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4-10   1061

[동향6] 연금공공성운동, 노인’가입자 중심 대중적 연금주체 형성해야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1. 시작하며: 지난 2년 연금운동의 침체를 넘어



한국사회에서 빠른 인구고령화로 노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공적제도인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깊다. 지금까지 노동운동, 시민단체는 정부의 연금개혁방안에 맞서 국민연금의 노후보장성을 확보하는 연금공공성운동(이하 연금운동)을 벌였지만 여전히 국민연금은 불신의 대상이고, 연금운동 단체들의 영향력도 그리 크지도 않다. 이러한 면에서 연금운동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 2년간 사실상 연금운동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2007년 국민연금 급여율 인하, 기초노령연금 도입으로 연금법 개정이 일단락된 이후 눈에 뛸만한 활동이 없다. 아직도 국민연금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사적연금이 생활 곳곳을 파고들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연금운동의 침체’는 심상치 않은 일이다.


글은 ‘침체’에 빠진 연금운동의 새로운 전환을 강조하기 위한 글이다. 필자는 2007년 연금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를 둘러싸고 진행되었던 연금운동 제1기(2003~2007)가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한다. 이제 연금운동은 새로운 제2기를 맞아야하고, 이를 위해 ‘의제’와 ‘활동방식’에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2. 국민연금 4대 의제의 정세 전망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미래 연금 지급을 위해 수십년간 기금을 관리운용하는 적립방식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둘러싼 쟁점은 미래 노후급여를 다루는 제도 문제와 적립금을 운용하는 기금 문제로 구성된다. 제도 분야는 다시 보험료율과 급여율로 이루어진 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와 기초노령연금 발전 방안으로 나누어지고, 기금 분야도 기금운용체계 개편방안과 기금운용전략으로 구분된다. 앞으로 이 4개 의제들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각 의제들이 처한 정세를 전망해 보자.



































































































































국민연금






































제도








기금



































지속가능성




사각지대




기금운용체게




기금운용전략


ㆍ보험료/급여율 조정


ㆍ균등지수 축소




ㆍ기초노령연금 인상


ㆍ재원방안




ㆍ가입자 의결권


ㆍ연금공사분리




ㆍ주식투자 확대


ㆍ대안투자전략









1) 지속가능성 (혹은 재구조화): 쟁점 부상 어려워



‘지속가능성’ 의제는 지난 1기 시기에 ‘재정안정화’로 불리며 국민연금을 사로잡은 핵심 쟁점이었다.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2007년에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로 유지하되 급여율은 20년 후인 2028년까지 40%로 낮추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앞으로 이 의제가 쟁점으로 떠오를까? 이명박정부 임기 내에 이 의제는 부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연금재정의 장기적인 균형 유지’를 위해 5년마다 장기재정추계를 실시하고 이를 근거로 급여율과 보험료율 조정 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2008년은 국민연금법에 따른 제2차 재정추계년도였고, 이명박정부는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를 설치하여 2078년까지 보험료율을 12.5~17.5%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정부는 임기 중에 국민연금의 급여율과 보험료율을 손대지 않고 이것을 다음 3차 재정추계년도인 2013년으로 미루었다. 국민연금 급여율 인하가 2007년에 이루어진 상황이고, 가입자 정서를 감안할 때 보험료율 인상도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이명박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국민연금 ‘재구조화’라는 이름으로 기초노령연금의 적용 대상 범위를 늘리되,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중복 수령을 금지하거나 국민연금 내부에 있는 균등지수를 축소하는 개정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국민연금 급여율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우회적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인하하는 재정안정화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2009년 12월 마련한 [제3차 사회보장 장기발전방향]에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관계를 재구조화하는 국정과제는 임기 중에 “국회 차원의 논의를 비롯한 국민적 의견수렴 및 사회적 합의 도출”에 집중하고 실제 제도개편은 임기 이후로 미루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재구조화과정에서 제기될 기초노령연금 급여 상향 요구를 피하고 싶었고, 부자정부로 비판받는 상황에서 연금급여를 또 낮추는 조치를 취하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급여율을 개정하는 재정안정화 조치,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관계를 재설계하는 재구조화 모두 이명박정부 임기 내에는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연금운동은 정부의 ‘재정안정화’ 법개정에 대응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이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연금운동의 전통적 대응과제도 사라질 수 있다. 이제 연금운동이 정부 법개정에 맞서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활동 의제를 개발해 나가야 하는 때가 도래했다.



2) 기초노령연금 급여율 상향: 국회·정부의 임무 방기



재정안정화 논의과정에서 이루어진 기초노령연금의 도입은 우리나라 노후보장제도에서 획기적인 일로 평가될만하다. 기초노령연금은 급여율이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설정되기에 가입자의 소득증가에 따라 연동돼 인상되며,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중이 증가할 예정이어서 수급자 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은 다음 두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2028년에 도달할 목표급여율이 10%로 그리 높지 않다. 기초노령연금이 다수 서민 노인들에게 최소한 생계급여의 일부라도 지원하려면 급여율이 상향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재정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2028년까지 급여율이 15%에는 도달해야 한다.


둘째, 2007년 연금관련법 개정으로 국민연금 급여율이 2008년에 60%에서 50%로 낮아졌고, 2009년부터는 매년 0.5%pt 씩 인하되어 2028년 40%에 이르도록 법제화되었다. 반면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2028년까지 급여율을 10%로 인상한다는 총론만 정하고, 구체적 상향시기와 방법은 2008년 1월부터 국회에 설치될 ‘연금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로 위임되었다. 하지만 국회 연금개선위원회는 아직까지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법을 어기며 기초노령연금 상향 조치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국민연금 급여율은 2008년에 50%로 인하되고 2010년에는 49%로 인하되었으나, 기초노령연금의 급여율은 여전히 5%에 묶여 있다.



3) 기금운용체계 개편: 가입자 연금주권 박탈 위험



기금운용체계 의제는 ‘누가 기금운용전략을 결정하느냐’의 문제이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입자대표 참여권을 박탈하고, 기금운용권을 전적으로 민간금융전문가에 맡기는 이른바 ‘민간위탁’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주식투자 손실로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하다고 이제 본격적인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기금운용체계 법안 개정에서 제기된 논점은 크게 ‘가입자 기금운용권’, ‘기금운용체계 상설화’, ‘기금운용공사 설립’ 등 세 가지이다.


첫째, 기금운용체계 최대 쟁점은 가입자대표의 기금운용권 보장 여부이다. 정부는 가입자대표가 거대 국민연금기금을 다룰 능력이 부족하다며 기금운용위원 전원을 민간 금융전문가로 채우려 하고, 가입자단체들은 ‘연금주권’의 입장에서 현재의 가입자 과반수 원칙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 일부에선 가입자대표를 상징적인 수준에서 소수를 남겨두는 절충안도 논의되고 있는데, 지금의 논의 지형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가입자의 참여권이 대폭 축소될 위험이 매우 높다.


둘째,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 문제다. 현재 기금운용위원회는 분기별 회의체여서 오래전부터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조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해선 현재 정치권, 시민단체, 노동 진영 모두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후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에 따라 기금운용을 둘러싼 정부, 시장, 가입자 사이 본격적인 정책 경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 연금운동은 지금부터 기금운용 ‘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셋째,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로 인해 파생되는 논란이 ‘기금운용공사 설립’ 문제이다. 정부, 한나라당, 민주당, 참여연대 등 다수는 ‘전문 책임 운용’을 이유로 기금운용공사 설립에 우호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에서 기금운용공사가 설립돼 국민연금제도와 분리되면, 이 공사는 복지공사보다는 금융공사로 간주될 것이다. 그만큼 경제부처 입김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가입자의 의사결정 참여도 지금보다 제한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기금운용을 공사조직으로 분리하기 보다는 기금과 제도를 지금처럼 국민연금공단에서 통합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금운용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국민연금공단을 기금운용단과 제도관리단으로 이원화하여 각각 부이사장을 두는 것도 검토할만한 대안이다.



4) 기금운용전략 방향: 반대 넘는 대안 부재



기금운용전략 의제는 거대한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처를 논의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 해외투자 비중을 높이려는 정부와, 이를 막으려는 일부 가입자대표들의 줄다리기가 매년 계속되고 있다.


근래까지 국민연금기금은 대부분 안정성이 높은 채권부문에서 운용되어온 편이다. 하지만 노무현정부부터 주식투자, 해외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기조는 이명박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비록 2008년 주식투자 손실로 국민연금기금 중 주식 비중의 증가속도가 주춤하지만 앞으로 주식투자, 해외투자, 대체투자 등 고위험투자 흐름이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정부가 국민연금기금 운용을 민간 금융전문가들에 위탁하려는 이유도 국민연금기금을 고위험 투자에 집중하기 위한 사전초석이다.


이명박정부의 고위험투자 확대전략에 맞서 연금운동은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 사실 국민연금 관련 4대 의제 중 거의 대응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 기금운용전략이다. 필자는 국민연금기금을 계속 채권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사회적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여기서 사회적 투자는 기존의 수익성 중심의 재무적 투자와 구별되는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는 기금운용전략인데,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소를 감안해 기업에 투자하는 전통적인 사회책임투자와 더불어 직접 사회공공시설에 투자하는 사회직접투자까지 포함한다.


사회공공시설이 취약한 한국에서 연기금의 역할을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 만약 국민연금기금이 사회공공시설 투자에 적극 나선다면, 국민연금기금은 새로운 운용처를 개발하는 것이며, 우리사회는 공공서비스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 서비스시설 운영에 연금가입자, 시설이용자,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민주적 지배구조 모델도 모색될 수 있다.



3. 제안: 2기 연금운동 핵심 의제와 ‘대중적 연금주체’ 형성



지금까지 국민연금을 둘러싼 4대 의제별 정세를 살펴보았다. 이제 재정안정화 중심의 1기 연금운동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2기 활동이 필요한 때이다. 이에 연금운동이 집중해야할 핵심의제와 활동방식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핵심의제:
재정안정화 -> 기초노령연금 상향▪가입자 기금운용권



지금까지 핵심 의제였던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당분간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정부가 제2차 재정추계를 했지만 임기 중에 ‘재정안정화’ 개정을 강행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쟁점으로 부각되기 어렵다. 한편 기금운용전략도 사안은 중요하나 상시적으로 제기되는 의제의 성격을 지닌다. 연금운동은 앞으로 의제의 중장기 성격에 맞추어 기금운용대안을 내실있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표 2> 국민연금 관련 운동의제 전환



기존 대응


향후 방향


제도


요율 조정


급여율 인하 반대


보험료율 인상 반대


연금체험 통한 신뢰 구축


기초노령연금


원론적 주장


기초노령연금 효과 과소평가


기초노령연금 상향


기금


기금운용체계


정부로부터 독립


가입자 과반수 유지


가입자 기금운용권 강화


기금운용전략


주식투자 반대


진보적 대안운용전략 마련



필자는 향후 이명박정부 임기 내 핵심의제로 ‘기초노령연금 상향’과 ‘가입자 기금운용권’을 제안한다. 기초노령연금 인상은 이미 법이 명시한 내용이다. 기초노령연금법이 ‘2008년 1월부터 국회에 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기초노령연금 상향방식과 재정확보방안을 정하라’고 명한 내용을 실행해야 한다. 연금운동이 이 의제에 집중한다면, 정부와 여당도 계속 이를 무시할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에서 가입자 과반수 원칙을 지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 금융위기에 따른 주식투자 손실로 국민연금기금의 고위험투자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또한 국민연금기금의 의사결정구조는 특성상 한번 개악되면 나중에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그만큼 연금운동이 기금운용체계 개악을 막고, 나아가 기금운용능력을 제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2) 활동방식: 상층 단체운동 -> 대중적 연금주체 형성



침체에 빠진 연금운동이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선 활동방식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요청된다. ‘기초노령연금 상향과 가입자 기금운용권’이라는 핵심의제를 중심으로 노인과 가입자를 연금운동의 주체로 나서게 하는 ‘대중적 연금주체 형성’ 운동이 요청된다.


지금까지 연금운동은 상층 사회단체들에 의한 공중전에만 의존해 왔다. 그 결과 연금운동을 위한 대중적 토대가 취약하고, 연금 쟁점이 정치적으로 부각되지 않으면 연금운동도 함께 수면위로 가라앉고 있다. 비록 대중적 연금주체 형성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민연금의 역사가 20년을 넘은 이 시점에서 가입자 대중들이 주체로 나서는 본연의 연금운동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활동과제는 두 가지 핵심의제와 연동해 다음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계기로 노인세대를 연금운동의 주체로 나서게 해야 한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노인수가 전체 노인 520만명의 70%인 36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기초노령연금의 효과를 체험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 운동은 초기 공론화만 성공한다면 노인세대를 비롯해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다.


만약 노인들이 법적 임무를 방치하는 국회를 고발하는 대중운동의 주체가 된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공단노조(명칭은 ‘사회연대연금노조’)도 지역에서 노인들을 조직하는 ‘카네이션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다. 노동조합,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노인세대와 교류하고, 기초노령연금 상향과 노인세대의 등장을 공론화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기초노령연금 재원에 대해서는 ‘사회복지세’ 신설을 주장할 수 있다).


둘째, 가입자 대중들이 기금운용 민간위탁법안에 대응해 ‘가입자 기금운용권’을 주장하도록 가입자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 이미 작년에 충청 지역에선 ‘국민연금주권찾기 국민운동본부’가 선보인바 있다. 이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을 넘는 완전수급자도 생겨나고 있고,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수도 250만면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보험료만 내야하는’ 원성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점차 ‘연금급여를 받는’ 복지제도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금 체험’을 계기로 연금노조, 사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가입자들을 연금주체로 조직하고 이들이 기금운용체계 개악에 맞서도록 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4월호(제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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