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지방의회 진출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의 정치적 입장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당사자의 목소리로 밝히고 스스로 옹호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 이후 총선, 지방선거를 거듭 치르면서 조금씩 변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지난 15대 총선에서 장애계 대표로 장애당사자가 국회에 진출을 했고, 일부 지역의 지방기초단체장과 삼십여명의 장애당사자가 광역, 기초단체의회에 진출하게 됐다. 국회의원 한 명이 장애인복지정책에 얼마나 영향력이 미쳤겠느냐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장애계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활동했었던 15대 그렇지 않았던 16대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최근 여성전용 지역구 신설을 한시적으로 실시하자는 3당 합의가 남성들에게는 역차별 아니냐 그래서 위헌소지가 있다느니 혹시 얼렁뚱땅 국회의원 숫자 늘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지역구에 나오려는 여성후보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등 여러 우려의 소리가 있으나 현재 여성의원이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우려의 소리는 그냥 우려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여기에 빌붙어 소외계층의 몫으로 장애인도 끼어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수의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간간이 있기도 하다. 역시 이해가 걸린 문제는 탄력을 받으면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장애 때문에 투표소에 접근할 수 없어 투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상당히 비중 있게 신문지면에 기사로 다루어졌다. 이 기사가 나간 후 우리 연구소에서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고, 후속 조치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승소했지만 그 이후 지방선거, 대선을 치렀으나 여전히 투표소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으로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예산문제 때문이지 의지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편의시설 갖춘 곳에 투표소를 설치하데 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의지만 있다면 돈이 대수이겠는가.
올 4.15 17대 총선에 2004장애인총선연대는 15명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각 당에 공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모 정당에서는 중앙위원 구성에 장애계 몫으로 2석을 할애했다. 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니다. 그리고 일부 정당에서는 장애인을 대표하는 몫으로 전국구 공천에 반영 할 생각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단지 상징적인 의미만으로 폄하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생각한다면 비례대표 번호를 당선가능성이 높은 곳에 배치해야 하고, 지역구 출마자에 대해서도 선거자금 지원 등 공천한 당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성전용 지역구 운영 방식을 소외계층을 대표하는 몇 개의 그룹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 제23조는 장애인의 선거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남녀, 돈의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백년 전에 일인 일 표 제도인 정치권이 보장되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일부의 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이러한 권리밖에 있다. 그래서 헌법에 보장된 선거권을 하위법인 장애인복지법에서 재차 강조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 연구소는 15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장애인의 선거환경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다. 장애인의 정치참여의식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특수의식을 가지고 있는 계층은 정치의식이 매우 높다는 일반적인 특징이 장애계층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투표율은 비장애인에 비해 저조한 결과는 예상 그대로였다. 이는 전 국민 투표율보다 장애인 투표율은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10%~30%가까이 저조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로 ‘투표는 하고 싶었는데 투표소까지 가기 힘들어서’가 거의 50%로 나타났다. 그리고 ‘선거일을 몰라서’라고 답변한 장애인도 12.8%나 됐다. 그리고 투표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체장애인의 경우 82.9%가 자신의 판단이었다고 답변한데 비해 청각언어장애인의 경우는 자신의 판단한 경우 38.9%에 불과했다. 이는 장애 유형에 따라 선거참여에 여러 형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선거과정에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방송사는 수화통역 및 자막방송을 보다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당사자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는 점자홍보물이나 테이프 홍보물을 제작할 수 있어야 하나, 점자홍보물을 제작할 경우도 선거법 상 2종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후보자들은 점자홍보물 제작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아직 테이프는 주어지고 있지 않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거소투표 제도의 방법 및 절차를 실질적인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고, 모든 투표소는 휠체어 이용자도 가능해야 한다.
이번 4.15총선이 끝난 후 최소한 투표소 앞의 계단 때문에 투표할 수 없었다는 야만적인 이유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월간 <복지동향> 2004년 03월호(제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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