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연금제도정상화를위한연대회의 정책위원,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정치권에서 연금개혁 문제는 애물단지다. 노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개혁을 해야 하지만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합의를 이루기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혹 매듭을 지었다하더라도 그들 중 누군가의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속 방치해 두고만 있을 수 없기에 무엇보다 합의에 이르는 절차를 서로 합의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원칙과 기본방향부터 공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본’을 지켜가는 것만으로도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을 넘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을 높이는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은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후소득보장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기초연금이 65세이상 전체노인의 60%(약 300만명)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월액의 5%(83,640원)를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도입으로 변질되어 보편성과 적절성이 모두 훼손되었다. 개정된 국민연금법은 법안처리 절차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결과를 보였는데, 현행 소득대체율을 60%(40년가입 기준)에서 40%(동 기준, 2028년 이후)로 급격히 낮추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성과가 기금고갈 시점을 13년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니 더욱 허탈해진다는 말도 이해가 간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따지는데 있어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느냐 하는데 있어야 할 것이다. 올해 연금개혁이 ‘개악’으로 비판받는 이유는 그와 같은 목적을 재정안정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희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후소득보장의 보편성과 적절성이 핵심적인 판단의 준거가 될 것이고, 최근에 쟁점으로 부상한 국민연금기금운용 지배구조 개선을 부차적인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보편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 해소와 적용대상 확대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인데, 기초노령연금제를 명실상부한 기초연금제로 전환하는 것이 최상일 것이다.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친 급여수준이 적어도 기존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상일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을 실현가능하게 하는 지렛대는 기초연금에 대한 국가책임을 확대하는 것과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것인데, 선거 국면에서 후자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기금운용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해서는 진일보한 그리고 예각화된 문제인식이 필요하다. 지금의 국민연금은 과거와 달라 적립금 규모가 200조원을 넘어 GDP의 20% 수준에 달하는 ‘보이는 큰손’이다. 기금운용은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의 세 원칙에 따라 해야 하지만 경제부처의 영향력이 관철되는 지배구조에 의해 수익성을 강조하는 투자방향이 관행처럼 행해졌다. 그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져 가는 적립금을 기반으로 과년도의 기금운용을 수리적으로 더해가는 점증주의적인 접근이 자리를 잡았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기금운용위원회 개편안은 이러한 배경에 기초해 있다. 국민연금의 달라진 위상에 걸맞는 조직의 권한을 재배치하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합의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와 기금운용 관리감독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금운용에 있어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시키고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기금관리감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설기구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상을 토대로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해 보자.
하지만 올해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은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후소득보장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기초연금이 65세이상 전체노인의 60%(약 300만명)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월액의 5%(83,640원)를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도입으로 변질되어 보편성과 적절성이 모두 훼손되었다. 개정된 국민연금법은 법안처리 절차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결과를 보였는데, 현행 소득대체율을 60%(40년가입 기준)에서 40%(동 기준, 2028년 이후)로 급격히 낮추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성과가 기금고갈 시점을 13년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니 더욱 허탈해진다는 말도 이해가 간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따지는데 있어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느냐 하는데 있어야 할 것이다. 올해 연금개혁이 ‘개악’으로 비판받는 이유는 그와 같은 목적을 재정안정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희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후소득보장의 보편성과 적절성이 핵심적인 판단의 준거가 될 것이고, 최근에 쟁점으로 부상한 국민연금기금운용 지배구조 개선을 부차적인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보편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 해소와 적용대상 확대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인데, 기초노령연금제를 명실상부한 기초연금제로 전환하는 것이 최상일 것이다.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친 급여수준이 적어도 기존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상일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을 실현가능하게 하는 지렛대는 기초연금에 대한 국가책임을 확대하는 것과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것인데, 선거 국면에서 후자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기금운용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해서는 진일보한 그리고 예각화된 문제인식이 필요하다. 지금의 국민연금은 과거와 달라 적립금 규모가 200조원을 넘어 GDP의 20% 수준에 달하는 ‘보이는 큰손’이다. 기금운용은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의 세 원칙에 따라 해야 하지만 경제부처의 영향력이 관철되는 지배구조에 의해 수익성을 강조하는 투자방향이 관행처럼 행해졌다. 그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져 가는 적립금을 기반으로 과년도의 기금운용을 수리적으로 더해가는 점증주의적인 접근이 자리를 잡았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기금운용위원회 개편안은 이러한 배경에 기초해 있다. 국민연금의 달라진 위상에 걸맞는 조직의 권한을 재배치하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합의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와 기금운용 관리감독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금운용에 있어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시키고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기금관리감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설기구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상을 토대로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해 보자.
<표 1> 노후소득보장에 관한 후보들의 공약
보편적 기초연금제 도입에 관해서는 이인제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찬성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를 기초연금제와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현 기초노령연금제의 ‘단계적 상향 조정’이 실질적인 기초연금제로의 단계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실질적인 기초연금제가 되기 위해서는 이인제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 공약과 같이 적용대상을 전체노인의 8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급여수준이 국민연금 급여수준(2028년 이후 40년가입 기준 소득대체율 40%)과 합쳤을 경우 적어도 60% 수준이 되어야 하는 적절성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분야 공약의 총론이 맞춤형 복지와 복지지출의 효율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른 후보들의 ‘적용대상 80% + 급여수준 10%’ 는 이명박 후보에게는 최대한이 될 공산이 클 것이다.
정동영, 권영길, 문국현 후보가 이런 점에서 서로 비슷한 공약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제도 안착화의 시급성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문국현 후보는 급여수준 개선에 관한 시점 또는 경과기간을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제외하면, 정동영 후보는 기초노령연금의 급여수준을 2028년부터 10%로 상향하겠다고 한데 반해 권영길 후보는 단계적으로 급여수준을 상향조정하여 2028년까지 15% 수준에 도달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정동영 후보의 공약을 노후소득보장의 적절성 측면에서 본다면, 개정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이 2028년까지 40%를 향해 해마다 0.5%p 하향조정되고 있을 때 기초연금제로의 전환은 2028년까지 정체시키고 있는 조건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권영길 후보의 공약을 본다면, 개정 국민연금법에 의해 2028년까지 해마다 소득대체율이 0.5%p 하향 조정되고 있을 때 기초노령연금의 급여수준은 2028년까지 해마다 1%p 상향조정되어 결국 노후소득보장의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이 0.5%p씩 개선되도록 안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연금개혁의 실(失)을 극복하려는 공약의 명확성은 권영길 후보로부터 발견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해서는 권영길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정부, 특히 경제부처의 영향력이 관철될 수 있는 현행 지배구조를 보다 강화하는 방식으로의 개편을 찬성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은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된 민간위원회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산운용기능을 전담할 민간위원회를 독립시키고, 기금운용계획의 심의․의결권은 복지부 산하의 연금심의위원회가 갖도록 하고 있다. 얼핏보면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화․상설화를 주장하는 시민사회진영의 요구와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동안 가입자를 대표하던 위원들을 기금운용의 ‘비전문가’로 취급하여 민간위원회 위원 모두를 금융전문가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금운용위원장만 추천하도록 하여 정부에 의한 지배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가입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철저히 차단시킴으로써 기금운영의 3원칙 중 공공성을 배제하고 수익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독립성’을 강화한 것이다. 기금운용에서 수익성 원칙을 강조하게 되면, 민간위원회는 채권 위주의 안전 지향적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주식과 대체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향이 될 것이 뻔하다. 이로써 경제부처(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민간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공사를 통해 수익성 강화를 목표로 한 자산운용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반면 그 책임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연기금을 재정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민주주의라는 대원칙 아래에서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금제도와 기금운용에 대해서 전문성을 덜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입자 대표와 소비자 및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들이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그런 대원칙을 제도운영에 담고자 했기 때문이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제도운영과 기금운용에 대한 참여와 이해를 넓히는 한편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기금운용으로부터 국민연금을 독립시킴으로서 기금운용위원회를 사회적 합의구조의 틀로 안착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은 그런 정치적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그 동안의 성과를 후퇴시키는 대신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충분히 익지 않은 열매 대신 투자수익이라는 벼랑 끝 산삼을 바라보게 하는 시장적 위험에 노출시키는 시도이다. 노후소득보장의 최종 보증자인 정부책임은 줄이고 수익성을 강조하면 안정성과 공공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더구나 기금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그 위험의 파고 또한 거대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과 책임을 나눠가질 수 있는 사회적 합의구조를 통해 수익성 원칙이 안정성과 공공성 원칙에 의해 견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권영길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이런 방식을 찬성하고 있다.
월간 <복지동향> 2007년 12월호(제110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