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7-10   1475

[동향3] 건강관리서비스법안 : 무엇이 문제인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정 영 진


2010년 5월 17일 변웅전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1인은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의 내용은 2009년 5월 MB 주재의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표면화된 이후로 보건복지부에서 지속적으로 검토해 오던 내용으로 알려져 있으며, 결국 정부가 입법 과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통해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1. 법안의 개요
우선 법안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건강의 유지·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악화 방지 등을 목적으로 위해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상담·교육·훈련·실천 프로그램 작성 및 이와 관련하여 제공되는 부가적 서비스를 [건강관리서비스]로 규정하고 이를 건강관리서비스기관에서 건강관리서비스 요원이 수요자에게 유료로 제공하게끔 하는 것이다. 물론, 건강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 바우처를 지급한다. 또한, 절차상 만성질병이 있거나 건강위험도 평가에서 질환군으로 분류된 사람은 자세히 기록된 의사의 의뢰서에 따라 건강관리서비스를 기관에서 제공받고, 만성질병이 없는 사람은 건강위험도 평가에서 건강군 혹은 건강주의군으로 분류되면 별도의 의뢰서 없이 기관에서 제공받게끔 하고 있다. 그리고, 법안의 제안 이유로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공급자와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지만 [건강관리서비스]는 국민건강증진 및 의료비 절감 등을 가져오므로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면서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2. 건강증진의 상업화
기획재정부도 아닌 보건복지부가 그리고 그에 동의하는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 11인이 발의한 본 법안은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뭔가 엄청난 것을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주의해서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국민의 건강증진과 그로 인한 의료비 감소를 과연 달성할 수 있을지, 아니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법안의 핵심 단어는 건강증진과 상업화(혹은 민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건강증진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건강증진이란 개인의 건강상태를 결정하는 유전, 환경, 건강관련 행위 중에서 건강관련 행위를 개선시켜 주는 것을 의미하며, 법안에서 [건강관리서비스]란 결국 건강증진 전략 중의 하나-물론 정체를 알 수 없는 부가적 서비스가 추가되었지만-를 의미한다. 첫째, 법안에서 제시한 [건강관리서비스]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가 혹은 지역사회 단위의 건강증진사업은 장기적으로 의료비 절감을 가져오고 사회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편익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인별로 보건교육을 시키는 것이 기대하는 것보다 건강증진 효과가 커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근린공원의 조성, 생활체육시설의 확충 등과 같이 생활 환경을 개선해 주는 쪽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그런데, [건강관리서비스]의 내용을 보면 개인별로 보건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둘째, 건강증진의 장애요인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것이다. 국내에서 건강증진사업이 진행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인들로는 건강증진 개념의 모호함, 건강증진의 상업화, 특수화 경향, 합리적 과학적 프로그램의 부족, 지역사회 접근의 미흡, 의료기관 참여도 저하 등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에서, 특히 상업화를 추구하고 지역사회 접근을 배제하고 의료기관의 참여를 배제하는 현 법안은 향후 엄청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셋째, 건강증진에 관한 국제 전문가 및 참가자들의 견해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년 전의 오타와 헌장에 이어 건강증진에 관한 새로운 헌장인 2005년 방콕헌장이 채택되었는데, 이 헌장에서는 건강결정요인의 하나로 상업화를 들고 있고, 이러한 건강결정요인을 잘 통제하는 것이 건강증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건강증진을 상업화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상업화라는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제안이유와 달리 현재 [건강관리서비스]시장은 존재하고 너무 상업화 되어 있다. 대형병원에서 운영하는 건강증진센터의 경우 너무 비싼 가격으로 인해 중산층이라 할지라도 한번은 큰 맘 먹고 받겠지만, 정기적인 방문을 통한 지속적 관리가 힘들다. 게다가 규제되지 않은 고가의 건강검진은 건전한 건강검진 프로그램-국가암검진 사업 등-마저 하챦은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조금만 더 확대해 보면 건강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은 얼마나 많은가. 이렇게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시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둘째, 건강증진 사업은 국가나 지자체가 수행하여야만 한다.  [건강관리서비스], 즉 생활습관개선이 질병 뿐만 아니라 건강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천천히 나타나게 되는데 반해 비용 지출은 즉시 발생하게 된다. 개인이 이런 비용 지출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으며, 또한 이렇게 한다고 해서 100% 질병을 예방할 수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건강관리서비스]를 구매하지 않게 되고, 이는 결국 건강수준의  퇴보, 질병 발생의 증가 및 의료비 증가, 건강 형평성의 악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3. 기타 문제들

2가지 핵심 단어와 관련된 문제 외에도 몇 가지 문제들이 걱정된다. 첫째, 일차의료기관의 경쟁 격화로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는 상담, 지속적 관찰, 운동을 포함한 적절한 생활습관개선 등이므로 일차의료기관에서 다룰 수 있는 질환들, 예를 들면 퇴행성 관절염, 근육통, 두통, 요통 등의 경우는 기관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다. 또한, 초기의 모호한 증상을 일차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에서 상담할 수 있다. [건강관리서비스] 요원이 판단해 보고, 검사나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환자에게 권유하게 된다. 자칫하면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이 일차의료기관화 되면서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로 인한 유인수요 등의 다양한 문제점이 대두될 수 있다.

둘째, 의사보다 더 전문성이 요구되는 [건강관리서비스]요원을 양성하게끔 법률안이 짜여져 있다. 제 8조 1항에 따르면 [「의료법」 제5조제1항에 따른 의사․한의사 및 「의료법」 제7조에 따른 간호사로서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교육을 이수한 자]를 건강관리서비스 요원으로 하고 있다. 셋째, 건강위험도 평가의 개념이 틀렸다. 제 2조에서 다루고 있는 정의 중에서 건강위험도 평가란 건강측정 결과 도출되는 개인의 건강에 관한 위험 수준을 평가하여, 질환군․건강주의군․건강군 및 그 하위 분류군으로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건강위험평가 혹은 건강위험도평가(Health Risk Appraisal)란 특정한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일정한 기간 이내에 특정한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의 정도를 추정하고 위험요인의 개선에 따른 사망위험의 변화를 비교하는 기법이다. 이러한 건강위험평가는 개인의 건강하지 못한 행동과 이에 따른 사망의 위험을 인식시켜서, 실제 위험요인 개선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즉, 분류를 위한 진단적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4. 건강관리서비스의 대안은 무엇인가.

의료제도 개혁의 목적은 좀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지, 상업화(혹은 민영화)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현재 법안에 담긴 영리기관을 통한 민영화된 건강관리서비스 방식은 비효율적이며, 지속가능성도 별로 없고 지속된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건강증진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충분한 접근성을 확보한 일차의료기관과 지역보건당국과의 협력 관계를 활용하여야 한다. 이는 대구지역에서 실시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서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지역의 일차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최근 이 시범사업은 별다른 이유없이 정부 예산 지원이 중단된 상태이다. [건강관리서비스] 법안에 명기된 바우처와 관련된 동일한 예산범위에서 수행한다면 2000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1개 의료기관에서 평균적으로 월 100명씩(주 1회씩 방문한다면 일일 20명 선으로 충분한 상담이 가능) 관리한다면 총 20만명에게 제공될 수 있고 1개 의료기관당 월 450만원이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에 일차의료기관은 참가할 것이다. 게다가 고정 환자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이 성공한다면 향후 우리나라에서 주치의 제도 도입의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7월호(제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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