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미
우리복지시민연합 상임활동가
닻을 올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 확보운동’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서 2008년 7월부터 기존 4대 보험(고용/산재/건강보험/국민연금)에 이어 5번째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초기부터 낮은 보장성, 수급자 확보를 위한 기관 간 과당경쟁, 열악한 요양보호사 처우 등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올바른 정착이 이후 확대될 사회서비스 제도 도입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2009년 중점사업으로 노인장기요양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제도의 공공성확보와 보장성 강화, 서비스 이용자의 삶의 질 향상, 종사자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활동을 벌여나갔다. 추가로 제도 개선사항을 파악하고 현장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2009년 7월 1일부터 노인장기요양특별위원회 산하에 노인장기요양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 상담실 운영(053-628-2596)
노인장기요양특별위원회와 노인장기요양 상담실은 2009년 한해 기획 사업으로 노인장기요양 상담원 교육 사업 2회(5월, 11월), 요양보호사 고용-산재보험 불인정과 관련된 워크숍 2회(9월, 10월), 요양기관 종사자를 위한 근로기준법 특강 1회(7월)를 실시했다. 일상 사업으로 전화 및 방문상담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대구지역 노인장기요양현장 종사자(재가장기요양기관 운영자 및 요양보호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었다.
2009년 7월1일부터 2010년 1월31일까지 접수된 노인장기요양 상담실의 상담 유형은 다음과 같다.
이용자 및 가족 | 종사자 및 기관 | ||
상담 유형 | 합 계 | 상담 유형 | 합 계 |
등급신청 및 판정과정 | 4 | 4대 보험 및 퇴직금 | 6 |
요양서비스 이용과정 | 6 | 산재 관련 | 1 |
요양기관 선정과정 | 0 | 취업문제 | 2 |
기타 | 3 | 기타 | 4 |
합 계 | 13 | 합 계 | 13 |
상담은 이용자-가족과 종사자-기관 두 부류로 나누어 접수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가족의 상담에서는 서비스 이용 및 등급판정 절차에 대한 문의가 많았고, 종사자-기관의 상담 내용은 재가 장기요양기관의 요양보호사 4대 보험 가입 여부와 취업 문제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특히 작년 7월부터 불거진 (재가)요양보호사 고용-산재보험 신청 반려 문제 상담과 신용불량/파산 상태인 요양보호사의 4대 보험 가입 문제, 요양보호사가 업무지시를 받고 이동 중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한 산재 적용 여부에 관한 상담들이 근래 다수 접수되었다.
아직 상담실 홍보 미흡으로 실제 상담 건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상담원 교육, 워크숍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상담실의 존재를 꾸준히 알려내고 있다.
상담원 모임 ‘보듬시우터’
작년 1, 2차 상담원 교육을 통해 상담원 모임이 조직되었다. 상담원 모임 ‘보듬시우터’는 요양보호사, 요양기관 운영자, 사회복지학과 학생 등 직업, 연령, 성을 넘어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하는 모임이다. 매달 한 번씩 모임을 갖고 관련 주제를 선정해 공부도 하고, 제도의 현황과 개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보듬시우터’는 상담원 모임이지만 아직 상담 활동이 중심은 아니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특위와 상담실이 벌이는 교육과 토론회, 워크숍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제도 관련 주체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제도 개선을 위해 현장에서 종사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모임으로선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다.
문제점 투성이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현주소
2009년 1월 현재 전국적으로 14,000개에 가까운 재가 장기요양기관과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62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존재한다. 대구지역에는 653개의 재가요양기관과 31,000명이 넘는 요양보호사가 있는 걸로 추산된다. 보건복지가족부와 건강보험공단이 내세우는 것처럼 양적으로는 전혀 모자람이 없는 기관과 요양보호사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종사자(기관)와 서비스 이용자들이 만족할만한 질적 수준을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최대의 머릿수 채우기 대상인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사회적 지위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발전에 여전히 어둠을 드리우는 주요 원인이다.
사회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는 사회보험 가입대상이 아니다?
작년 7월, 대구지역에서 재가요양기관에 종사하는 요양보호사들의 고용-산재보험 반려 사례가 상담실에 접수되었다. (노동부에서 보험접수업무를 위탁받은) 근로복지공단이 밝힌 사유는 1) 출·퇴근시간이 정해지지 않고, 2) 업무 중 구체적 지휘·감독이 약하며, 3) 업무지시를 거부해도 별도 제재가 없다는 것 등이었다. 이는 대구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 상황이었다. 상당수의 재가요양기관에서는 운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소속 요양보호사들의 사회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채 개인사업소득자로 등록하는 편법을 동원하는 등 현장의 혼란은 점점 더 심해지고 편법이 횡횡하고 있었다.
이 사안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 등과 전국적으로 연계하는 한편 지역에서 관련 주제로 2차례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을 통해 요양보호사 노동자성에 관한 법-제도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또한 워크숍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대구 8개 구, 군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역 요양기관들이 실제로 적용하는 근로계약서를 확보해 분석해본 결과 많은 기관들이 법 기준 이하의 근로계약을 요양보호사에게 강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워크숍 결과 요양보호사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표준근로계약서의 필요성과 관리감독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강화가 주요과제로 확인되었다.
정부 주무부처도 뒤늦게 빗발치는 문제제기와 현장 혼란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요양기관에 대한 협조 공문을 통해 사회보험 가입을 요청했다. 노동부는 11월이 넘어 뒤늦게 입장을 밝히며 요양보호사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입장은 개별사안 질의에 대한 회신일 뿐이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요양보호사 노동자성 관련 지침을 만들어 12월에 전국적으로 배포했다. 이로 인해 반년 넘게 끌어온 요양보호사의 노동자성 문제의 큰 가닥은 정리된 상태이다.
요양보호사 양성 교육, 결국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다
작년 11월 17일, 대구지방경찰청은 지역 13개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운영자 15명을 입건 조치했다. 이들은 허위 교육확인서를 발급해 6,300명이 넘는 요양보호사 교육생에게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준 대가로 16억 원이 넘는 수강료를 착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규모는 대구지역 교육기관의 1/5, 요양보호사의 1/5에 해당한다. 상당수 교육기관이 양질의 교육 수준 제공은 뒷전인 채 돈벌이에만 관심을 가짐에 따라 요양보호사의 질적 수준을 담보할 준비도 책임성도 없음을 확인해주었다.
언론에 이런 전국적 상황이 오르내리는 사이 뒤늦게 국회는 작년 12월 29일,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설립은 ‘신고제’에서 시도지사의 ‘지정제’로 전환>된다는 내용으로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로는 일정기준을 충족해야 교육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기관난립 + 인력과다배출 = 하향평준화 경쟁으로 귀결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서비스 공급기관 및 요양인력 확충을 위해 요양서비스 공급기관과 교육기관을 신고제로 설계했다. 그 결과 제도 도입 후 1년 동안 요양시설 1.4배, 재가시설 2.1배, 요양보호사는 46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초기부터 제도의 공공성을 강조한 시민사회단체의 권고를 무시하고, 서비스 제공을 민간기관에 전적으로 맡기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해 기관 설립 문턱을 턱없이 낮췄다. 그 결과 영리목적으로 뛰어드는 민간기관이 대량 발생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14,000개에 가까운 재가 장기요양기관이 범람하고 있다. 동네 구석구석마다 재가요양기관 간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전체 노인인구 중 요양서비스를 이용 가능한 비율은 4% 수준으로 15만여 명에 불과하다. 평균적 규모의 요양기관에서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려면 기관 당 30~40명의 이용자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기관 당 10.8명의 수급자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사실상 지킬 것 다 지켜가면서는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관의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손익을 맞추려다 보니 서비스이용자에 대한 본인부담금 면제가 현장에서 난무할 뿐 자유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의 환상은 신기루임이 드러났다.
보건복지가족부의 관련 대응 평가
이런 현실에 직면한 보건복지가족부는 문제의 온상으로 지목된 재가요양기관 불법 운영에 대해 엄정 대처(09년 10월1일 보도자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계몽 및 규제 강화에 착수했다. 관련 법규와 시행령을 개정해 요양보호사 자격부여에 시험제도를 도입하고 요양기관 난립을 막기 위해 설립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의 대처를 보면, 문제의 근원을 정부의 인력공급정책과 제도설계 실패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교육기관 및 요양기관의 도덕적-윤리적 문제와 민간기관들의 과잉경쟁에서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의 뿌리는 그대로 둔 채 가지만 친다고 해서 과연 근본원인이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시한 개선방안 역시 부족한 게 많아 보인다. 각종 인센티브 제도와 부실운영기관 정리 등의 방법을 내놓지만, 노인인구 중 서비스 이용범위 확대는 여전히 주춤거리고 있다.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위해 시설 및 인력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반대급부로 체인 식 대자본이 수익창출을 위한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통로를 만드는 것으로 그칠 수도 있다. 정부의 획기적인 재정지원 방안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 및 공공요양기관 설립 등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의 주요 요구에 대해선 여전히 방치하면서 땜질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관련 제도 동향
2010년 이후로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교육수료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시도지사가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은 ‘신고제’에서 시도지사의 승인을 득한 ‘지정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또한 요양기관 1곳당 현행 3명에서 20명 이상으로 소속 요양보호사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휴게실 제공과 전담 관리인력 배치 등 의무사항을 강화했다. 요양인력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무분별하게 양성된 62만 명이 넘는 요양보호사 대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들을 제도 초기의 희생자로 방치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살펴봐야 할 문제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장애인장기요양보험 2차 시범사업과 병원 내 간병서비스 공식화와 맞물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유사하고 관련성이 높은 다른 제도들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전철을 밟아 시행착오에 빠지지 않도록 준비와 도입 초기에 많은 관심과 개입이 요구된다.
우리복지시민연합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관련 사업의 향후 방향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가장 큰 문제가 시장화 그 자체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원래 제도의 도입취지는 노인성 질병으로 인한 돌봄노동의 책임이 가족에서 사회로 전환되어야 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사회보험 형식으로 제도화했다. 도입취지부터 영리추구를 위한 사기업 활동과는 다른 공공적 특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정책은 시장화 전략에 의해 설계되었다. (거의 대부분의) 도입 초기 문제들은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은 불균형, 불평등에서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해답은 공공성 강화로 풀어가야 한다.
앞으로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공공성 ․ 보장성 강화, 요양보호사의 권리 확보, 시민의 권리의식 확대, 보편적 복지권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상담원 양성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올바른 이해를 돕는 시민교육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제도개선 및 현장문제 해결을 위한 워크숍과 토론회 개최 등의 활동도 중심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적-지역적 차원에서 제도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 발표와 관련 단위와의 연대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쏟을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2월호(제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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