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5-01   1230

[대안모색]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강남훈(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가. 기본소득이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다. 기본소득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전체 사회 구성원에게 지급된다. 기본소득을 받기 위해서 실업자이거나 장애인이거나 노인일 필요가 없다. 기본소득은 기존의 연금, 실업급여, 노인기초생활보호 등의 현금 지급 제도를 대체한다. 그러나 의료보험, 장애인 보조금, 환자요양보험 등 보통 사람 이상으로 특별한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부분은 없어지지 않고 유지 확대된다.
기본소득 논의는 2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오늘날에는 유럽, 그 중에서도 독일어권 나라들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기본소득을 강령으로 채택하고 있는 아탁(ATTAC) 독일지부 및 좌파당 내 ‘연방노동공동체 기본소득’ 그룹 등 진보적인 운동단체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기본소득 운동단체들은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라는 기구를 만들었는데, 현재 16개국에 BIEN 지부가 있다.
현재 기본소득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나라로서는 브라질을 들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룰라가 2003년 1기 집권과 함께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빈곤층 생계수당지급 프로그램) 정책을 실시하였는데, 올해 전체 국민의 약 4분의 1이 기본소득을 지급받고 있으며 내년부터 모든 국민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미국의 알래스카 주에서도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알래스카 영구 기금(Alaska Permanent Fund)을 만들어서 주민들에게 배당(dividend)이라는 이름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2008년에서 1인당 연 3,269 달러를 지급하였다.


나. 기본소득의 재정적 가능성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가장 먼저 재정적인 가능성이 문제가 된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하고, 그만큼의 돈을 세금으로 거둘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19세 이하에게 연 300만원, 39세 이하에게 연 400만원, 54세 이하 연 500만원, 55세 이상 연 600만원을 지급하면, 기본소득 지급에 필요한 총예산은 215조원이 된다. 여기에 기본소득 제도에서 당연하게 전제하고 있는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합치면 연 240조원 정도가 필요하게 된다.
이 규모만 보면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하더라도, 총국민부담율은 40-45% 정도로 북유럽 복지국가 수준에 다소 미달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미 지출되고 있는 각종 연금 등 현금지급형 사회보장비에서 70조를 충당하고, 증권양도세 신설 35조, 이자 및 배당세율 인상 18조, 토지세 통합 25조, 탈루소득 포착 20조, 환경세 통합 10조, 부가가치세 세율인상 35조, 기본소득세 신설 30조, 기타 7조 정도를 마련하면 250조 정도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조세 체계는 필요재원의 75%를 불로소득에서 충당하고 나머지 25%를 근로소득에서 충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재원을 마련하면 전체의 90% 정도의 사람들은 기본소득 제도 도입으로 인해서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게 된다.
어떤 경우에든 기본소득의 재정적 가능성을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브라질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재원이 마련되는 범위 내에서 아주 적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사회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서 기본소득을 확대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도 재원이 마련되는 만큼 적게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위에서 제시한 금액의 1/2이나 2/3 정도에서도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다.
 

다. 기본소득의 효과


기본소득은 우리나라 사회 경제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왕국이고 2003-4년 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에 1,000명씩 1분 30초당 1명씩 자살시도 하였다.(뉴스타운, 2005.01.07.)  이 중 30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이 30명은 OECD 평균의 2배이다. 이 중 절반은 빚(경제적 문제)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였다고 한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경제적인 이유로 자살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고,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자살율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출산율 저하도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OECD 국가 최하위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어서 이미 사회 경제적으로 엄청난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과도한 양육비, 교육비와 과도한 경쟁 등을 들 수 있다. 기본소득이 양육비와 교육비의 대부분을 충당할 정도이면서 태어나기만 하면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된다는 것을 부모들이 확신하게 되면 출산율 감소를 결정적으로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비정규직 문제도 우리 경제의 난제 중의 하나이다. 비정규직 현상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노동시장에서 공급이 많다는 것이다. 그 동안 연금의 일부를 정규직이 부담한다든지, 정규직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서 비정규직의 상태를 개선시키자는 운동 등이 전개되었지만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실패의 근본 원인은 비정규직의 개선이 정규직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제시된 기본소득은 거의 대부분의 정규직의 희생 없이 비정규직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이다.
우리 나라의 자영업자는 600만명 정도로 그 비중이 OECD에서 가장 높다. 이들은 국민연금, 실업수당 등 각종 사회 보장에서 제외되어 있고 실패하였을 때, 부채에 시달리다가 감옥에 가거나 노숙자가 되거나 자살을 하게 된다. 기본소득이 제공되면 무모하게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의 수가 크게 감소할 것이고, 자영업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전체 가구주의 빈곤률은 15.1%이지만 노인 가구주의 빈곤율률 40.1%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노인 자살률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연금이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



라. 정치적 가능성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할지라도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 글에서 제시된 기본소득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증세에 동의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때 종부세를 도입하여 조세부담률을 1-2% 정도 높였을 때 부자들의 강력한 저항을 맛보았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때의 종부세는 수혜자는 잘 못 느끼지고 담세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세금이지만,  기본소득은 국민 대부분이 분명한 수혜자라고 느낄 수 있는 세금이다. 극소수 불로소득을 제외하고는 모든 계층에게 혜택을 준다. 기본소득의 혜택은 일정한 액수의 돈이기 때문에 누구나 분명히 계산할 수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기본소득은 조세부담률이 급진적으로 높아지더라도 얼마든지 도입될 수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재정적으로 가능하고, 정치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현실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가능성을 현실성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세력을 모아야 하고, 극소수 불로소득자들의 저항과 극소수 불로소득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여 대중을 급진화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집권을 위해서는 진보세력을 통합시키는 리더쉽과 대중들을 급진화시킬 수 있는 집권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5월호(제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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