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10-02   954

[동향 4] 2008년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라고?

2008년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라고?




김창보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라고 한다. 작년 연말 2008년 건강보험 재정을 전망할 때는 2천억원 가량 적자가 날 것이라고 하더니 지금에 와서는 올해 연말 최소한 1조원 이상의 당기수지 흑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라는 것보다 ‘흑자‘라니 일단 안심이다. 만일 적자였다면 정부와 언론은 마치 대단히 큰 일이라도 난 양 호들갑을 떨면서 건강보험 급여확대가 잘못되어서 그렇다는 둥,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둥 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터인데, ’흑자‘라고 하니 이런 호들갑을 안 볼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건강보험 재정은 왜, 얼마나 흑자가 생긴 것일까? 또 이런 흑자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이 글은 이런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는데 목적을 두고자 한다.



2008년 건강보험 재정, 얼마나 흑자가 생긴 것일까?



올해 6월말까지의 건강보험 재정을 바탕으로 올해 연말 재정을 추계해 보면 대략 1조 3천억원 가량의 흑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 누적수지는 2조 1천억원이 넘는다.



이는 올해 연말이 건강보험이 단일보험자로 출범한 2001년 이후 가장 재정상황이 좋은 상황이 되는 말이 된다. 물론 당기수지로 볼 때는 2004년에 2조원 이상, 그리고 2003년에 1조 5천억원에 가까운 흑자가 발생한 이후 세 번째 규모라고 할 수 있지만, 누적수지로 볼 때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흑자를 보유한 상황이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1개월에 2조원을 넘었기 때문에 누적흑자액은 1개월분에 해당한다며 그 의미를 축소시키려 하지만, 건강보험 역사상 가장 재정상황이 좋은 때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한편, 앞의 표를 참고해 보면 2003년 이후로 올해까지 6년 동안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가 난 때는 2007년 2,847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던 것을 제외한다면 단 한차례도 없었다. 더욱이 그 정도의 적자는 건강보험 총재정의 1%보다 약간 많은 정도라서 걱정할 정도도 되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이 위태롭다며 엄살을 떨었다. 적자일 때는 적자라고 엄살을 떨더니 이렇게 건강보험 재정상황이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적자’가 발생할까봐 앞선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니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수준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노력에 소극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1조원 이상의 흑자가 발생한 이유는?



이렇듯 건강보험 흑자가 발생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건강보험 보장성의 후퇴인데, 올해부터 입원환자의 식대 본인부담률이 20%에서 50%로 크게 인상되었으며, 6세 미만 아동의 입원 본인부담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둘째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국민들이 의료이용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보험 보장성이 후퇴하여 국민의 부담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보험료 인상을 감당하였기 때문에 흑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08년 1조원 이상의 흑자와 2조원 가량의 누적흑자는 모두 국민이 어려움을 감내한 것이며 따라서 국민들에게 건강보험 혜택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건강보험 흑자를 보장성 개선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지난 2004년말, 건강보험 당기수지 흑자만 2조원이 넘는 금액이 발생하면서 2005년에 1조 5천억원 규모의 급여확대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05년부터는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의 본인부담률을 10% 인하하는 등 건강보험 역사상 최대규모의 건강보험 급여확대가 이루어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어야 한다. 2009년의 건강보험 수가 및 보험료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1조원 규모 이상의 급여확대를 추진할 것을 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되돌려 주기 위한 구체적인 뜻이 전달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보장성 개선에서는 국민적 요구에 맞추어 고액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고 치과 건강보험 확대에 목적을 둘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6개월에 200만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를 대폭 개선하여 고액환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연간 200만원으로 상한선을 낮추고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하여 소득계층별로 차등적인 상한선을 설정하여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입원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병실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해야 한다. 상급병실료에 대한 건강보험 확대는 지난 2005년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미 약속한 바 있으나,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6년을 기준으로 할 때 입원환자의 비급여 비용을 100이라고 할 때 병실료 부담은 23.3%나 되었다. 이는 특히 오랜 기간 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고액중증환자들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특징이 있으므로 2009년 안에 상급병실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확대 방안을 세부적으로 결정하여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치과의 경우 스켈링과 같은 예방서비스, 노인틀니 등에 대해 그동안 국민적 요구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급여확대를 늦추어 온 만큼, 이번에는 세부적인 결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직 정확한 수요예측과 지출액이 예상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 단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도입해서라도 이번에 치과 건강보험 확대를 이룰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사용과 국민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과제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향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에 관한 계획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선택진료제에 대한 해결과 아동청소년에 대한 치과주치의 도입 등이 이에 해당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2011년 해결을 목표로 하는 중기적 과제로 설정하면서 단계적으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논의되어야 한다.



건강보험 흑자의 소중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재정은 2005년 이래로 안정된 기조로 운영되고 있다. 2007년 소폭의 당기수지 적자를 제외하면 당기수지 흑자는 물론이며, 누적수지 흑자액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 연말이 되면 건강보험 역사상 최대규모의 누적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이런 흑자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허약한 보장수준을 개선하여 국민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고액중증환자에게 혜택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건강보험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따라서 보다 구체적이고 과감한 방향에서 건강보험 보장수준의 개선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국민들도 건강보험의 혜택이 확대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며, 보험료 인상에 대한 동의도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초 다큐멘터리 ‘식코’가 전국적으로 상영되면서 국민들은 민간의료보험이 아닌 국민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의료보장제도가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더군다나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건강보험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확대는 환영받을 일임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건강보험 급여확대를 하자고 하면 ‘건보 재정이 적자로 빠질까봐 두렵다’는 분위기가 있다. 이들은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이던 시절에는 ‘적자’를 이유로 급여확대에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흑자’인데도 ‘적자가 될까봐’ 급여확대에 또 다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국민이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이 사용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건강보험 보장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정부가 설명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이미 이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느끼게 하라는 점이다. 보험료율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낮다고만 불평하지 말고 국민들이 건강보험의 혜택과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건강보험 확대를 과감히 추진하면서 국민을 설득해야만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건강보험 역사상 2조원이 넘는 최대 흑자상태가 지금이다. 이런 기회는 자주올 수 없는 기회이다. 지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08년 10월호(제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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