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4]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과 제도화 어떻게 할 것인가?- 간호, 간병인력 확충과 개인간병 부담의 사회적 해결 계기되어야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보호자없는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정책위원장
1. 왜 보호자없는 병원 인가?
이런 것을 두고 민생의제, 국민의제라고 하는 걸까?
병원내 간호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 보호자가 병원에 상주하면서 환자를 돌봐야하는 한국적 특수한 현실에 대해 모두가 한마디씩 한다.
‘긴 병에 효자없다.’ ‘환자 간병문제로 가정이 파탄났다’ ‘환자 자식과 며느리간에 간병을 서로 꺼리면서 눈치보기와 갈등이 심각하다’는 등등…
우리 주변에서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자는 주장에 대해 무릎을 치고 동의한다.
이런 국민들의 관심과 호응, 그리고 보건의료노조를 포함하여 환자, 여성, 시민단체 등이 함께 하고 있는 ‘보호자없는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등 야당들의 적극적인 노력 끝에 2010년 보호자없는병원 시범사업예산 44억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사실 44억은 애초 요구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 이지만 향후 1조원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왜냐하면 이 44억으로 어떻게 시범사업을 하고 대안을 만드느냐에 따라 지금 개인간병비용으로 매년 1조원이상 소요되는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작이 반이다. 그동안 오래동안 제도권밖에 머물러있던 개인간병문제 해결을 제도권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일단 중요한 첫 단추를 끼웠다. 어느 간병단체는 10년 동안 못 이룬 꿈이 2009년 단 1년만에 이루어졌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보호자없는병원이 완전히 정착되기까지에는 우리 앞에 수많은 암초와 난제가 산적해있다. 누구는 보호자없는 병원을 ‘판도라의 상자’ 라고하고 누구는 ‘핵폭탄’ 이라면서 가까이 하기에 부담스런 의제로 치부한다. 그래서 정부는 보호자없는 병원 사업 추진을 국민의 높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저하고 미루어 왔던 것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국민의 지지와 호응을 넘어 속내를 들여다보면 보호자없는 병원이 실현되기위해서는 인력확보 기준과 방안, 직종별 업무분장, 수가개발과 재정대책 등 해결해야 될 과제가 산 넘어 산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막대한 재정이 부담스러워 민간보험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호자없는 병원은 몇가지 측면에서 더 이상 늦출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환자에게는 더 나은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환자 만족’ ▷환자 가족에게는 개인간병부담을 사회적으로 해결하면서 비용부담을 경감시켜 ‘국민 만족’ ▷간호사등 병원노동자에게는 현장의 심각한 인력부족 문제해결의 숨통을 틔우면서 인력 확충과 노동조건 개선으로 ‘노동자 만족’ ▷간병인에게는 병원에서 일을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투명인간, 그림자처럼 취급당하면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왔던 문제를 해결하면서 간병인 노동기본권 확보와 권익증진으로 ‘간병노동자 만족’ ▷마지막으로 국가 차원에서도 지속가능한 양질의 사회복지 일자리 창출및 간호사등 고학력 청년실업문제와 간병인등 저소득층 일자리문제를 동시에 해결함으로서 최근 화두가 되고있는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운동 차원에서 보호자없는 병원 사업의 보험적용 여부이다. 70년대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이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하더라도 가족 구성상 딸, 며느리가 많았고 여성 취업인구가 적어서 환자에 대한 가족 돌봄이 가능했다. 따라서 의료보험 비용 절감 차원에서 가족의 환자 돌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병원 인력 수준과 보험 급여가 정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당시 상황과 전혀 다르다. 노령화 핵가족화 사회가 급진전하면서 노령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집안에서 가족숫자는 줄고 미혼이 많아지면서 가족 돌봄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중증질환자, MRI 등 고가검사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확대가 우선이지만 입원환자 간병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3월 들어 정부 차원에서 시범사업이 곧 시작된다.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간호인력확충과 간병서비스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해 조속히 보호자없는 병원이 전면 실시되기를 기대하면서 보호자없는 병원의 올바른 개념 정립, 한국형 보호자없는 병원 모델 제시와 추진 방안, 시범사업 성공을 위한 2010년 과제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2. 먼저 보호자없는 병원에 대한 개념 규정부터 분명히 하고 시작하자!
정부와 언론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보호자없는 병원에 대한 개념을 혼동스럽게 사용하고있다. 보호자없는 병원과 공동간병인제도는 엄연히 다르다. “보호자 없는 병원 (Family – Less Hospital)은 병원내 간호와 간병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여 입원 환자에 대해 양질의 입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환자 가족이 별도로 병실에 상주하면서 환자 간병과 돌봄을 할 필요가 없는 병원을 의미한다. 하지만 공동간병인제도는 이런 종합적인 대책없이 단순히 간병인 투입을 통해 개인간병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것은 보호자없는 병원 논의가 왜 시작되었는지 그 근본원인에 대한 해법을 포기하고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외형적 해결만 추구한다. 정부는 이런 차이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보호자없는 병원이라는 용어보다는 간병서비스 제도화라는 용어를 선호하게 된다. 이것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공동간병제도 〉보호자없는 병원 〉환자만족 직원만족 좋은병원 순으로 개념을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보다 정확한 개념으로 보호자없는 병원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할 것이다.
3. 한국형 보호자없는 병원 모델과 현실적 추진경로를 제안한다!
애초 보호자없는 병원 논의의 출발은 간호인력, 병원인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간호사 등 병원 인력충원을 기본목표로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녹녹하지 않다. 간호사 숫자는 부족하고, 이미 간병인은 대거 병원에 유입되어 있다. 이것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간호사 중심의 선진국형 보호자없는 병원을 넘어 현실여건을 고려한 단계적 한국형 보호자없는 병원 확대 시행 모델을 제안하려고 한다.
1) 모델 1 (선진국형 보호자 없는 병원 모델) ; 먼저, 간호사에 의해 입원간호서비스가 제공되는 선진국형 보호자없는 병원 모델은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모델이다.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 근무조당 간호사 담당 환자수가 4~6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간호 인력이 가장 많다는 간호 1등급 병원이라 하더라도 간호사 1명이 10명이상 환자를 돌보고 있고 가장 등급이 낮은 병원의 경우 30-40명까지 환자를 돌보고 있는 실정이다. 호주와 미국 병원에서 근무하다 돌아온 간호사의 말을 빌리면 한국병원과는 상상도 할수 없을 정도로 근무시간에 환자와 대면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선진국형 보호자없는 병원 모델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최소 15만명의 간호사 충원이 필요하고, 소요재원도 연간 3조 9,705억원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간호사 충원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급격한 재정부담을 고려할 때 단기 실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중장기 과제로 검토될 수밖에 없다.
2) 모델 2 (한국형 보호자 없는 병원 모델) ; 이 모델의 특징은 충분한 간호사 인력 확보 + 간병인력 통한 간병서비스 제공으로 보호자없는 병원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선진국 모델에 비해서는 간호서비스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측면이 있지만, 간호사 부족 문제를 비롯하여 재정부담 등 현실 여건 고려할 때 보호자없는 병원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다. 이를 위해 ▷ 간호인력, 간호관리료 1등급 준수 ▷간병인 자격기준 강화와 근로조건 보장, 업무분담 및 책임 명확화 ▷보편적 서비스 이용의 원칙을 적용하되, 환자의 선택권 보장하고, 환자 중증도 고려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 ▷간병서비스 이용에 따른 비용부담, 건강보험 급여화 방안이 적용되어야한다. 하지만 복지부 일각에서는 소요예산 추계가 1조원부터 6조원에 이르기까지 예상되는 높은 부담때문에 간병 서비스를 민간의료보험에서 보상하게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다. 이것은 개인간병 부담의 사회적 해결이라는 제도화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민간보험사에게만 이익을 보장하고, 환자에게는 오히려 손해만 초래할 것이명확하기 때문에 즉각 철회되어야한다. 한국형 보호자없는 병원 전면 실시할 경우 간호사 6만 9,824명, 간병인 13만 8,720명 충원 필요하고, 소요재원은 간병인 임금 ‘전 산업노동자 평균 50% 기준’ 적용할 경우, 4조 9,671억원, 간병인 임금 ‘사회적일자리 인건비지원금’ 적용할 경우, 4조 1,084억원이 필요하다.
3) 모델 3 (현실여건 고려한 단계적 한국형 보호자 없는 병원 확대시행모델) ; 한국형 보호자없는 병원 모델을 시행하더라도 7만여명에 이르는 간호사를 단기간에 충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형 보호자없는 병원 모델도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단계적 보호자없는 병원 확대 시행 방안은 ▷간호인력 확보 기준을 병원 전체가 아닌 보호자없는 병실 운영병동으로 제한하여 적용 ▷간호인력 확보기준 적용 병동의 경우 해당 간호등급 수가를 인정(해당 병동에 입원한 환자에만 적용)하되, 사용자가 악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존 전체 병원 간호사수 대비 등급 향상에 필요한 인력이 증가한 경우(해당 인원만큼 신규 충원한 경우)에 대해서만 인정 ▷간호사 충원에 따른 인건비 등 비용 보전 가능 ▷병원의 보호자없는 병실 운영 규모는 환자선택권 및 간병서비스 이용률 고려하여 보호자없는 병실을 전체 법정기준병실이 아닌 그 중 일부만 운영하는 것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런 고려요소를 감안하여 5개년 추진 계획을 아래와 같이 설계할 수 있다.
즉, 2010년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한 논의와 2차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보호자없는 병원 제도화 방안을 확정하고 2011년~2015년까지 보호자없는 병원을 단계적 으로 확대 시행하고 2016년 이후에 한국형 보호자없는 병원을 전면 시행한다.
이렇게 되면 ◆충분한 간호 인력 확보 실현 ◆국민 누구나 양질의 간호 간병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4. 보호자없는 병원 제도화를 위한 2010년 과제!
1)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과 합의의 도출
2010년 예산 44억은 ‘국민예산’이다. 기재부가 예산을 삭감하고 복지부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포기했던 예산을 국민들의 힘으로 되살렸다. 따라서 44억은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보호자없는 병원 만들기에 힘을 쏟았던 단체와 조직을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해서 논의를 진행해야한다.
특히 보호자없는 병원 제도화 과정에서 간호사 인력기준과 충원 문제, 간병인 자격기준과 근로조건 문제, 간병서비스 제공과 비용부담 문제, 제도화방안(건강보험 급여화 방안), 간호사와 간병인의 업무분담과 관리운영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 국민, 여성, 환자, 병원사용자, 병원노동자, 간병인, 관련 직종단체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충분한 대화와 논의를 거쳐 다양한 현실을 고려하여 현실적 방안을 합의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하여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공급자단체,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병인 등 관련 직종단체, 보건의료노조, 보호자없는 병원 연석회의, 연구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호자없는 병원 올바른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기구’에서는 보호자없는 병원의 올바른 제도화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두 축으로 논의를 진행해야한다. 하나는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가 주관하는 ‘간병서비스 건강보험 제도화 분과위원회’ 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의료자원과가 주관하는 ‘병원 간호사등 인력 확충대책 분과위원회’ 이다. 그리고 이것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나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총괄하면서 운영해야한다.
2) 2차 시범사업의 성과적 시행
2007년에 4개 병원에 이어 진행되는 이번 2차 시범 사업은 1차 시범사업과 차별화된 목표를 선정하여 ▷보호자없는 병원 제도화를 위한 다양한 모델 연구 ▷건강보험급여 간병수가 개발 및 비용부담 방안을 위한 연구 ▷간호사와 간병인 등 간호돌봄 노동의 업무구분 및 간병인 근로조건과 관리방안을 위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어야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대상병원 선정▷다양한 보호자없는 병실 운영▷간병인 근로조건 보장 ▷성과적 시범사업 수행을 위한 적정한 예산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5. 나가는 말 – 재정대책은?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복지제도 관련해서 늘 뒤따르는 마지막 문제가 재정대책, 예산 문제이다.
이제 진보개혁진영은 더 이상 이 문제에 소극적으로 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발언해야한다. 정말 필요한 복지제도라면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에 맞서 우리가 세금을 더 내고 보험료를 더 내서라도 제대로 하자고 주장해야한다. 우리가 가야할 길을 명확히 하고 그것이 가능한 정책수단을 제시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물어야한다. 보호자없는 병원 사업이 전면화되기 위해서는 5년동안 매년 평균 2,000원 가량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본인부담금 비율에 따라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적재정확충(보험료 인상)을 통한 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운동속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가입자들이 1인당 약 1만 1천원(가구당 2만 8천원)씩 보험료를 더 납부하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90%까지 획기적으로 확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호자없는 병원 사업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자칫 잘못하면 암초에 부딪쳐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보호자없는 병원 사업이 엉뚱한 길로 가거나 미아가 되지 않도록 그동안 예산 확보 투쟁 이상으로 시범사업에서부터 제도화되기까지 적극적인 감시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3월호(제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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