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4-10   2604

[칼럼] 무상급식 논쟁, 섣부른 이데올로기 싸움 아니기를

윤 찬 영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이번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동에 대한 무상급식이 정책적으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야당들은 일제히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여당인 한나라당에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단순히 여야 간의 대립이 아니라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무상급식을 하나의 권리로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포퓰리즘 선거전략, 나쁜 선거전략 운운하며 반대하고 있다.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이른 바 보편주의 대 선별주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복지학도라면 누구나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에 대해서 배웠을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에 대한 논쟁이 있어 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다 할 논쟁 없이 교과서를 통해 가르치고 배웠다. 그리하여 흔히, 사회보험은 보편주의적 정책이고 공공부조는 선별주의적인 정책이라고 한다. 객관식 시험에도 등장하곤 한다. 다시 말해서, 사회복지학에서는 일종의 상식으로 되어 있는 초보적인 지식이다. 그런데 이것이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정치적 논쟁으로 불붙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회복지학도 입장에서는 신기하기도 하고 싱겁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을 보면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나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논쟁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논쟁에 참여하는 분들이 그 의미와 이념, 역사적 배경 및 목적, 구체적 방법론 등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또 다른 하나는 이 논쟁이 정치적으로 결말이 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에 대해서 잘 알아도 잘 몰라도 이 논쟁을 하다보면 정치적으로 선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논리적으로 정답을 찾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양쪽 모두 강점이 있는가하면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3의 대안이 논의될 만큼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토론이 성숙하게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빈곤아동에게만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선별주의 입장은 그것이 곧 정의라고 생각하며, 비용의 효과성도 있다고 본다. 반면에 선별주의는 낙인효과 등 부정적인 측면이 선명하기 때문에 보편주의자들은 권리로서 모든 대상에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리하여 주는자와 받는자로 양분되는 사회적 분열보다 사회적 통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즉, 사회적 효과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보편주의자들에게는 모든 대상자에게 권리로서 급여를 제공해서 무차별적인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곧 정의인 것이다.



원래 보편주의니 선별주의니 하는 것은 사회복지정책의 차원에서 “할당” 차원의 쟁점이다.
즉, 누구에게 자원을 배분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여기에는 배분의 정당성 근거로서 권리냐 욕구냐 하는 것이 논의될 것이며, 이것을 가능케 하는 재원의 확보 방안이 논란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보수적인 우리 사회의 분위기로 봐서 대안이 아무리 좋아도 재원의 규모와 조달방법상 현실성이 가장 큰 논란이 될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니만큼 차별에 관한 논란 또한 뜨거울 것이다.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논쟁은 이념과 가치냐 아니면 현실 가능성과 도덕성이냐의 논란으로 귀결될 것이다. 무상교육을 받는 모든 학생들에게 급식 또한 무상으로 해야 하며, 이는 학생들의 권리이고 국가 및 자치단체의 책임이라는 이념에 유권자들이 솔깃하다가도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빈곤아동에게만 한정적으로 실시할 수밖에 없고, 가난하지도 않은 학생들의 식사까지 국가와 자치단체가 책임지는 것은 자원의 낭비이자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는 반론에 흔들릴 것이다. 공짜냐 권리냐, 효율이냐 차별이냐의 논쟁은 결국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애초부터 보편주의냐 선별주의냐 하는 것은 이분법적으로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용어의 선택은 모두를 덫에 걸리게 만든다. 결국은 당선된 후보가 제기한 공약에 따라 어느 지역은 보편주의 정책을 또 다른 지역은 선별주의 정책을 실시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제기될 것이고, 이를 보완하는 장치들이 도입될 것이다. 정확하게 보편주의도 선별주의도 아닌 정책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국가, 자치단체, 본인의 3자부담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완전한 보편주의도 선별주의도 아닌 어설픈 타협안이 등장할 수도 있다.


아동복지나 교육복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복지와 상쇄효과를 갖는다거나, 더욱 중요하고 근본적인 복지대안에 대한 논의를 가로막는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인구집단에 관한 정책이며, 그 인구집단의 어떤 욕구에 대한 것이냐 하는 것이다. 무상급식도 시급한 과제이지만, 아동이나 학생들과 관련하여 중요한 다른 정책과제들도 많다. 다양한 정책대안들을 놓고 연구와 진중한 토론을 통해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체계적인 대안으로 준비되기보다 하나의 아이디어로 제기된 선거공약이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 논쟁에 함몰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무상급식이 되더라도 급식의 질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관건이 되며, 특정 계층의 아동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제공할 때 그 차별에 의한 낙인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양측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4월호(제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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