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글] 사회복지 운동에 있어 앎과 실천을 함께 하셨던 심재호 교수님. 지난 5월, 오랜 투병으로 작고하기 전 제자들을 위해 엮으신 논문 한편을 그분의 오랜 지인인 이재완 교수님의 추모사와 함께 싣습니다. – 편집자 주
심재호 교수를 떠나보내며…
이재완
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jaewan@kongju.ac.kr
존경하는 고 심재호 선배님.
20여 년 동안 한 길을 함께한 동지이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사랑하는 사람을 끝내 먼 길을 보내야 하는 천붕지통의 심정을 가눌길 없습니다.
천상으로 가시는 날, 내리는 봄비는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그 안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애통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는 듯 합니다.
병상에 계신지 수개월 동안 문병을 온 사람들에게 오히려 힘과 용기를 주셨던 선배님. 당신에 대한 걱정과 위로를 우리에게 되돌려 주면서 죽음 앞에서 당당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힘든 항암치료에 머리카락 한 올까지 빠지고 육신은 쇠하였지만 잔잔한 미소로 반겨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걸어서 병원을 나가겠노라”고 말입니다. 그 말씀이 아직도 귓전에 울리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시니 믿기지 않습니다.
심재호 교수님.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사시면서 당신이 남겨 놓으신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학문의 세계에서 진정 앎과 실천을 함께 하셨습니다.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의 창립 발기인과 이사로 활동하면서 지역복지실천운동의 터전을 만들지 않으셨습니까. 특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특유의 친근함과 따뜻함으로 위원회 활동의 온기를 불어넣으셨던 선배님.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활동을 통해 시민과 함께 하는 복지운동의 이론과 실천 모델을 제시하고 복지만두레로 꽃을 피우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충남사회복지사협회를 창립하여 기초를 놓으셨고,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금처럼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헌신과 봉사를 마다하지 않으셨지요. 지역사회복지시설․기관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은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저를 항상 부끄럽게 하였습니다.
불모지와 같았던 충청지역의 복지운동의 씨앗을 뿌리셨습니다. 대학 강단과 실천현장의 간극을 추호도 인정하지 않으시고 몸과 마음은 세상 한복판에 두셨습니다. 모두 다 살맛나는 참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사회복지실천현장으로 달려가셨습니다. 당신은 진정 사회복지사의 참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학문의 입구에서 일체 주저하지 않으시고 참 용기를 보여주셨습니다. 당신이 남겨놓으신 많은 글들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살아서 지역복지실천활동의 지침서가 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전달체계, 주민참여, 지역복지네트워크 그리고 사회복지시설종사자의 노동조건과 처우에 관하여 당신은 학문적․실천적 노력을 하셨습니다. 왜 그리 당신의 빈자리가 더욱 큰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 세상으로 가시면서까지 인간사랑, 복지사랑을 동료와 제자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주시고 가시는 당신의 깊은 배려에 뒤늦게나마 세상은 당신을 그리워했습니다. 육신은 고통으로 사셨지만 영혼만은 보석처럼 맑고 깃털처럼 가벼웠던 선배님… 영혼의 껍데기인 찟겨진 육신의 고통에 검은 그림자를 걷어내시고 진정 평안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모든 것들이 세월이 지나면 망각속으로 묻혀지지만 심재호 교수에 대한 추모의 정은 사랑하는 남편, 아빠, 동료, 선후배 그리고 사회복지사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끝으로 큰 슬픔을 당하신 가족과 친지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마음과 몸으로 심재호 교수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당신이 제자들을 위해 몇 편의 논문을 엮어 만든 책의 머리말 말미에 남겨놓으신 글을 다시 상기합니다.
‘하나님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부족하지만 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늘 사랑으로 길러주시고 보살펴 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부족함 많은 남편 곁에서 힘이 되어주었던 아내, 그대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아들 현보와 규보, 너희들은 내 삶의 기쁨이자 희망임을 이제야 고백한다. 저자를 가르치고 부족함을 일깨워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함께 한 사회복지학계와 현장의 선후배, 동역자들과 제자 여러분들의 앞날에 늘 아름다운 일만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삼가 머리 숙여 심재호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6년 06월호(제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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