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30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법률이 공포되면서, 지역복지의 환경은 대폭으로 변화하고 있다. 개정 법률의 특징은 지역사회복지의 강화, 보건의료와 사회복지의 연계,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성 강화, 서비스 신청권(權)과 이용권(券)의 도입,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민관협력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 중 지역복지계획 수립과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이하 협의체) 구성 등 민간 지역복지 담당자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역복지의 강화’의 측면에서 복지환경 변화와 지역복지계의 대응으로서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이하 협의회) 창립의 의의를 중심으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변화된 복지환경을 지역복지 증진의 기회로..
개정법률의 의의
지역복지의 일주체가 본 개정 법률의 의의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첫째, 복지서비스 제공 주체의 다원적 구조 때문에 복지 수급권자들에 대한 책임성이 모호한 한국의 복지상황에서 책임의 주체를 국가(중앙, 지방정부)로 분명히 했다는 점. 둘째, 중앙정부의 복지정책과 예산을 무비판적으로 지역에 적용, 전달해온 지방 정부의 역할을 구체화(지역복지계획, 협의체 구성 책임)하여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다는 점. 셋째, 협의체 구성이 의무화됨으로 사회복지사무소 설치와 함께 지역복지 전달체계의 효율화(네트워킹 효과)의 길이 열렸다는 점. 넷째, 기존의 제도, 즉 자활기관협의체 운영, 개인별 자활계획 수립 등 지난 정부시절에 제도화된 부분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경우, 노동, 실업, 빈곤, 한계계층을 포괄하는 통일적인 복지환경을 제공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개정 법률의 한계
그러나 우려되는 점도 만만치 않다. 그 내용은
첫째, 중앙정부의 복지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는 전제에서 시행되어야 법 개정의 의의를 만족시킬 수 있는데, 재정 등 명문화된 의무조항을 발견하기 힘들고, 따라서 중앙정부의 책임을 지방에 전가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둘째로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복지정책이 경제정책과 맞물려서 수립되는 것인데, ‘생산적 복지’건 ‘참여 복지’건 미국 중심의 자본의 세계화 전략에 주도적으로 편입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경제정책인 ‘민주적 시장경제’정책의 시행과저에서 파생된 사회문제에의 대응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의 ‘국가 책임주의’를 완전하게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즉, 중앙정부가 복지에 대한 책임 주체를 지방정부와 민간으로 다원화하여, 책임전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다.
민간 복지주체들의 역할
이러한 우려 점들 때문에 민간 복지주체들의 적극적 호응을 유도해내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민간 사회복지 협의기구인 ‘사회복지협의회(이하 협의회)측의 위상하락에 대한 우려에 의한 조직이기주의의 발호와 개별적 복지주체들의 소아적접근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지방정부의 복지환경변화에 대한 인식부족과 부적응으로, 본래의 법 취지를 살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복지서비스 제공으로 가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런 복지환경이 지역의 민간 복지활동가들의 역할을 다른 어떤 시기보다 크게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복지환경의 제도적 변화에 대한 핵심을 파악하고, 의의와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여 지방정부와 지역복지자원들을 견인할 조직적 태세와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급한 시기이다.
지역복지협의체 구성에서 협의회의 역할
‘협의체’ 구성의무가 2005년 7월로 시한이 잡혀있다. 협의체와 관련해서 지역복지계가 술렁이고 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는 긍정적 측면으로 또는 지역복지의 패권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부정적 측면으로..
협의체와 협의회와의 관계에 대한 필자의 입장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첫째, 협의체 구성을 의무화한 개정 법률은 기존 협의회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는 이 현실을 인정하고 민간사회복지의 대표적 협의기구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재탄생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둘째, 기존의 협의회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각 시군구 협의회가 일률적으로 협의체의 민간 측 파트너로 적용되기는 무리가 있다. 만일 협의회 측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다면 이 요구는 당위적 주장보다는 향후 협의회의 과제로 삼고 환골탈태의 자세가 필요한 시기이다.
셋째, 협의체 구성의 의의를 인정한다면 각 시군구의 준비정도가 상이함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협의회를 중심으로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경우는 협의회의 졸속 결성이 바람직한 협의체 구성과 역할에 방해가 되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협의체 구성에 협의회가 패권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지방정부에 정보를 제공하고 민간 측의 통일 단결을 추구하는 구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다섯째, 협의체의 구성단위는 민·관 합동조직이지만, 협의체의 구성 주체는 지방정부이다.(법 7조 2항, 임명 또는 위촉권한) 따라서 협의회는 민간 측의 단결과 전문성 제고에 노력하고, 지방정부와의 관계에서 협력, 견인, 저항의 역할을 통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전북지역 사회복지협의회 창립사례로 본 지역복지 환경
전주시 사례
전주시 협의회 창립과정은 전북지역 지역복지계의 뜨거운 이슈였다. 복지환경 변화와 관련하여 이상 과열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전주시사회복지협의회준비위원회(준비위)’가 발족(04.8.30)하여 수차례의 준비위 회의와 설명회를 거쳐 창립총회(04.10.5.)를 하는 동안 준비위 활동에 문제를 제기한 별도의 기구인 ‘전주시사회복지협의회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조직되어 경쟁적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전북사회복지협의회, 전북사회복지사협회 등의 중재노력과 뜻있는 활동가들의 헌신으로 상호 자성(自省) 분위기가 만들어져 결국 ‘전주시사회복지협의회 공동추진위원회(이하 공동추진위)’가 발족하여 수차례의 통합회의를 통해 2004년 12월 3일에 전주시협의회 창립기념대회를 마쳤다.
전주시 협의회 창립의 과정은 일단 수습은 되었으나, 지역복지계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던지면서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 과정을 안타깝게 지켜본 필자의 의견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협의체구성을 염두에 둔 준비위 측 인사들의 패권적 접근이 문제의 발단이다. 따라서 지역복지계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준비위가 조직된 결과로 소외된 인사들의 반발이 촉발되었고, 지역사회에서의 복지계의 위상이 저하되는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추진위측의 대응도 단호한 측면이 있었지만, 분열 양상이 외화(外化)되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고 대결적 자세를 취함으로 문제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득도 있었다. 협의회 구성에 대한 지역 복지인들의 열정이 확인된 만큼, 협의회가 몇몇 사람들의 회의 구조나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 고리를 맺는 조직이 아니라 지역복지의 중요한 조직임을 서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기존 협의회의 구태(舊態)를 극복하고 진정한 민간지역 사회복지의 중심주체로서 지역민의 복지증진을 선도하는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통합을 추진하면서 보여준 내적 역량은 높이 평가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들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역복지전달체계의 효율화에 집중하는 협의체 구성의 의의에 대한 공감을 확산하여, 협의회의 기능에 대한 합의를 공유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군산시 사례
군산지역은 협의체 구성에 대한 소규모의 논의가 계속되어 바람직한 협의체 구성과 민간복지주체들의 통일단결을 위해 협의회 구성으로 의견이 모아져서 군산시 협의회가 창립되었다. 무엇보다도 군산은 협의회 창립과정에서 협의체 구성의 의의에 대하여 공청회와 지역복지컨퍼런스 들을 통해 의식을 공유하는 과정을 겪었다는 것이 평가할 만한 사실이다. 따라서 협의회 창립과정에서 지역 대표성을 확보하는데도 성공하였다. 군산시에서 협의회에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소위원회 설치를 제안할 만큼 대(對) 관 관계에서도 성공적으로 보인다. 군산시의 사례는 변화된 복지환경에 대한 지역 민간복지주체들의 꾸준한 준비와 지역복지증진에의 기여라는 본질에 충실한 결과로 보여 모범사례중의 하나로 인정된다.
복지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민간 측 역할로서의 시군구 협의회 구성에 대한 제언
1)협의회의 구성 절차와 방법을 민간주체들의 확고한 대표성이 확보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2)재정이 마련되어 협의회 사무국이 설치되기 이전에도, 각 기관에서 파송 받은 실무자들로 구성된 ‘실무단위’를 두어 협의회 구성 준비와 운영을 원활히 한다.
3)위의 조건들이 만족되는 것을 전제로 협의회 내에 ‘협의체 구성에 대응하는 특별위원회’를 둔다.
4)특별위원회에서 마련되고, 협의회에서 합의된 협의체 구성안을 가지고 자치단체와 협의기구를 설치하여 수차례의 내부토론, 공개 공청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
5)협의회는 협의체 구성을 위한 기능만이 아니라, 민간복지주체들의 대표적 협의기구로서 이익 단체적 기능과 민간복지자원의 개발·관리 기능도 있음으로 협의체 구성논의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들이 필요하다
6)원활한 협의체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실무협의체 기능이 강화되어야 함을 지자체에 강력 요구하여 실무협의체 내에 사무국이 설치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민간이 참여하여 복지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자!
“지역복지협의체의 신설은 지역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에서 지방정부와 민간, 그리고 민간과 민간간의 공동협력을 위한 기제로 파악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민ㆍ관 네트워크의 개념으로 지역사회의 복지에 관하여 민ㆍ관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상설적인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백종만)” 이 본래의 목적이 어떤 조직이나 개별 기관의 이해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 복지인 들의 임무이다.
민간복지 주체들은 때로는 관(官)의 역할을 대신하여 복지서비스를 수행하고, 때로는 관(官)의 정책과 역할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투쟁하는 ‘대행(代行)과 대항(對抗)‘의 변증법을 체득하여야 한다. 협의체 구성이라는 변화된 복지환경에 대응하는 일 노력으로 진행되는 각 시군구 민간복지주체들의 바람직한 협의회 구성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전국적 모델로 되는 시군구 협의회가 많이 탄생하여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구성, 민간주체들의 힘의 결집, 바람직한 사회복지 가치의 실현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다 잡아서 복지세상을 앞서서 열어가는 화살촉이 되기를 소망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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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법사업을 통해 본 사회복지협의회의 특성과 향후 방향모색”,사회복지, 2003년 봄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운영메뉴얼”, 2001
윤찬영, “사회복지사업법의 변화와 민간기관의 대응과 과제”, 2004사회복지행정학회 자료집, 2004
윤찬영, “지방분권시대, 지역사회복지 변화의 전망과 대응”, 군산시 지역복지컨퍼런스 발제문, 2004
윤찬영,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평가와 요구”, 월간 복지동향 제26호,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나남출판. 2000
월간 <복지동향> 2005년 01월호(제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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