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모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한달 평균 60여 시간을 자원봉사활동에 헌신하고 있다는 한 대기업 간부직원에 대한 소개였다. 최근 신문을 펼쳐보거나 인터넷을 열어보고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기업들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사례를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 영리를 위한 목적이지 뭐’, ‘동원되는 거 아니야?’, ‘세금 내는 것 보다 나을 거야’, ‘뒤에서는 비자금 조성하고 앞에서는 사회적 책임?’ 일반시민이라면 얼핏 한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일침(一針)이다.
그러나 사회복지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또한 이래저래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표현에 서툴지만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기업 사회공헌의 의의
IMF 직후 잠시 주춤했던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 기업 사회공활동 총집행액이 7,060억원에서 2002년 1조8,65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한 개 기업당 평균 집행액 역시 36억원에서 53억원으로 증가하였다.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방식에 있어서는 ‘기부’의 방식보다는 ‘직접 프로그램 운영’ 방식이 증가하고 있다. 지원분야에 있어 환경, 교육, 장학ㆍ학술, 스포츠 등 전체 사회분야 가운데 ‘사회복지’ 분야에 지원되는 규모는, ‘기부’ 방식의 경우 2000년 5.3% 수준에서 2002년에는 15.7%로 증가하였고, 공모지원 등 ‘직접프로그램’의 경우 2000년 25.1%, 2002년 20.6% 수준으로 타 분야에 비해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표 1> 기업 사회공헌활동 집행 현황 – 생략
주요 기업에 대한 사회공헌활동의 현황조사(정진경, 2005)에 의하면, 25개 기업 중 23개 기업이 사회복지 분야를 대표 공헌활동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7개 기업은 향후에도 사회복지분야를 대표활동으로 지속하겠다는 응답을 보였다. 2004년도 133개 기업의 기부금 지원 현황에서도 사회복지분야는 37%로 가장 높은 지원분야였다(한동우, 2005). 또한 주요 기업들에서 실시하고 있는 임직원 자원봉사활동 70% 이상이 사회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대상자와 연계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타 사회분야에 비해 기업의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지원은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다양한 형태의 기업재단을 통해 수많은 사회복지시설과 기관의 하드웨어(시설개보수, 장비지원, 자동차지원 등)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전문적ㆍ시험적 사회복지 프로그램 지원, 학술행사에 대한 지원, 사회복지사의 전문성 향상과 소진예방에 대한 지원 등 부족한 사회복지분야의 재원에 중요한 재정적 출처가 되고 있다.
둘째, 기업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은 사회복지 분야의 커다란 인적 자원이 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청소, 식사보조, 빨래, 목욕, 시설환경개선 등의 노력봉사는 정기적인 활동을 통해 시설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사회복지시설 생활자에게 더 없이 좋은 우호방문자가 되고 있다. 나아가 기업의 자원봉사활동은 사회복지분야의 직접적인 욕구충족과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에 집중되면서 보다 더 전문화되고 발전되고 있다.
셋째, 기업의 대표 사회공헌 지원을 통해 정부의 정책이 미흡하거나 민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의 프로젝트들이 수행되면서 사회복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빈곤과 방임에 방치된 아이들을 위한 지역사회 아동 지킴이 사업, 저소득층의 일자리 지원 사업을 통한 실업극복 사업 등 사회복지의 사각지대를 앞서 발견하고 이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기업 사회공헌 방식을 통한 사회복지분야에의 지원에 대해 사회복지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마워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구석이 있다. 그것은 지원의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막연한 욕심이 아닌, 무엇인가 ‘균형’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지점이다.
사회복지와 기업 사회공헌의 균형을 위한 과제
수평적 파트너쉽의 발전
우리사회에 해결 해야할 사회복지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사회복지는 ‘자원 동원’이 사회복지의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일 정도로 외부 환경에 의존해야 한다. 새로운 사회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지원을 중단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자원을 전환할 수도 없다. 이러한 사회복지의 특징이 기업과 사회복지분야의 관계를 공급의 주체와 수혜의 대상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복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적 기능’을 수행하는 분야이다. 빈곤의 문제, 노인과 아동보호의 문제, 장애인의 문제, 가정폭력과 성폭력의 문제, 노숙자의 문제, 청소년 문제, 질병, 정신건강 등 수 많은 우리사회의 문제를 누군가가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며 이것을 담당하는 주체가 바로 사회복지인 것이다.
기업의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지원은 바로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사회복지적 활동의 동참인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 사회공헌이 사회복지 분야에 상당히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곤란하다. 미국의 경우 1972년까지 보건의료와 휴먼서비스에 최고 42%까지 집중된 기업의 자원이 1994년 ‘전략적 사회공헌’이 중심과제로 부각된 이후부터는 25%대로 감소하였다(Marx, 1998)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은 기업 조직과 수많은 임직원 및 그 가족이 몸담고 있는 보다 큰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복지분야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세를 견지하여야 할 것이며, 사회복지 분야는 기업의 지원을 기다리는 수동적 자세가 아닌 사회문제 해결과 대안 및 책임있는 주체로서 기업을 동참시킬 수 있는 능동적 자세를 견지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 밖이 아닌 기업 안에서의 균형
기업 사회공헌은 기업에 대한 윤리적ㆍ사회적 기대와 기업의 자발성에 기초한 對 사회적 활동이다. 그러나 기업에는 법적으로 부과된 사회적 책임 역시 존재한다. 예컨대, 장애인고용촉진법에 의한 300인 이상 사업장의 2% 장애인 고용 의무화 등이다. 또한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의한 퇴직 고령자의 재취업 권고조항이다.
그러나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에서조차도 이 비율은 지켜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벌금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효율과 생산성이 가장 우선인 기업운영의 원칙에서 장애인과 고령자(비록 그가 55세라도)는 비효율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사회에서 장애인은 이미 장애가 아닌 특별한 재능을 가진(different talent)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노인(old boy)은 숙련된 성실한 근로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기업’과 ‘기업의 사회공헌’이 분리되는 지점이다. 기업은 이윤추구라는 자본축적의 기능을 하는 동시에 ‘사회공헌’을 통해 정당화의 기능을 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기업 밖이 아닌 기업 안에서의 사회복지적인 법적 사회적 책임 이행을 통해 진정한 기업시민으로서의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장애인고용의무제의 이행과 다양한 방식의 고령자 고용제를 책임있게 이행하여야 한다. 둘째, 영국 등 유럽 등지에서 발전하고 있는 기업 사회공헌의 형태로 장애인들이나 저소득층이 고용되어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모기업이 이를 지원하는 동시에, 사회복지 대상자 스스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시도할 수 있다.
사회복지는 모든 국민의 권리이며 따라서 모든 국민은 사회복지의 대상자가 된다. 기업의 근로자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기업이 기업 밖 사회복지분야에 관심을 갖는 동안 기업 안 근로자들의 사회복지는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그것이 기업 사회공헌이 찾아야 하는 또 하나의 균형점이다.
기업의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많은 직원들이, 입사 2 ,3년도 되지 않아 퇴사걱정과 이직고민을 하고, 끝없이 새로운 제품과 아이템을 개발해야 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정신건강은 돌보아지지 못하고 있으며, 산업재해에 노출된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조언을 구할 방법이 막연하고, 조직내 인간관계의 갈등을 겪게 되기도 한다. 근로자의 가족 또한 그 짐을 나누어야 한다.복지분야에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팽창과 발전의 과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부에서의 근로자에 대한 복지는 여전히 ‘임금’이라는 수단에 집중되어 있다. 아동복지시설과 소년소녀가장을 지원하면서 정작 직장내 탁아시설은 부재한 현실과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발전되지 못하고 있으나 사회복지분야 중 중요한 전문분야의 하나인 ‘산업복지’(기업복지)의 시도가 필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사회복지 분야의 발전에 있어 기업은 정부 못지않은 중요한 협력자이다. 현재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공헌과 기여는 지대할 것이다. 근로자들의 피와 땀으로 얻은 기업의 재원임을 잘 알고 있다. 이를 귀하게 사용하고 값진 성과를 내는 것은 사회복지의 몫이라 생각한다. 기업 사회공헌의 참된 발전과 정당성은 외부에 대한 지원의 양적 확대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닌 기업 내부의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 이행과 함께 하는 균형에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이강현ㆍ정진경ㆍ김진영, “삼성 자원봉사활동의 10년과 미래”, 볼런티어 21, 2004
전국경제인연합회, “2003 기업ㆍ기업재단 백서”, 2002.
정진경,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현황과 주요사례 분석”, 한국비영리연구 4(1), 2005
한동우, “한국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실태”, 아름다운재단 자료집, 2005.
Marx,Jerry,D., “Corporate Strategic Philanthropy : Implications for
Social Work”, Social Work, 43(1), 1998.
월간 <복지동향> 2006년 06월호(제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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