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사회학과
2월 말 전국은 동계올림픽의 열기에 휩싸였다. “기적의 금메달”과 “세계최고기록”은 한국을 동계올림픽 최강국으로 부상시켰다. 사람들은 “충격적 승리”와 “모두를 매료시킨 퍼어펙트 연기”에 감동하고 트리플 악셀, 더블 트루프 등의 전문용어를 구사할 정도로 영리해 졌다. 어떤 이들은 자상히도 선수들의 연금이 너무나 적다고 고발하였다. 한국을 동계올림픽 최강국으로 끌어올린 공헌에 비하면 그 보상이 너무나 작다는 것이다.
잠시 고개를 돌려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국제적 기록들도 갖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복지지출은 국내총생산대비 10.9%로 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낮고 노인빈곤율은 45.1% 가장 높다. 지금도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의 거리에는 많은 노인들이 폐지를 모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현재의 높은 “국격”을 가능케 하기 위해 피와 땀을 쏟은 사람들이었음을 그리고 이들이 그간의 사회적 공헌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고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1990년대 중반이후 우리사회에 등장한 복지운동은 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제안과 정책실행의 체계적 감시를 통해 복지제도의 도입과 정착을 추구하였고 나름의 성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시간은 이러한 정책제안과 감시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도 유용하지도 않음을 절감하는 시간이었다. 즉 시민운동이 국민과 정치체계 간의 소통의 통로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의 원인이 정치체계의 퇴행에 있든지 아니면 시민운동의 쇠퇴에 있든지 간에 운동성의 회복은 현단계 복지운동에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시민운동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이를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로 설득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복지운동의 새로운 방향은 대다수 사람들의 불안한 삶의 원인이 불충분한 사회적 보상에 있음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울분과 공감을 행동으로 조직하는 데 있을 것이다.
복지동향 3월호 심층분석의 주제를 “우리나라 저출산 가족 관련 정책의 전반적 추이와 평가”로 잡은 것도 이러한 문제제기와 설득의 일환이다. 우리나라의 복지논쟁에서 저출산 문제는 복지영역 외부에서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발전의 산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야 말로 복지정책의 핵심적인 문제이다. 왜냐면 저출산 문제는 사회의 부분영역이나 특정 계층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재생산과 관련되어 있고, 그 사회 복지정책의 실패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최저수준의 노인빈곤율과 최고 수준의 안정된 사회보장으로 복지최강국으로 등장하고 기초연금, 기본소득, 사회적 권리 같은 전문 용어들이 지혜로운 우리 국민들 사이에 생활용어로 회자되는 그날은 복지운동의 질기고 치열한 노력으로 가능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3월호(제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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