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4-10   748

[동향4] 국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





반드시 개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여 많은 장애인들에게 실망을 주었습니다. 이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의 검토를 요구하는 발언이 나와 개정이 보류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17대 국회 때에도 당시 정화원의원(한나라당)이 이와 유사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회기를 넘겨 폐기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2월 국회에서 논의했던 개정안은 18대 국회에서 발의된(17대 국회에서 발의안과 유사) 정보접근관련 차별금지의 내용과 사법행정서비스에서 차별금지의 내용, 그리고 차별행위자와 관련한 것으로 정부와 정하균의원(미래희망연대) 등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 10건입니다.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IPTV(아이피 티브이) 사업자는 장애인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자막방송 등 서비스를 하여야 하고, 기간통신사업자는 장애인들이 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영상 등으로 중계서비스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출판물사업자는 장애인들이 책(인쇄매체와 전자매체를 포함한 출판물)을 읽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여야 하며, 영화나 DVD(디브이디) 등 포함한 영상물을 만들거나 배급하는 사업자는 장애인들이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자막 등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법·행정절차에서 차별금지와 관련하여 사법기관은 신문 과정에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장애인이 형사 사법 절차에서 보호자 등 도움(조력) 받고자 하는 경우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행 법률에서는 차별행위를 한 사람이 속한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등도 차별행위를 한 개인과 같이 벌금형을 내리 수 있는데, 이에 대하여 완화하기 위한 조치도 있습니다.(법률 내용이 많아 아래부터는 정보접근 관련 내용만 싣습니다.)


텔레비전을 한때 ‘바보상자’라고 불리는 등 방송의 폐단이 공론화 되었지만 정보사회가 가속화되고,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이제 텔레비전은 ‘정보상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바보상자’니 ‘정보상자’니 하는 유행어들은 사치에 불과합니다. 한글자막방송이 1999년에 시작되었으니 그 전까지는 텔레비전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자막방송은 많은 폭으로 확대되어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방송 시청을 위하여 서비스하는 화면해설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방송의 경우는 전체 방송의 5%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는 지상파방송, 그것도 중앙방송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 IPTV는 지금도 장애인들이 시청이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IPTV의 경우는 방송과 통신을 결합한 최초의 결과물이고, 정부가 홈네트워크 등 향후 정보네트워크의 거점으로 삼고자 하는 등 중요한 매체입니다. 이러한 매체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장애인에게 이중의 차별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장애인들이 IPTV를 시청하는 데 차별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도록 개정안에 내용이 포함되게 되었습니다.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의 전화발명으로 원거리 통신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벨은 전화를 발명하게 된 동기 가운데에는 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만들어진 전화가 오히려 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과 정보접근의 격차를 더 벌려놓은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미국․영국 등 선진 국가(20여개국 이상)에서는 1980년부터 통신중계서비스를 실시하여 왔습니다. 통신중계서비스는 청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전화 통화를 할 때 중간에 중계사(교환원)가 수화나 문자로 청각장애인들이 전달해주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서비스가 실시를 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서비스를 하지 못하여 많은 장애인들이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22만여명에 달하는 청각⋅언어장애인 가운데 이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은 1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현재 29명의 중계사가 약 2,000명 정도의 장애인에게만 서비스를 실시하는 실정입니다.(한국정보화진흥원, 2009) 이에 통신중계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법적근거를 마련하려고 개정안에 포함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은 보고 싶은 책이 있어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책을 마음대로 읽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책의 내용을 점자로 바꾸어 인쇄하거나 책의 내용을 녹음을 해서 책을 보도록 혹은 듣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564곳에 5천만권 정도의 책이 있는데 이 가운데 점자나 녹음된 책 등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변환된 책은 10만종 정로도 0.2% 밖에 안 됩니다.(‘2007 한국도서관 연감) 그리고 매년 국내에는 5만종의 책이 새롭게 만들어져 나오는데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변형된 것은 1천종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책의 2%에 불과합니다. 설령 시각장애인들이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그 책을 점자나 녹음형태로 바꾸는데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시간을 필요합니다. 성인 장애인들의 경우야 책을 안 읽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겠지만  공부를 하는 학생의 경우는 다릅니다. 필요한 교재나 부교재를 읽지 못하여, 참고 자료를 보지 못하여 학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기 때문입니다. 시각장애인들처럼 책을 읽는데 불이익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청각장애인들과 지적장애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행인 것은 지난 해 저작권법과 도서관법이 개정이 되어 시각장애인의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습니다. 개정된 도서관법의 경우 국립중앙도서관에 책을 납본하는 경우 USB(유에스비) 장치 등에 저장된 디지털파일도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시각장애인들이 책이 출판된 후 3개월 이상 기다리는 불편이 사라지며, 원하는 책을 골라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률이 개정되었다고 장애인이 책을 읽을 환경이 완전히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책을 납본하는 사람(또는 출판사)이 국립중앙도서관에 디지털파일을 납본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거부할 경우 납본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로, 정보사회가 가속화되면서 e-book 등 디지털 책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온라인을 통하여 유통되고 있지만 접근이 어렵습니다. 즉, 개정된 법령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한 것입니다.


1990년대 중순을 넘기면서 한국영화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마련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난 2000년 장애인영화제가 실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2005년부터 영화관을 정하여 장애인들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에 참여하는 영화관은 13곳으로 전국 1,975개 스크린에 비교하여 6.5%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그것도 장애인들이 항상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영화 관람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영화사업자들은 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하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가 영세 영화업자의 경우는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극장에서 상영된 411편 영화 가운데 한국영화가 118편인데, 그 영화의 제작비가 평균 30억 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10억 원 이상 제작비를 사용한 한국영화도 전체 한국영화 가운데 65%라고 합니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도 많겠지만 영화가 흥행할 경우 막대한 매출을 올리기도 하는데,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경우는 437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영화진흥위원회, 2008) 이에 비하여 장애인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사업자들이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외면하는 것은 현행 법령에서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개정안을 만들게 된 이러한 배경에 비추어 법안소위에서의 논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애초에 발의하였던 개정안과 달리 논의되었던 법률개정 대안(代案, 이하 대안)에는 장애인의 권리가 제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도서접근의 내용을 들 수 있습니다. 대안에서는 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모든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니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생산․배포하는 도서자료에 한하여 점자, 음성 또는 확대문자 등으로 제공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외 출판업자의 경우는 노력하라는 임의(任意)적인 내용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저작권자나 정부의 반론을 수용하면서 장애인들의 권리를 최소한이나마 보장하려는 의도 때문에 이런 대안이 나온 것으로 보여 아쉬움은 있습니다. 이보다 더 심한 것은 영화 등 영상물에 대한 내용입니다. 영화 등 영상물을 제작하거나 배포하는 사업자의 경우는 출판물과 달리 자막이나 수화통역, 화면해설 등의 제공을 임의규정으로만 명시한 것입니다. 이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정책적 추가조치를 만들 수 있는 하위령의 위임 근거도 없이 임의규정으로 만들어 놓아 법률이 개정되었다 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2007)의 자료에 의하면, 장애인의 정보격차는 줄고 있으나 일반국민과의 격차는 24%아 됩니다. 인터넷 이용률의 격차도 26%입니다. 더욱이 정보사회에서 정보접근이 절실한 시각, 청각, 뇌병변장애인들의 정보격차는 더 심각합니다. 시각, 청각, 뇌병변장애인의 인터넷 이용률은 일반 국민에 비하여 33.9%∼43.4%의 격차가 생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단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문화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을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저작물이나 문화에 접근을 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재창조의 기회가 차단되는 것은 물론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소외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세상을 보는 눈이 가려질 수 밖에 없고, 지식으로만 세상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진학이나 취업 등에서 비장애인과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장애인들이 사회의 약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듭니다. 장애인 가구 월평균 소득이 1,819,000원으로 전국 월평균 가구소득(3,370,000원)의 54.0% 수준이며, 만 15세 이상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도 41.1%로 전제 실업률의 3.3%보다 2.5배 많은 8.3%라는 통계(2008.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을 놓고 볼 때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은 사업자의 이윤의 논리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타협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서도 안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법안소위에서 논의되었던 대안은 적절치 못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논의과정에서는 장애인들이 요구했던 원안과 최대한 가깝게 다시 수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차별 환경을 해결하기 원한다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물론, 관련 상임위원회는 하루라도 빨리 법안을 개정하는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참고,인용한 자료>


 “장애인의 책 읽을 권리 가로막는 저작권(김철환)”, ‘교회와 인권’, 2009. 12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률개정 자료
 국회보건복지법안심사소위원회 법률 심사자료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4월호(제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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