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4-10   2359

[심층분석2] 다문화 가족정책의 전개: 진보 혹은 후퇴?

이민경
대구대학교 교수 교육학



 
 다문화가족 정책의 배경


 1990년대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국제결혼, 외국인 근로자의 이주와 이로 인한 한국사회의 변화는 ‘다문화 가정 ’, ‘다문화 아동’ 등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며 주요한 국가 정책 담론과 실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 되어 왔다. 한국사회의 다문화정책은 1980년대 말 이후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으로 인해 급증하기 시작한 이주민의 존재가 한국사회 미래전망에 어떠한 함의를 갖고 있는가가 논의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그 주된 대상이 외국인 근로자였기 때문에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온정주의적 시각에서 대상화되었을 뿐 본격적인 정책적 대응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제결혼의 급증은 이주민들이 더 이상 ‘그들’이 아니라 한국국적을 취득하고 우리사회 실질적인 구성원으로서의 존재감을 지니게 되면서 정부차원에서 이주민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수립을 위한 검토와 체계화를 시도하게 된다. 또한 시간의 흐름과 함께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출생과 양육, 교육문제와 이주근로자 가정 자녀의 한국사회로의 유입은 한국사회 미래전망에 대한 논의로 정책적인 관심영역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른바 ‘다문화 정책’이라고 불리는 여러 중앙정부 부처 및 지방정부의 정책이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다양한 ‘다문화 사업’도 현재 진행 중이거나, 추진할 계획에 있다.
 
다문화 가족 정책의 전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확장된 한국사회의 다문화 가족정책은 국제결혼이주가정 중심으로 정책이 전개되는 특성을 드러내준다. 일반적으로 대중매체를 비롯하여 정부부처의 정책이나 정책 입안가들도 다문화가정이란 국제결혼가정이며, 다문화 정책은 결혼이주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의미한다는 공식이 암묵적으로 전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2006년 4월 한국정부는 ‘다문화, 다민족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지원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이주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녀들을 포함한 다양한 차원의 복지정책이 도입되었다. 한편,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인 정책대상으로 부상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다문화가족 정책은 정부의 다양한 부처에서 이루어져 왔는데, 그 중 복지부의 관련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이주자 당사자들의 문화적응과 권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정책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녀의 출생에 따른 영유아기 보육지원에서 자녀들 교육 문제까지 그 저변이 확장되어 왔다. 2008년 3월 21일 제정되어 9월 22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그 대표적인 법률이다. “다문화가족에 관한 실태조사(제4조)”,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증진(제5조)”, “생활정보 및 교육지원(제6조)”, “평등한 가족관계 유지를 위한 조치(제7조)”, “가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제10조)”, “산전․ 산후 건강관리 지원(제9조)”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 이 법안은 국제결혼가정을 지원하는 포괄적인 법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의 정책이 결혼이주자 본인에게 집중되어 자녀 및 배우자 등 가족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합적 정책이 미흡하다는 것과  초기적응을 위한 한국어 교육 등 일부사업에 집중되어 지역별, 출신국별 다양한 욕구 반영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이를 수정 보완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문화가족 지원법은 이주여성과 자녀들에 대한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이주의 전 단계와 과정에서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008년에 생애주기별 정책과제를 제시하면서 결혼이주가정 자녀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부모의 자녀 교육 및 양육을 위한 언어서비스 지원과 자체 능력강화 정책사업을 실시하고 있어 결혼이주가정자녀의 이슈를 개인적인 문제로 한정시키지 않고 가족, 학교 등 사회구조적 과제로 가져간 것도 다문화가족 정책의 커다란 변화중의 하나다.

 한편, 이주근로자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교과부의 다문화가정 자녀(교과부는 다문화 가정 자녀를 국제결혼 이주 가정과 이주 근로자 가정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고 있다)를 정책대상에 포함시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이주 근로자 가정의 경우는 가족결합권이 없어 원칙적으로 가족 이주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주근로자 가정은 기본적인 사회권이 없어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대상에서는 여전히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다양한 외국인 관련 정책들이 수립되면서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추진하는 외국인 대상 지원정책과 프로그램의 기본틀 마련 등 외국인 정책에 일정 정도 성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정책 심의 조정기구인 외국인정책 위원회와 총괄 추진기구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각각 2006년 5월과 2007년 5월에 출범하였고, 국경관리차원의 소극적, 폐쇄적인 관점에서 출입국 법령과 제도를 운영해오다가 ‘통제와 관리중심에서 벗어나 노동인력과 인재유치, 사회통합, 국가안전시스템 구축’등 상호이해와 공존의 방향으로 외국인정책 방향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보다 열린 다문화사회 구축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2007년 5월 17일 제정, 공포된「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은 외국인정책기본법으로 외국인 인권존중과 사회통합을 통하여 한국사회를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열린사회로 만들고 외국인도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고 국적과 인종을 떠나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상생의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에 실체로 존재하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와 그 가족에 대한 정책적 대안은 빠져 있어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기 위한 정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진보 혹은 후퇴?


그동안 다문화 가족 정책은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에서 한국사회 정착과 적응에서부터 역량강화에 이르기까지 전개 발전되어 왔고,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정책들은 한국사회의 다문화 인프라를 확장시키는 성과를 이루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동안의 긍정적인 성과와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족 정책의 몇 가지 한계를 거칠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한국사회의 ‘다문화 가족’ 정책은 결혼 이주자 여성과 그 자녀의 교육문제 등 궁극적으로 한국인으로 포함되는 대상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다시 말하면,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칭이 부모 한쪽이 한국인이고 다른 한쪽이 그렇지 않은 국제결혼 가정에 한정되어 있어, ‘다문화 가족’ 이라는 의미상의 훼손뿐만 아니라 이주 근로자 가정 등 이주자로만 이루어진 가족에 대한 배제를 유발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비다문화적 정책’이 되는 모순을 낳고 있다.

다음으로,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드러난 정부의 다문화가족 정책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포괄적인 복지정책의 성격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자민족 중심주의적 통치모델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다문화가족 지원법>이 가족의 구성, 유지 재생산이라는 틀에 종속시키고, 이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실제로는 이주여성이 귀속된 ‘한국가족’에 대한 지원 사업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여전히 이들을 다양한 배경을 지닌 주체로서가 아니라 집단화, 획일화된 시선에서 대상화하고 있고, 이들의 주류화정책보다는 낮은 수준의 사회적 복지 서비스 중심으로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다문화가족 정책은 각 부처별 정책영역의 확장이나 새로운 정책의 발굴 차원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어 부처별 중복지원과 가시적인 효과를 겨냥한 단기적인 이벤트성 지원정책으로 인해 국가가 재원의 낭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다문화정책’을 담당하는 주요 부처들은 ‘다문화정책’에서 ‘다문화’에 대한 개념 및 내용 범주를 서로 다르게 정의하고 있어 정책의 대상 및 범주가 부처마다 달라지기도 하여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한편, 지자체에서는 오히려 다문화에 대한 과도한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소외된 아동에 대한 지원은 약화되고 있다는 이른바 역차별에 대한 논란도 이러한 지원정책 성격과 관련이 깊다.


 진정한 다문화 정책이란 공적영역에서는 사회구조적인 소외를 당하지 않는 것이며 사적으로는 일상적인 삶의 문화를 누릴 권리를 갖는 것이라고 한다. 이주자들이 주류사회로부터 배제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다를 권리를 누리면서 ‘자원화’도 가능한 사회이며 다문화정책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나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행의 사회적 가치와 구조에 대한 성찰에 기반한 관점의 공유와 이에 따른 실천으로서의 정책이라기 보다 해결해야 할 ‘특정한 대상’에 한정된 ‘새로운 문제’로 접근하고 있어 이주자들을 대상화하여 획일적이고 집단적인 차원의 낮은 수준의 서비스에 머물고 있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다문화 담론의 확산은 다문화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방적인 ‘한국화’에 기반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담론과 실천의 괴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우리사회 이주자들을 분리적 시선으로 타자화하거나 대상화하는 도구적 관점을 넘어 지구화 흐름을 구성하는 우리사회의 현실적 주체로서 인식하고 이들의 능동적 현실인식과 주체적 역량, 다양한 적응 전략 및 실태  파악을 통한 다각적인 차원의 이해와 정책적인 접근은 여전히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참고문헌


이태주ㆍ이민경ㆍ백혜정ㆍ문경희(2008). “이주배경을 지닌 아동·청소년 종합 지원정책 보고서.” 보건복지가족부ㆍ무지개청소년센터.
김현미(2009), 결혼이주여성의 사회통합: 가부장제와 다문화주의 사이에서, 국회입법조사처
김혜순(2010)이민자 사회통합정책 기초연구: 결혼이주자와 다문화가족, 이민정책 연구원 , 발표원고
이민경(2008) 한국사회의 다문화교육 방향성 고찰: 서구사례를 통한 시사점을 중심으로, 교육사회학연구 18(2), 83-104 
이민경(2010), 이주가정 자녀 사회통합정책, 이민정책 연구원 발표원고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4월호(제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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