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9-01   1658

[심층분석3]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한국 복지국가, 그 관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한국 복지국가,
그 관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1.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한국의 복지국가

 

 

복지국가에 있어 국민기본선(national minimum)의 충족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일찍이 미쉬라(Mishra)가 완전고용, 보편주의적 복지서비스 실현 등과 함께 복지국가의 3대 요소로 말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소위 국민기본선을 확보하는 데에 가장 충실한 전략으로서 도입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였는가가 이 법 제정 10년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복지국가로서의 면모를 논하는데 있어서도 기초법을 통해 얼마만큼 국민기본선 달성이 있었느냐도 관건이 아닐 수 없다.

 

기초법의 제정 당시만해도 기초법의 정신과 원리를 보았을 때 그간 한국의 국민기본선 달성의 미진함을 극복할 수 있으리란 성급한 전망이 존재하였었다. 연령이나 부양의무자 유무와 같은 인위적인 수급제약 조건을 철폐하고 소득과 재산을 합산하여 최저생계비를 충족하지 못하면 보충급여의 형태로 최저생계비를 국가로부터 권리의 하나로 조달받는다는 취지는 그 자체로는 충분히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제도의 실행을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정부의 지침이 구체화되면서 재산의 소득인정액으로의 환산율, 반영재산의 구성, 부양의무자의 범주와 그들 소득의 반영정도, 교육급여․의료급여 지출액의 전가구에 대한 반영여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된 최저생계비 수준, 가구특성별․지역특성별 최저생계비의 차별적 산출여부 등등 구체적인 실행단계의 적용기준을 정하는 단계를 하나씩 거치며 벽이 쌓이게 되었고, 이른바 8개의 관문(?)을 통과해야만 수급권자가 될 수있다는 자조적인 힐난이 이어지게 되었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2000년 10월 마침내 기초법에 의한 제도의 시행이 이루어지면서 수급권자가 이전의 160만명에서 152만명으로 오히려 줄어든 사실이다. 수급자 선정기준의 획기적 완화에 따른 수급자의 대폭 증가를 당연히 기대했던 기초법 추진단체들의 망연함은 이후 지속적인 기초법 개정운동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빈곤의 함정이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리사회의 우려와 경제관료들의 예산상의 저항은 강고하여 돌이켜보면 기초법으로 국민기본선을 확보할 수있으리란 초기의 기대감은 이 시간까지도 여전히 미충족의 영역이 되어있다.

 

2. 현재 국민기본선의 확보 현황과 소득보장체계

 

 

기초법이 우리사회의 국민기본선을 확보하는 기제로서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은 현재 사각지대에 놓은 빈곤층의 대규모 존재로 입증된다. 2009. 3.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소득과 재산 모두 수급권자 기준에 맞지 않지만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초과되어 탈락된 자가 60만 가구, 100만명에 이르며 소득으로는 기준이하지만 주거용 부동산, 승합자, 금융자산 등이 기준을 넘어 수급권자가 될 수 없는 이들이 110만 가구, 240만명이며, 전형적인 차상위계층으로도 30만가구, 70만명이 존재한다. 따라서 모두 210만 가구, 410만명이 그 사각지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같은 사각지대도 접근법에 따라서는 다르게 표현된다. 강신욱․이현주(2008)는 현재 200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복지패널」2차년도 자료를 통해 추적한 결과, 우리사회 내의 빈곤가구율은 10.6%이며, 기초생활보장제와 고용보험가입자 2.9%를 제외하면 7.8%의 사각지대 빈곤층이 존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나아가 경제위기가 IMF 때와 같은 강도로 진행된다면, 빈곤가구율은 20.9%, 사각지대는 17.0%까지 늘어난다는 예측도 하고 있다.

 

이러한 사각지대 빈곤층의 존재는 현재와 같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인구의 3% 내외에 국한하여 그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임을 말해주고 있으며, 차제에 빈곤계층에 대한 더 적극적인 제도가 입체적으로 전개되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포함하여 소득보장체계 전반을 확인해 보자면 아래 <표 1>과 같이 현재 다양한 제도가 작동하고는 있다. 빈곤층 일반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지원제도가, 노인들의 70%까지는 기초노령연금을, 빈곤중증장애인을 위해서는 장애수당, 장애아부양수당이, 빈곤가정이나 요보호아동의 아동양육을 위해서는 아동양육비 및 아동발달계좌, 그리고 영유아보육료 지원 등의 제도가 있다.

 

그러고 보면 빈곤계층을 표적집단으로 하여 자산조사를 거치는 급여와는 달리 데모그란트(demogrant) 성격의 급여는 사회보험 상의 급여를 제외하면, 입양장애아동양육수당, 입양아동양육수당, 장애아무상보육 정도에만 그치고 있으며 지원대상이나 급여수준도 높지 않아 매우 미약한 소득보장체계에 그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표 1> 한국의 소득보장제도의 운영 현황(2009년 기준)

 

 


분류


대상


기준


수준


급여자 규모


성격


제도명


소득


소득외


현금


직접지원


기초생활보장


빈곤선이하 생활자


최저생계비이하


부양의무자등


-생계급여 1인당 178천원


-1,586천명


긴급지원제도


위기가구



-건당 678천원


-42천건


기초노령연금


노인인구의 70%


일정소득기준선 이하


일정재산기준존재


-월 87천원


-3,635천명(전체노인인구의 70%)


장애수당


저소득장애인


차상위 이하


중증 및 경증장애


-130천원(기초중증)~30천원(차상위경증)


-491,484명


장애아동부양수당


저소득장애인


차상위 이하


중증 및 경증장애아


-200천원(기초중증)~100천원(차상위경증)


-17,590천원


아동양육비


저소득모․부자가정


저소득가정


배우자부재 등


-고교수업료 및 입학


-42,064명


-양육비 100천원


-48,256명


아동발달계좌지원


요보호아동



요보호아동


-1인당 30천원


-26,120명


입양장애아동양육지원


장애아동입양



장애아동


-양육보조수당 551천원


-186명


입양아동양육지원


입양가정



13세미만


-100천원


-6,276명


보육료지원


5세미만아동보육가정


도시근로자가구소득100%이하



-무상(소득하위 50%)~보육료20%지원


-739천명


만5세아


도시근로자가구소득100%이하


만5세아


-무상(173천원)


-136천명


장애아


무상보육



12세이하의 취학전 장애아


-739천원(인건비미지원시설)~386천원(지원시설)


-16천명


두자녀이상보육료


도시근로자가구소득100%이하


만4세이하 두자녀이상시설이용


지원단가의 50%


; 193천원(0세)~4세 86,500원


-100천명


보육시설미이용아동지원


차상위계층이하


0~1세아동


-100천원


-110천명


국민연금


전국민



가입자일반


보험료연동


특수직역연금


군인,공무원, 교원



가입자일반


보험료연동


산재보험


근로계층 일부



가입자일반


보험료연동


고용보험


근로계층



가입자일반


보험료연동


현물


건강보험


전국민



가입자일반



의료급여

 

빈민

 

최저생계비이하

 

부양의무자기준등

 

 

-1,692천명

 

 

출처 : 2009년 보건복지부예산자료.

 

이러한 소득보장체계의 부실함을 간직하는 한 한국사회복지시스템은 매우 불안한 구조를 갖게 되며, 특히 산업사회의 특징인 고용기회의 지속적 창출이란 경제구조의 특성이 사라지고 고용없는 성장, 비정규직 노동의 양산, 평생직장체제의 붕괴 등이 동반되는 탈산업사회 하에서 이러한 소득보장체계의 허점은 단순히 빈곤계층에 대한 타격만이 아니라 폭넓은 중산계층 대중에게도 잠재적인 불안정층으로서 살게 만들게 됨으로써 한국 복지국가의 진행에 어두운 미래를 던져줄 뿐이다. 따라서 국민기본선의 안정적 확보, 나아가 전국민계층의 생활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대안적 모색을 전면적으로 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하겠다.

 

 

 

3. 한국소득보장체계의 대안모색 – 한국복지국가의 미래

 

 

<그림 1> 종합적인 정책구도 (생략)

 

 

 


 


 

 


출처 : 이태수, 문진영, 허선, 남기철, 이진석, “경제위기하의 사회복지정책”, 『경제위기하의 복지․고용정책대안찾기』, 참여연대, 2009. 4.

 

 

한국 복지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소득보장체계를 견실히하여 국민기본선의 확보는 물론 안정적 소득확보를 위해서는 좀 더 정합적이고 유기적이며 포괄적인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는데, 시론적(試論的)으로 <그림 1>과 같이 구도를 제시하여 본다.

 

우선 1차적인 방어막으로는
① 고용보험의 확대
②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
등 두가지 정책을 들 수 있으며 이는 가장 기본적인 대응책의 의미를 가진다.

 

다음으로 이에 의해 포괄되기 어려운 위기집단을 위해 2차 방어막으로서
③ 실업부조의 도입
④ 개인파산제 개선
⑤ 사회서비스의 확대 등의 정책
등을 통해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략할 것을 예방하거나 억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으로 직접적인 소득보전이나 간접적인 생활지원이 유의미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일자리를 통한 소득확보가 이루어져야한다는 측면에서 일자리정책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으며,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이 일자리를 좀 더 용이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인 방어막으로서
⑥ 경제 활성화를 통한 시장에서의 일자리 창출
⑦ 사회적 일자리 창출
⑧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등의 방식들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특히 ⑦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은 ⑤의 사회서비스 확대와 맞물려 있으며, 양자는 서로 선순환적으로 구사되어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사회복지서비스제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 미래에 대한 투자의 핵심을 이루기도 한다.

 

이를 좀 더 부연설명해보자. 가장 기본적으로 고용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도가 1차적 방어막이 되어야 한다. 현재 고용보험의 적용 대상과 급여기간, 급여액을 실질화하여 적어도 근로자로서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근로중단상태가 오면 의미있는 기간동안 실업급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로 전락되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발동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재산이 조금 있다는 이유로, 생계용도임에도 자동차가 있어서, 아니면 부양의무자가 있고 그네들이 부양비를 주고 있을 것이라 ‘간주’하여서, 그것도 아니면 부양의무자가구와 소득을 합산해보니 최저생계비의 130%가 넘어서….. 등등 별의별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상의 일곱가지 급여 중 하나도 받지 못한 채 거대한 규모의 빈곤층이 방치되는 현실이 존속되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2차방어막이 만들어져야하는데, 이는 실업부조의 도입와 개인파산제의 개선, 사회서비스의 확대 등이 핵심이다. 고용보험상의 급여기간이 끝난 장기실직자, 아예 고용보험대상이 되지 않는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청년실업자를 위해 적극적인 고용알선이 결부된 실업부조제도가 필요하다. 아직도 파산자를 구제하기에는 한계투성이의 개인파산제를 현실화하는 것 역시 중요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진정 강조할 부분이 바로 사회서비스의 확대인데, 이는 한국의 복지국가 구축을 위해서는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빈곤, 실직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며,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득보전 효과가 있는 정책분야이다.

 

특히 복지국가의 핵심인 보편적인 복지서비스의 실현을 통해 지역사회 안에 고용과 복지, 학습을 연계시켜주는 공공인력이 배치되어 활동하고, 초중고교에 절대 부족한 교사가 늘어나며, 학교 안에도 사회복지사, 상담전문가, 심리치료사들이 배치되어 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갖추어진다. 지역방문간호사가 가가호호 방문하여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주기적으로 체크해주며, 가정에서 돌볼 여건이 되지 못할 경우 가정에 가정복지사가 파견되어 아이의 양육과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해 준다. 또한 노인과 장애인의 수발을 위해서 요양서비스 및 수발서비스가 제공된다…… 등등의 안정적 사회상이 구가된다.

 

마지막으로 결국 건강한 일자리가 우리 사회 자체에서 생성되어 자립생활의 안정적 기반이 만들어지는 3차방어막이 중요하다. 이제 일자리는 시장만이 아니라 공공부문에서, 그리고 공익적 성격을 갖는 앞에서의 사회서비스부문에서 인위적으로 생성되어야 한다. 바로 앞에서 말한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실현과정에서 수많은 전문인력과 준전문인력이 공공서비스 인력으로 투입되고 이들이 고용확대와 서비스확대의 주역이 될 것이다.

 

물론 현재 소득보장체계의 혁신적인 대안으로 기본소득제(Basic Income, BI)와 같은 안이 대두되고 있다. BI 란 모든 시민에게 소득수준이나 성별과 관련 없이 개인별로 동등한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로서, 복지국가 시기 경제성장과 완전고용으로 빈곤문제가 어느정도 해결 가능했었던 때와는 달리,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이 한계에 봉착하고 완전고용이 불가능해지면서 복지국가의 기본모델로는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고 판단, 경제성장과 완전고용을 전제로 하지 않은 소득보장책으로서 주장되고 있는 대안이다. 특히 노동시장이 변화하여 실업의 증대(특히, 장기실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대에 기존 복지국가 제도들이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사회보험과 같이 장기간 기여를 전제로 한 경우 실업자,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노동자가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 제도의 의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BI는 워낙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복지제도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환하더라도 조세제도의 개혁이 함께 논의되어야만 가능하다. 일례로 민노총 산하 정책연구소에서 제시한 BI 도입안에 따르면 약 290조원의 재원 조달이 요구된다고 한다.

 

이러한 BI 발상은 매우 혁신적이기는 하나, 그 이념과 실현수단의 유효성에 있어 복잡한 고려요인들이 포함되어있다. 우선 이념적으로는 차등한 지급이 아닌 일정액의 지급이라면 절대적 빈곤이나 기본생활욕구 해소 효과는 있으나 여전히 상대적 빈곤에 따른 박탈감은 가시지 않으므로 궁극적인 형평성 확보가 어려운 상태이다. 또한 실현수단으로서의 현실적 유용성 측면에서는 더 많은 고려점들을 배태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다양한 복지제도의 의의와 효과가 부정되고 현금급여로만 대체되어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님이 명백하며, 각 나라의 경로의존성에 따라 한국적 상황에 이것이 수용가능한 지, 그리고 현재의 국가성격, 자본-노동관계, 복지정치의 지형 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과 지속가능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BI제도를 당장 한국 소득보장체계의 대안으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며, 적어도 현재의 복잡한 소득보장체계를 성격과 역할에 따라 몇가지 부류로 단순화하고, 필수적인 현물급여나 서비스급여를 도출해내면서 소득보장체계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9월호(제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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