가, 시민이 모여 주택문제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운동을 펴나가는 주택연구운동조직 “일본주택회의”가 결성되었다. 이는 시민을 아우르는 학회라고 할 수 있는 “주택연구운동단체”로서 이 활동을 통해 다른 분야의 학문영역 연구자, 전문가가 주택을 핵심으로 학문적 연구활동을 해나간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후 경제거품현상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를 개척하는 실천, 즉, 거주지역 형성을 목표로 하는 운동의 동향은 아래의 전형적인 사례를 통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경제거품과 지진에 의한 지역파괴, 고령화와 거주운동의 시작

1985년 이후 토지,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대도시 주택의 집 값, 임대료가 큰 폭으로 올라 재계약시 갱신료도 인상되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오피스 빌딩 건설을 위해 주택을 없애는 등 거주불안을 야기했다. 노인의 경우는 특히, 그 피해가 커서 노숙자가 되기도 하고 지역에서 쫓겨나 지역 커뮤니티 붕괴 및 지역 환경붕괴로 이어졌다. 주거지역붕괴를 계기로 지역공동체만들기, 주거지를 형성하는 운동이 이전에 설명한 기존 거주자운동에 더해져 새롭게 일어났다. 즉, 지자체에 독자적인 주택시책을 요구하는 주택조례제정요구운동과 주거지역형성사업운동이 그것이다.

주거요구운동 – 지자체에 주택조례제정요구운동

경제거품현상은 땅값, 집값을 폭등시키고 갱신료 인상, 퇴거요구 등 마치 전후 제2차 차지차가갱신기에 직면한 모양이었다. 고령자나 저소득층에게 직격탄을 날려, 그들은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야 할 상황에 처했다. 새로운 빌딩건설로 지역에서 거주자가 쫓겨나고, 지역 커뮤니티는 붕괴됐으며 결과적으로 도심부 지자체의 인구격감을 불러왔다. 지자체는 사태를 방치할 수 없어 지자체 독자적으로 주택정책 즉 주택조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동경 도심의 치요다(千代田), 츄오우(中央), 코우(港) 등 3개구를 시작으로 신주쿠, 세타가야(世田谷) 등 23개 구에서는 주택조례, 마을만들기 조례를 만들어갔다. 특히 신주쿠에서는, 주민들이 주택조례제정요구운동을 의회에서 전개하여 주민주도형 주택조례를 만들어갔다. 세타가야에서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마을만들기 조례 및 주택조례를 주거지형성으로서 만들어갔다.

또한 1993년에는 가나가와현(神奈川縣) 마나츠르(眞鶴)에서 시민에 의한 마을만들기 조례인 “아름다운 조례”를 제정하기에 이른다. 각지에서 지역 시민들에 의한 주거지만들기가 시작된 것이다.

주거지역형성사업운동 – 노인홈, 복지서비스 건설 및 관리운영 사업활동

지가앙등 및 불충분한 지역복지서비스, 고령사회 등에 대응하기 위해 각지에 자조조직인 지역생활협동조합이 형성되어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만들기, 기반형성활동이 왕성해졌다. 고령자가 지금까지 살아와 친숙한 지역에서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재가복지서비스와 특별양호노인의 집 건설 등이 생활협동조합에 의해 진행됐다. 노인의 집, 재택서비스는 고령기 주거시스템으로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주거 협동성을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가는 사례를 통해 검토해 보자.

가나가와 생활클럽생활협동조합에서는 1990년에 새로운 고령자복지정책을 세워 특별양호노인의 집 건설을 기획, 지역사회클럽생활협동조합, 복지클럽생활협동조합의 협력을 얻어 생협조직이 힘을 모아 7만명의 조합원이 법인설립자금 모금운동을 벌였다. 1억엔을 목표로 조합원을 상대로 3년간 캠페인을 벌인 끝에 1993년 “라포르후지사와(ラポ-ル藤澤)”을 건설, 1994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후지사와시는 특별양호노인의 집과 데이서비스 등 건설사업을 13개 지구에서 진행하여 “라포르후지사와”는 메이지지구(明治地區-인구 23,844명, 65세이상 인구는 2,631명)와 츠지도우( 堂)지구(인구 37,701명, 65세이상이 5,078명) 등 2곳의 서비스 권역(약 6만명)을 담당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할 때쯤 “사회복지법인 생생복지회(いきいき福祉會)”을 설립하여 서비스를 담당하는 워커즈 콜렉티브 회원이 노동의 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보호서비스와 세탁사무에 관해서는 워커즈 콜렉티브 회원 30명에 의해 월 2,100시간 재택복지서비스를 제공받았고, 식사서비스는 “꽃무명” 회원의 도움을 받았다.

또한, 서비스 내용에 대해서는, 식사재료는 무농약 유기농 그리고 첨가물이 적은 재료를 생활협동조합에서 구입하여 조달하고, 세탁은 합성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빨래비누를 사용한다든지, 인간 및 환경에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일을 비롯하여 고령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개별적이고 세세한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주거지역사업형성운동에서의 거주의 개념이란, 주택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들어 사는 것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혹은 거주지역(Living Area)을 만드는 일, 달리 말하면 생활가능한 지역, 함께 살아가는 지역, 현대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일인 것이며, 거기에는 주택을 핵심으로 지역 전체성을 문제로 삼고, 인격권=상호 인격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인권으로서의 주거가 목적이 된다 할 수 있겠다.

주택운동에서 거주운동까지

지금까지 일본의 주택운동은 주택부족단계의 운동으로 생겨났고 임대료 인상과 퇴거요구에 항의하는 식의 주택에 관한 경제적 요구가 중심이 되어왔다. 사는 지역의 역사적 건축물, 거리를 보호하며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은 지역문화의 계승, 지역의 정체성과 지역에의 귀속의식을 강하게 하고, 지역의 개성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거주운동은 주택을 중심으로 넓은 의미의 지역복지운동, 환경보호운동 등과 연대하여 지역 기반을 형성하는 운동이기도 하며, 지금까지의 주택운동, 예를 들어 공영, 공단주거자의 운동과 주변 주민운동, 시민운동이 연대하여 힘을 모아 종합적인 운동을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역자치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한편, 일본의 노동자주택협동조합의 형성과정을 보면 공공자금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일본처럼 사회정책으로서의 주택정책이 빈약한 나라일수록 스스로 주택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고 그 의미도 큰 것이다. 따라서 현재 주거운동의 중심 중 하나인 주택협동조합을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온 경험은 매우 귀중한 것이며, 그것은 시민이 만드는 현대 공공성의 실현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종합적으로 이러한 전망을 놓고 볼 때 차후 일본이 고려해야할 과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겠다.

첫째, 현대주거에 대한 운동은 지역의 요구운동과 거주사업활동 두 가지가 지구, 지역레벨에서 종합적으로 펼쳐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불가결하다.

둘째, 주택·택지심의회, 도시계획심의회를 비롯, 정책결정과정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 처음부터 정부는 자신들이 편리한 인물을 선정하고 게다가 전문가도 아닌 단순히 매스컴에 이름이 알려진 사람을 심의회 의원으로 뽑고 있다. 심의회는 행정결정에 단순히 도장만 찍는 의미밖에 없으니 순전히 세금낭비일 뿐이며, 시민의 참여장치를 만들어 놓지 않는다면 공정한 결정기능을 다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지금까지의 운동은 공영주택법, 주택·도시정비공단법, 지방주택공급공사법, 차지차가법 등 주택관련 입법과 대결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대 주거운동은 건축기준법을 비롯하여 도시계획법, 환경법, 국토계획법 등 법제도와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대 주거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소관부처는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이러한 문제상황에 현재의 건설성은 기존의 주택건설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으며, 그 구태의연한 행정으로는 주택정책에 대응할 수 없다. 행정개혁, 지방분권화 속에서 건설성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새롭게 주거환경성을 창설해야 한다.

이상을 기반으로, 이제부터는 이러한 모든 운동을 하나로 엮어 전략적으로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번역 : 엄일녀, 정리 : 민병수)

大本圭野

월간 <복지동향> 2002년 02월호(제40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