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7-11   656

봉사하는 권력이 되게 하자

“정보화”는 21세기를 표현하는 핵심단어의 하나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마침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된 듯하다. 여러 전문가들이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21세기가 정보사회가 되리라 전망하고 있는 것은 정보화가 단순한 사회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뜻한다.

정보화를 특징으로 하는 미래사회, 정보사회 혹은 21세기에 대한 전망은 이미 새삼스러울 것이 전혀 없다. 수많은 미래 예측과 기술발전에 대한 그림이 있고, 빌 게이츠로 대표되듯 그것은 대체로 장밋빛 일색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도가 더하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의 눈부신 발전과 보급은 조만간 우리 사회가 자유로운 정보의 획득과 유통이 가능한 “멋진 신세계”로 진입하리라는 예상을 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보화에 대한 이런 낙관주의적 전망은 이미 한 시대의 주도적인 담론의 지위를 떠나 하나의 “권력”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정보기술에서 소외된 개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불리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보 혹은 정보기술 자체를 일부 집단이나 개인이 독점함으로써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강제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측되고 있다. 하나의 권력으로 강제가 가능하다는 말은 정보화가 더 이상 가치 중립적인 과학기술의 영역에 속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보와 정보화는 가치판단과 방향 설정, 심지어는 이데올로기 해석을 필요로 하는 사회현상의 하나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복지와 정보의 문제에 이르면 이것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현상이자 복지정책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진다. 경제적 부담능력이나 계층에 따른 “정보불평등(digital divide)”은 이미 전세계적인 현상이자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특히 정보화의 진전 속도가 빠른 우리 사회에서 정보화의 편익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아미티야 센(Sen)이 말하는 것을 흉내내자면, 지금 세대에서 정보기술은 삶의 질은 물론이고 취업이나 소득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개인 능력(capability)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복지분야 정보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복지행정과 실무에 정보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복지의 관점에서 정보화를 분석하고 개인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복지정책과 서비스가 기능을 발휘하는 일이다.

이제 권력이 된 정보기술이 사회적 약자를 배제시킬 가능성은 결코 작지 않다. 인류의 공동자산인 과학기술이 인류의 일부를 소외시키는 불행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것이다. 이번 호의 심층분석에서 다른 것이 바로 복지분야의 정보화라는 주제이다. 이번 기회에 복지분야의 정보화를 넘어 “정보복지”에 대한 논의가 크게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이것 외에도 이번 호에는 독자들의 의견을 분석한 글이 특별하다. 그 중에서도 앞으로의 편집방향과 관계된 것으로는 다양한 동향이나 외국자료를 소개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의견을 귀하게 듣고, 힘닿는 데까지 반영할 것을 약속드린다.

김창엽(편집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월간 <복지동향> 2002년 07월호(제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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