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7-10   1642

[심층3] 건강보험에서 국민 참여구조의 변화와 개선 과제

1. 들어가며 – 건강보험 통합이 가져온 성과

 

지난 7월 1일은 국민건강보험 통합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과거 수백개의 보험 조합으로 나뉘어져 있던 것이 2000년 7월 1일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이름의 단일한 체계로 통합하여 재출범하였다. 이로써 건강보험은 관리운영체계의 효율화는 물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개선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개선하는 등 건강보험 제도가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래서 이제는 전세계가 효율적인 제도로 칭찬해 마지 않는 ‘단일보험자 체계’의 대표적인 나라가 되었으며, 미국 의료보험 개혁의 모델로 벤치마킹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국민건강보험의 탄생은 학자나 연구자, 공무원이 아닌 농민들의 문제제기로부터 시작하여 노동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보건의료단체에게 퍼져나가 진보적 시민사회의 모든 역량을 모아 투쟁으로 쟁취한 결과라는 점이다. 1993년 의료보험통합연대회의가 결성되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의료보험 통합 일원화 운동’의 성과였다.

또한 건강보험 통합은 우리 사회에서 ‘87년 민주화 운동을 거치며 크게 확대된 민주주의의 역량이 보건의료의 개혁을 이루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러 보험조합으로 나뉘어져 소득이 같아도 사는 곳에 따라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가 달랐고, 또 고소득층 지역의 조합이 저소득층 지역의 조합보다 건강보험 재정상태가 좋지만 조합이 달라 재정을 혼합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불평등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사회연대‘의 원칙을 전국적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의료보험 재정을 한주머니로 통합한 것은 각 조합마다 재정상태가 다르고 재정상태가 가장 나쁜 조합을 기준으로 보장성 수준을 맞출 수밖에 없었던 ‘하향평준’을 개혁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크게 평가되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통합의 성과를 논의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내용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건강보험과 관련한 주요한 정책결정 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건강보험의 주인이 국민임을 천명한 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2000년 이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이와 관련한 성과는 점점 퇴색되어갔다. 이는 건강보험 정책 결정과정에서 국민의 의사가 무시되거나 왜곡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건강보험제도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제도를 위하여 국민이 희생을 강요당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건강보험 역사에서 국민참여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변천되었고 특히 2000년 이후 어떻게 퇴색되어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볼 것이다. 또한 MB정권에서 이와 관련한 특징을 함께 정리하고 평가할 것이다.

 

2. 국민건강보험의 출범과 국민참여의 보장

 

2000년 7월 1일 의료보험은 통합하여 단일 보험자체계로 ‘국민건강보험’이 정식 출범했다. 1999년 2월 8일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건강보험과 관련된 주요한 정책 결정 구조에 대하여 기존 의료보험 체계의 긍정적 측면을 수용하면서 더욱 발전시켰다.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는 과거 ‘의료보험심의위원회’의 위상과 역할, 구성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과거 의료보험심의위원회의 논의 대상이던 ‘보험료에 관한 사항’은 제외되어 ‘재정운영위원회’로 역할이 위임되었다.

한편, ‘재정운영위원회’가 건강보험공단 산하에 설치되었다. 이는 과거 의료보험제도에서는 각 의료보험조합에서 정관에 의거하여 설치, 운영되었던 ‘운영위원회’를 계승한 위원회이다. 당시 제정법 제31조에서는 보험료 조정을 비롯한 보험재정 관련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며, 보험재정의 변화가 발생한 것에 대한 대응을 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또한 제32조에서는 직장가입자 대표 10명, 지역가입자 대표 10인, 공익대표 10인으로 구성을 명시하였다. 이와 같은 점으로 볼 때 ‘재정운영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건강보험 재정을 부담하는 국민이 건강보험 제도의 주인임을 분명히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통합된 건강보험 역시 ‘조합’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정법 (시행 2000. 1. 1, 1999. 2. 8, 제정)

 

제4조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①제39조제2항의 요양급여의 기준과 제42조제3항의 규정에 의한 요양급여비용 기타 건강보험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 소속하에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이하 “심의조정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심의조정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1. 보험자·가입자 및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 8인
   2. 의약계를 대표하는 위원 6인
   3.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6인

 

제31조 (재정운영위원회)①보험료의 조정 기타 보험재정과 관련된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공단에 재정운영위원회를 둔다.
②재정운영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험료를 조정함에 있어 보험급여비용의 변동 등으로 보험재정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반영하여야 한다.
③재정운영위원회의 위원장은 제32조제1항제3호의 규정에 의한 위원중에서 위원회가 호선한다.

 

제32조 (재정운영위원회의 구성등)①재정운영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1.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인
   2.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인
   3.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10인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위원은 다음 각호의 자를 보건복지부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1. 제1항제1호의 위원은 노동조합 및 사용자단체가 각각 5인씩 추천하는 자
   2. 제1항제2호의 위원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농어업인단체·도시자영업자단체 및 시민단체가 각각 추천하는 자
   3. 제1항제3호의 위원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관계공무원 및 건강보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3. 특별법과 건강보험 가입자의 권한 축소

 

통합건강보험은 곧바로 다음해인 2001년 봄 ‘건강보험 재정 위기’라는 불운을 맞이해야만 했다. 건강보험 통합 과정에서 과거 흑자조합이 의도적으로 흑자를 줄였고, 의약분업이라는 제도적 시행에 따른 지출 증가와 도입 과정에서 의료계를 참여시키기 위해 혜택을 준 것, 그리고 2001년 상대가치수가제도를 본격 도입하며 발생한 수가인상 효과 등이 겹쳐지면서 건강보험 재정 적자라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이를 수습하기 위하여 2002년 1월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하 특별법)]이 2006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법령으로 제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는 다시 국가중심적인 체계로 조정되었다. 이에 대하여 당시 정부는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요양급여의 기준 및 요양급여 비용에 관한 사항은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보험료의 조정에 관한 사항은 재정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동사항에 대하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함으로써 보험재정의 수입부분과 지출부분이 동일한 기구에서 심의되도록” 한다는 취지를 밝히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신설하였다.

그러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그동안의 역사적 과정을 통해 이어져 오던 건강보험에서 국민 참여의 방식을 크게 후퇴시키는 여러 조치들이 함께 포함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선, 건강보험 가입자의 권한으로 인식되던 보험료 결정권한을 축소시켰다. 특별법은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보험료와 관련한 결정권한을 폐기하고 이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겼다. 이로써 건강보험료에 대한 결정에 가입자의 영향을 축소시키고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확장했다.

둘째로 지적해야 할 점은 ‘보험자’의 위상을 건강보험 가입자와 같은 지위에서 떼어내 정부측으로 변경시켜 사실상 관리자의 위치에 서게 했다는 점이다. 과거 의료보험심의위원회에서도 보험자는 피보험자와 함께 같은 입장으로 분류되어 ‘의약계’나 ‘공익대표’와 달리 취급되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제정 법안에도 인정되어 ‘보험자․가입자․사용자’ 대표로 묶여 표현되었다. 그러나 특별법에서는 ‘보험자’가 정부를 포함한 ‘공익대표’로 분류되었다. 보험자는 이제 가입자를 대변하는 위치가 아니라 정부와 함께 ‘관리자의 지위’에 서게 된 것이다.

셋째로 지적해야 할 점은 의사결정에서 의약계 대표와 공익대표의 영향력이 확장되는 것을 용인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법 제정법에서는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의 구성을 보험자 및 가입자 대표가 8인, 의약계 대표 6인, 정부 및 공익대표 6인으로 했으나 특별법에서는 의약계 대표와 정부 및 공익대표를 각각 8인으로 늘렸다. 숫자로 동일한 것을 표현하는 듯하지만, 이는 상대적으로는 건강보험 가입자대표의 권한을 축소한 것임을 의미했다.

결국 ‘건강보험 재정위기’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건강보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가입자의 권한과 영향력을 축소시켰다. 더욱이 이 특별법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5년간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였고, 게다가 2006년 말 특별법이 기한만료로 폐기되면서 [국민건강보험] 개정을 통해 이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건강보험법 제정 당시의 취지와 문제의식은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 2007. 1. 1., 2006.12.30. 개정)

 

제4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①건강보험정책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 소속하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1. 제39조제2항의 규정에 따른 요양급여의 기준
   2. 제42조제3항의 규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에 관한 사항
   3. 제65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
   4. 제65조제3항의 규정에 따른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부과점수당 금액
   5. 그 밖에 건강보험에 관한 주요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
②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인과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25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③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차관이 되고, 부위원장은 제4항제3호의 위원 중에서 위원장이 지명하는 자가 된다.
④심의위원회의 위원은 다음 각 호의 자를 보건복지부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1. 근로자단체 및 사용자단체가 각각 2인씩, 시민단체(「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른 비영리민간단체를 말한다. 이하 같다), 소비자단체, 농어업인단체 및 자영업자단체가 각각 1인씩 추천하는 8인
   2.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 및 약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8인
   3. 다음 각 목의 8인
      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2인
      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사장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원장이 각각 1인씩 추천하는 2인
      다. 건강보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4인
⑤심의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 다만, 공무원인 위원의 임기는 그 재임기간으로 하고, 보궐된 위원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임기간으로 한다.
⑥심의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31조 (재정운영위원회)①제42조제5항의 규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의 계약 및 제72조의 규정에 따른 보험료의 결손처분 등 보험재정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공단에 재정운영위원회를 둔다.  <개정 2006.12.30>
②삭제  <2006.12.30>
③재정운영위원회의 위원장은 제32조제1항제3호의 규정에 의한 위원중에서 위원회가 호선한다.

 


4. 민주적 절차 파괴와 가입자 배제를 추진하는 MB정권

 

건강보험 정책 결정에서 국민참여의 방식과 건강보험 가입자의 권한은 더 이상 후퇴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는 MB정권 등장 이후 순진한(?) 판단이었음을 곧바로 알게 되었다. 2008년 8월, 당시 제4기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의 임기가 만료되고 제5기 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자격으로 재정운영위원으로 참여하던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아무런 해명없이 제외되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우리나라 시민단체 중에서 보건의료운동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가장 풍부한 단체이며, 또한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에서도 성실히 참여하며 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오던 터라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위원 교체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더욱이 이 단체를 대신하여 위원자격을 획득한 단체가 ‘한반도선진화재단’로 그동안 보건의료를 비롯한 건강보험 분야에 대한 활동이 풍부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위원 교체가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재정운영위원회에는 여전히 몇몇 진보적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보수적 단체의 참여도 인정해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설명 아닌 설명으로 유야무야되었다. 당시 복지부는 건강보험 정책 결정에 ‘경험과 실력’, ‘가입자의 대변 능력’ 보다는 ‘진보-보수의 균형’을 더 신경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해초 이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또 다시 터져나왔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제3기 위원회 임기가 만료되고 제4기 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위원의 위촉을 아무런 해명없이 교체하고 그  자리에 ‘바른사회시민회의’라는 보수단체에게 권한을 주었다.

이 과정에 대하여 복지부는 위원 위촉 권한은 복지부 장관에게 주여진 것이며, 경실련이 건정심 위원을 오래해서 다른 단체에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이것이 복지부를 구해주지 못했고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우선, 다른 단체에 기회를 준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건정심 위원을 임명할 단체나 위원을 판단하는 기준과 절차가 없었고, 둘째, 위원 구성 과정에서 가입자대표가 모여있는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셋째, 새로 위원으로 임명된 단체가 법인도 아니며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 단체도 아니라는 점에서 법적 검증을 받지 않은 임의단체이고, 넷째, 그 단체가 보건의료나 건강보험에 대한 전문성을 입증할만한 경험과 활동내역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여전히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아 결국 행정법원에 법적 판단을 묻는 문제로 악화되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곧 또 다른 사례를 추가하게 될 것 같다. 올해 9월말로 제5기 재정운영위원회의 임기가 끝나고 제6기 위원회가 구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또 다시 진보적 시민단체가 배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복지분야의 여러 위원회에서 진보적 시민단체를 축출하고 있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적게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건강보험 가입자의 권한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의료공급자들의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그 대상은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별법을 통해 건강보험료 결정권한을 빼앗더니 이제는 건강보험 수가 협상 결과를 인준하는 권한마저 없애버리려는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4월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가 갖고 있던 수가협상 인준 권한을 ‘자문’할 수 있는 권한으로 축소시키려는 의도는 가장 대표적이고 직접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MB정권이 등장하면서 건강보험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대표성’과 ‘절차적 민주성’ 조차 퇴행하면서 가입자측의 권한이 축소되거나 아예 참여로부터 배제되는 일들이 서슴치 않고 발생하고 있다.

 


5. 건강보험을 국민의 것으로!!!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특징을 중심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보험 제도의 주인인 국민이 건강보험 가버넌스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 시기는 건강보험 출범 당시인 2000 ~ 2001년의 매우 짧은 기간 동안만 이루어졌다. 따라서 통합건강보험 출범 당시의 취지와 문제의식이 실현되기 위한 시간이 매우 짧았다. 이는 건강보험 역사상 매우 불행한 일이었다.

둘째,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은 건강보험 가버넌스와 정책결정에서 국민의 참여 방식을 상당히 왜곡시켰다. 특히 보험료 결정권한을 가입자 권한에서 제외하고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확대하는 등 보험가입자의 권한을 축소시켰다. 이러한 흐름은 2006년 말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셋째, 보험자는 과거 ‘가입자의 대리인’ 역할로 인식되었으나 특별법 이후 ‘보험재정의 관리운영자’로서 ‘정부의 대리인’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에서 보험자와 건강보험 가입자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넷째,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의 권한을 축소하고자 하는 흐름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보험료 결정권한을 제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건강보험 수가 결정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에게 수가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또 협상 결과를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이마저 제외된다면 재정운영위원회는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하고 그저 자문에 그쳐 건강보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

다섯째, MB정권 등장 이후 가입자의 대표성과 절차적 민주성 등 운영적 차원에서도 후퇴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를 얼마나 잘 대변할 수 있는가가 기준이 되기 보다는 ‘진보적 성향인가, 보수적 성향인가’가 더욱 중요한 시기가 되었으며, 절차와 기준 없이 정부가 임의적으로 위원을 교체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것은 건강보험 제도의 민주적 운영이 후퇴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상에서 서술한 바와 같은 특징은 현재 건강보험 제도에서 ‘국민 참여’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를 ‘건강보험가입자위원회’로 전환하고, 보험재정과 보험급여 수준을 연계하여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건강보험 출범 당시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흐름으로 볼 때 제도적 틀 내에서의 방안 만으로는 이와 같은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보다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고 관철될 수 있는 대의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 재정의 운영에 있어서 보다 대표성을 갖춘 방식을 만들고, 재정운영의 책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결합시키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지방자치제와 함께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은 건강보험 제도의 차원에서 볼 때 부러울 따름이다.

건강보험 제도는 이제 통합 이후 10년을 지내왔다. 그리고 현재에서도 우리나라의 보건복지 제도 중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제도이며, 건강불평등과 의료민영화를 막아낼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이다. 이런 점에서 건강보험 제도는 전국민을 위한 전국민의 제도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시 한번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건강보험 제도의 주인은 국민이다”.

 

※ 참고문헌

 

김창엽(2009), [건강보장의 이론], 한울
문옥륜 외(1997), [한국의료보험론], 제3판, 신광출판사
이규식(2002), [의료보장과 의료체계], 계측문화사

 

– 김창보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실장)-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7월호(제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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